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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염에 양계장들 24시간 죽은 닭만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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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염에 양계장들 24시간 죽은 닭만 꺼내

입력
2018.07.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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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가장 더운 아침’, ‘24년 만의 최고 더위’, ‘전국이 찜통’…. 전국 각 지역이 최고기온 기록을 연일 갱신하면서 더위에 취약한 가축들의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폭염으로 20일까지 폐사한 닭은 총 110만5,000여 마리에 달한다.

전북 익산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심순택씨는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가축을 키우는 농가들의 현재 상황을 전했다. 22일 심씨의 양계장에서 폐사한 닭은 2,000마리. 총 5만 마리 중 5%가 단 하루 만에 죽어나간 것이다. 그는 “양계장 지붕과 실내에 물을 뿌리고 팬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 안 된다. 닭들에게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더 힘든 건 죽은 닭을 처리하는 일이다. 심씨는 “(닭이) 죽으면 농가 입장에서는 그래도 일정 금액 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정말 힘든 부분은 폐사체를 끌어내오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심씨에 따르면 양계장 안 온도는 35~40도가 기본이다. 닭은 체온이 41도인데 더위로 폐사한 닭은 45도를 넘겨 1~2시간이면 부패한다. 바로 손으로 꺼내지 않으면 다른 닭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심씨는 “(폐사한 닭을 꺼내는) 작업을 24시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사람이나 가축이나 힘겹다. 22일 서울광장에서 나무 그늘 끝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노숙자의 모습. 연합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사람이나 가축이나 힘겹다. 22일 서울광장에서 나무 그늘 끝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노숙자의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폭염을 재난으로 상정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도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기상연구사는 방송에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워 온열질환으로 93명이 사망한 1994년보다 올해가 더 더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4년에는 7월 초 폭염이 시작했지만 가장 더운 8월 초부터 중순까지는 태풍 3개의 직ㆍ간접 영향으로 더위가 한풀 꺾였었다. 그러나 올해는 영향을 줄 태풍 예보가 아직 없어 8월에 더 더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연구사는 “기상청 기후 변화 시나리오와 통계청의 노인인구 예상치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9년 (온열질환 사망자가) 100명이 넘고, 2050년에는 250명 정도의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나라보다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의 경우 2010년 폭염에 열사병으로만 1,600명 가까이 사망했었다”며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급격히 진행되는 고령화를 고려하면 폭염에 의한 인명 피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연구사는 “폭염이 태풍, 지진과 같은 재난과는 좀 다른 특징이 있어서 그간 재난안전법상 재난으로 명시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피해가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기 때문에 폭염을 재난으로 명시하고 대책들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가축을 키우는 농가, 에너지 취약층인 저소득층, 노약자 등을 폭염에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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