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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축구 신태용호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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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축구 신태용호의 비결은?

입력
2017.05.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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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석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누르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관중석 앞에서 환호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신태용(47)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에 연일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개막전에서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이어 23일 같은 장소에서 우승후보로 꼽히는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마저 2-1로 누르고 2연승으로 조기에 16강을 확정했다. 26일 잉글랜드와 3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다.

팬들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내내 졸전을 펼친 성인대표팀과 비교해 ‘형보다 아우가 낫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U-20 팀은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한국은 전임 안익수(52) 감독 시절이던 작년 10월 바레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개최국 자격으로 U-20 월드컵 본선에는 자동 진출했지만 자칫 ‘안방에서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신 감독이 그 해 11월 ‘긴급소방수’로 투입됐다. 신 감독은 작년 12월 선수들과 첫 상견례에서 “훈련 시간 외에는 간섭 안 한다. 대신 너희들도 성인답게 책임감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의 U-20 대표팀은 늘 생기가 돈다. 선수들이 이동할 때 타는 버스 안에는 챈스 더 래퍼의 ‘노 프라블럼’이나 가수 싸이의 ‘아이 러브 잇’ 같은 힙합 음악이 흥겹게 울려 퍼진다. 선곡은 ‘디제이(DJ)’인 골키퍼 송범근(20ㆍ고려대)의 몫이다. 예전에는 비장했던 라커룸도 언제나 떠들썩하다. 대표팀 스태프는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급기야 기니, 아르헨티나와 경기 전날 밤 전주 시내에서 산책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선수들의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신 감독은 “오후 8시 경기일정에 컨디션을 맞추다 보니 경기 전날 저녁 식사를 9시30분에 한다. 소화도 시킬 겸 머리를 식히러 나가라고 했다. 방 안에만 있으면 오히려 몸이 무거워진다”고 개의치 않았다.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들. 전주=연합뉴스
16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는 선수들. 전주=연합뉴스

하지만 신 감독은 훈련 때만큼은 ‘매의 눈’이 된다. 그는 올 1월 포르투갈 해외 전지훈련 뒤 기존 멤버의 절반을 물갈이했다. 붙박이 주전에 안주하던 이를 내치고 김승우(19ㆍ연세대), 이진현(20ㆍ성균관대) 같은 새 얼굴을 과감히 발탁해 내부 경쟁을 유도했다.

‘바르샤 듀오’도 완벽히 팀 내에 녹아 들었다. 소속 팀에서 오래 뛰지 못한 탓에 자신감과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던 백승호(20ㆍ바르셀로나B)에게 신 감독은 혹독한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열흘 일찍 소집돼 개인 훈련을 소화했고 이번 대회에서 이승우(19ㆍ바르셀로나후베닐A)와 함께 나란히 2골을 터뜨리며 맹활약 중이다.

개성이 뚜렷한 이승우에게 신 감독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고삐를 놔줬다. 그가 튀는 염색을 하거나 경기장에서 강한 승부욕을 드러내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때마다 신 감독은 “선수라면 그런 성깔은 필요하다. 하지만 팀워크를 해치지 않으면 문제 없다”고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둘은 지난 2월 포르투갈 전훈 때 처음 대면해 서먹했지만 전훈이 끝날 무렵 부자(父子)처럼 친해졌다. 이승우의 아버지 이영재 씨는 “승우가 팀 내에서 가장 친한 사람이 선수가 아니라 감독인 것 같을 정도”라고 했다. 기니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코리안 메시’다운 위용을 뽐낸 이승우는 실제 득점 때마다 벤치의 신 감독에게 가서 안긴다.

신태용(오른쪽) 감독과 이승우가 포옹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신태용(오른쪽) 감독과 이승우가 포옹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축구는 14명(교체 3명 포함)이 하는 종목이지만 후보 선수들까지 ‘원 팀’이 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게 불문율이다. 음지의 멤버를 다독이는 것도 중요하다. 신 감독은 이를 위해 공오균(43) 코치를 선임했다. 공 코치는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를 오래 지내 이 연령대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수비수 이유현(20ㆍ전남)은 21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룸메이트 없이 독방을 쓴다. 성격이 예민해 잠을 잘 깬다는 걸 안, 공 코치가 신 감독에게 설명해 배려를 받았다.

2002년 한ㆍ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코치였던 정해성(59) 현 국가대표 수석코치는 “U-20 대표팀이 꼭 15년 전의 우리 같다”고 했다. 신태용호를 보는 팬들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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