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자산기준 수억원→수천만원으로 잇따라 낮춰
저금리로 이자수익 줄자 자산관리 서비스로 새 수익 확보 포석
시중은행들이 그간 주로 수억원대 고액자산가를 타깃으로 삼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의 기준을 수천만원대 준(準)자산가로까지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의 수익원인 이자 수익이 낮아지자 새로운 수익원을 넓히려는 시도다. 최근 계좌이동제,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도입 등 제도변화와 함께 은행마다 충성도 높은 자산가 고객 확보에 혈안이 돼 있어 은행들의 PB 서비스 문턱은 한층 더 낮아질 전망이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PB 문턱 낮추기 경쟁은 올 하반기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체로 기존 PB센터의 고객기준은 유지한 채, 준자산가 고객을 상대할 영업 채널을 신설하는 식으로 PB영업 범위를 넓히는 분위기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9월 직원들 가운데 자산관리 전문인력인 ‘행복파트너’ 1,708명을 선발해 출장소를 제외한 전국 854개 지점에 2명씩을 배치했다. 이들은 이전까지 1억원 이상 자산을 맡긴 고객들만 받아왔던 연금플랜 등 자산관리 상담 서비스를 금융자산 3,000만원 이상 고객에게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7월 은행과 증권사 전담 인력 4~8명씩을 배치한 ‘신한PWM 라운지’ 16곳을 은행 영업점 안에 열었다. 기존 PB센터인 신한PWM센터 이용 고객처럼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되, 대상 고객의 금융자산 기준은 3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졌다.
11월에는 한국씨티은행이 이전까지 ‘씨티골드’, ‘씨티프라이빗클라이언트’ 두 단계로만 구분되던 자산가 관리 고객군에 ‘씨티프라이어티’ 고객군을 신설해 PB 서비스 대상을 금융자산 5,000만원 이상 고객으로까지 넓혔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가계소득이 7,000만원 이상인 신흥부유층이 유독 자산관리의 니즈가 높다”며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5 한국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는 18만2,000명, 2억~10억원 사이 부유층은 70만명, 가계소득이 7,000만원 이상인 20~40대 신흥부유층은 190만명에 달한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자수익이란 전통적 수익원이 고갈되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1.56%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통해 비이자 수익을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셈이다. 또 PB 고객층이 두터워지면 방카슈랑스, 펀드 등 교차판매로 인한 수수료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가들의 투자 여력이 많이 소진되면서 PB 대상 고객 수가 많이 줄었다”며 “향후 고객기반 확대를 위해서도 은행들이 기준을 낮추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복합점포, ISA 도입 등 정책 변화도 이런 은행들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신한은행 PWM센터와 국민은행의 골드앤와이즈센터 등 일부 시중은행들은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PB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점포 형태의 PB센터도 운영 중이다.
일부 은행들은 아예 기존 조직과 인력까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재편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PB 서비스 대상 고객의 금융자산 기준(1억원 이상→5,000만원 이상)을 낮추는 동시에 현재 은행 영업점의 ‘예금팀장’을 ‘준자산관리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기로 했다. KEB하나은행은 각 부서로 흩어져 있던 부동산ㆍ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ㆍ펀드ㆍ방카슈랑스ㆍ세무팀 등을 최근 ‘투자상품서비스부’ 산하로 통합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B 서비스 확대의 성공 열쇠는 은행들의 인적 역량에 달려있다”며 “교육, 채용,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사실상 ‘전 직원의 PB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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