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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지식창업 직장인의 탄생

입력
2017.03.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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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퇴사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그 동안 100여명의 직장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직장에서 퇴사하고 싶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현재의 조직에서 더 이상 배울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조직 내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소모되는 상황이 가장 큰 고민인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퇴사해서 하고 싶은 일로 창업이나 전직 등을 꼽는다. 이런 단어들을 들으면 나만의 전문성을 살려 보다 주체적이고 자생적인 커리어를 꾸려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막상 창업이나 전직 등의 도전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지금의 경제적 안정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오늘날 직장인들의 빌딩숲 도처에는 이 거대한 두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다.

두려움은 철저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회사라는 조직에서 살아남는 지식 말고는 배운 것이 없다. 10대의 수능 및 20대의 스펙 쌓기는 오로지 취업이라는 단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함이 아니었던가. 회사에서는 조직에서 인정받는 방법만을 습득해 왔다. 그러나 전략 보고서는 잘 쓰지만 실제로 고객을 만나본 적도 없고, 마케팅 예산은 잘 수립하지만 실제로 페이스북 광고를 돌려본 적은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조직의 울타리 안에서는 큰 지장이 없으니, 퇴사니 창업이니 하는 것들은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반면 조금이라도 알게 되는 순간 두려움은 줄어든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회사 밖 세상을 아는 것, 즉 새로운 ‘지식’이다. 이제는 회사 밖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나만의 경험과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지식 창업’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다.

‘지식 창업’이란 자본이나 기술이 아닌 나만의 경험 및 전문성에 기반하여 창업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창업’이란 비단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작은 프로젝트, 출간 및 강의, 공간업,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지식 콘텐츠로 활용 가능한 다양한 모델을 접목하는 그 무엇이라도 ‘창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다행히 ‘지식 창업’은 현재의 직장을 버리고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배운 것들과 내가 쌓아온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10년간 다니던 미디어 서비스 회사를 퇴사한 김종원 팀장은 ‘51페이지’라는 동네 책방을 창업했다. 그가 원래 회사에서 하던 일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책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책방 창업이 경력 단절의 의미가 아니라 커리어의 연장선이었다. 그가 정의한 업의 본질인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또 다른 형태의 ‘지식 창업’인 셈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퇴사 후 퇴사 관련 글을 쓰고, 그 콘텐츠를 기반으로 회사에서의 경험을 접목하여 창업을 하고 강의를 하고 있다. 행복한 일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지식 창업 활동을 하며 대안을 찾고 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앞으로는 지식 근로자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조직에서 부품처럼 대체되는 존재가 아니라, 나만의 전문성이라는 지적 자본을 소유하는 지식창업가가 탄생하고 있다. 지식 창업은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할 수 있고 큰 자본이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쌓는 나만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고민과 두려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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