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펀드의 모금 창구인 은행권은 공식적으로 “희망펀드 할당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의 대내외 행보를 살펴 보면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어딘가에 동원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금융권의 청년희망펀드 가입 행렬은 KBㆍ신한ㆍ하나 금융지주 회장들로부터 시작됐다. 3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9월21일 청년희망펀드 출시와 함께 공동 보도자료를 내고 각각 1,000만원씩을 기부하면서 앞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납하기로 한 연봉의 30% 가운데 절반을 청년희망펀드에 추가로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회장단이 나서자 각 은행 임원들도 속속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기부액을 정하지 못한 곳도 있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이광구 행장이 500만원 일시 가입에 이어 반납 연봉(20%)의 절반을, 부행장과 계열사 사장 역시 반납연봉(10%)의 절반을 청년희망펀드에 납입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선 청년희망펀드 가입이 사실상 전 직원에게 확대되는 분위기다. 은행권 노사는 지난달 22일 올해 임금을 2.4%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인상분 가운데 약 0.4%포인트에 해당하는 400억원을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정확한 기부처는 각 은행별 협상이 끝나는 내년 초 정해질 예정이지만 청년희망펀드로 향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인상분의 일정액 반납 제안은 애초부터 사측의 임금인상 전제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직원부터 우선 가입하라’고 독려했던 청년희망펀드 수탁은행들은 대부분 사측도 아닌 더 윗선에서 내려온 할당 압박 때문이었다”며 “이런 압박이 계속되면 현재 진행 중인 각 은행별 협상 결과, 반납분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펀드 유치전에도 열성이다. 실적 경쟁 우려로 은행 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영업점 창구에서 일반 고객에게까지 가입을 권유하는 등 영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은행들은 여기에 청년희망펀드 출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유명인부터 평범한 이웃까지 자사를 통해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까지 쏟아내며 ‘미담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대어’를 낚으려는 은행들의 물밑 작전도 치열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부 200억원과 임직원 기부 50억원을 포함한 삼성그룹의 청년희망펀드 기부액 250억원을 놓고 수탁은행을 어디로 할 것이냐를 두고 눈치 작전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IBK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에 골고루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협회 등을 통해 미담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발굴해달라고 얘기를 전달하고 있다”며 “이렇게 밀어붙이는데 알아서 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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