김기중 기자

등록 : 2018.03.27 17:11
수정 : 2018.03.27 20:40

50조 들여 전국 500곳 도시재생... 진정세 집값에 기름 붓나

향후 5년간 노후지역 대상... 부동산 시장 자극 우려

등록 : 2018.03.27 17:11
수정 : 2018.03.27 20:40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도시재생 뉴딜로드맵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5년간 전국 도심 노후 지역 250곳이 청년창업공간과 복합문화시설 등이 들어서는 ‘혁신거점’으로 거듭난다.원주민이 개발 과정에서 쫓겨나는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임대료 인상폭 제한 등 상생협약 체결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러나 총 50조원의 자금이 풀릴 경우 자칫 전국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겨 결국 지주들의 배만 불려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노후 구도심에 청년창업 공간 조성

국토교통부는 27일 당정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을 발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뉴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재생 사업 과정에서 다양한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수 있도록 청년들을 위한 창업과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초기 사업비와 주택도시기금 융자 등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선 5년 간 전국 500곳에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시행된다. 전국 시ㆍ군ㆍ구가 총 226개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국의 모든 도심 노후 지역에서 정비 사업이 펼쳐지는 셈이다. 5년 간 자금 투입 규모는 재정 10조3,000억원, 기금 24조7,000억원, 공기업 자금 15조원(공기업은 추정치) 등 총 50조원에 달한다.

이번 사업은 구도심에는 혁신거점을 조성하고 노후 주거지에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250곳의 혁신거점은 청년창업 지원 시설 100곳, 유휴 국공유지나 노후 공공청사 등을 활용한 문화ㆍ창업 등 복합시설 50곳,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른 부처와 협업을 통해 지역의 역사ㆍ문화 자원을 활용하는 관광 특화시설 100곳 등이다. 이들 혁신거점에는 시세 50% 이하의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 가능한 창업 육성 사무실과 시세 80% 이하로 공급되는 공공임대상가가 100곳씩 들어선다.

노후 주거환경 정비를 위해 뉴딜 사업지에 마을 도서관, 커뮤니티 시설 등 선진국 수준의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최저기준도 마련된다. 사업 방식도 전면 철거 대신 현지개량 위주로 추진된다. 자율주택 정비, 가로주택 정비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연 1.5%의 저리로 사업비가 융자된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부지와 공원 등 노후 공유자산을 복합 개발해 공용주차장 등 개방형 편의시설을 공급하는 방안도 주목된다.

둥지내몰림 막는다

국토부는 건전한 도시재생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뉴딜 사업지를 선정할 때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은 상생협의체 설립과 상생협약 수립을 의무화한다. 상생협약에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거나 최소 임대기간을 보장해주는 대신 금융이나 도시계획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다.

도시재생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점차 이양된다. 사업 지역에 기반을 둔 건축가나 설비ㆍ시공자를 지정해 창업공간이나 초기 사업비 등을 지원해주고 지역 내 노후 건축물 개량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터 새로이 사업자’ 제도도 도입된다.

집값 자극 가능성 커

그러나 이러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부동산 가격에 또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사실 정부도 지난해 전국 68곳의 도시재생 시범 사업지를 선정하면서 시장 불안 우려를 이유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배제한 바 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당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아무리 새 정부의 중요 사업이더라도 부동산 가격 안정 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사업지에는 서울 등 주요 도심 지역이 포함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그러나 서울 등이 뉴딜 지역에 선정될 경우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자금과 맞물려 집값을 자극하는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결국 도심에 땅을 갖고 있는 지주의 자산 가치만 높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적잖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자금이 투입되면 도심 땅값은 뛸 수 밖에 없다”며 “최대 수혜자는 집주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이번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에서 서울 등 주요 도심 포함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음달 도시재생 뉴딜 선정계획안을 내놓을 때 현장조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도시재생 효과가 가장 큰 곳이 서울이기도 하지만, 주택시장의 불안정이 잠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부동산 상황을 보고 최종적인 검토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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