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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파나메라, 슈트 입은 헐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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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포르쉐 파나메라, 슈트 입은 헐크

입력
2017.10.3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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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2세대 파나메라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매끈한 세단 형태로 재탄생됐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제공
포르쉐 2세대 파나메라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매끈한 세단 형태로 재탄생됐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제공

지난 9월 2세대 포르쉐 파나메라가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첫 주자는 네바퀴굴림 모델 파나메라 4S다. 가격은 1억 7,370만원부터 시작한다. 지난 26일 서울 포르쉐 센터 용산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마이클 키르쉬 포르쉐 코리아 대표는 “곧이어 터보와 4 E-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새로운 파나메라 라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나메라는 네 명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다. 2009년 처음 나왔을 당시 이 차를 디자인한 마이클 마우어는 ‘스페이스 쿠페 콘셉트’를 바탕으로 스포츠카, 세단, 왜건의 요소를 하나로 조합해 전혀 새로운 세그먼트의 차를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파나메라는 포르쉐를 비즈니스용 세단 혹은 패밀리카로 타고 싶은 이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충족했다.

1세대 파나메라는 세계에서 15만 대 이상 팔리면서 카이엔, 마칸과 함께 포르쉐의 성장을 이끌었다. 문이 두 개 달린 포르쉐의 대표 모델 911은 뒤에서 변함없는 정통성을 지키고, 문이 네 개 달린 파나메라와 SUV 모델은 앞장서서 포르쉐의 이윤을 창출했다. 마치 각자의 엔진 위치처럼. 국내에서도 파나메라는 지난해 443대가 팔리면서 마칸의 뒤를 이었다.

(위) 911 카레라 4S / (아래) 파나메라 4S
(위) 911 카레라 4S / (아래) 파나메라 4S

신형 파나메라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아, 결국 포르쉐 디자인의 처음과 끝은 911이란 말인가!’ 모터쇼에서 처음 본 파나메라의 모습은 영락없는 911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C 필러부터 시작해 테일램프로 떨어지는 뒷모습. 1세대의 꼽추처럼 뭉툭하게 굽은 모습 대신 쿠페처럼 날렵하게 뒤로 떨어지는 라인 그리고 911을 빼다 박은 입체적인 테일램프의 모양. 이를 통해 2세대 파나메라는 더욱 포르쉐의 정통에 가까운 모습으로 가다듬어졌음을 가늠할 수 있다. 1세대의 실용적인 캐릭터는 ‘스포츠 투리스모’라는 왜건 모델을 통해 따로 분리됐다.

파나메라는 평소엔 온화하고 안락하다. 하지만 언제든 분노를 터트릴 준비가 돼 있다
파나메라는 평소엔 온화하고 안락하다. 하지만 언제든 분노를 터트릴 준비가 돼 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디자인으로 드러난 존재감은 더욱 명확해졌다. 헤드램프 사이의 포르쉐 문장과 테일램프 사이의 ‘PORSCHE’라는 글자는 이전보다 선명하게 눈에 띈다. 헤드램프 속 LED 불빛은 왠지 모르게 외계 생명체의 눈빛을 떠올리게 한다. 미간을 찌푸린 듯 보닛 위로 드러난 두 개의 라인과 앞뒤 창문을 둘러싼 크롬 라인, 문 상단을 가로지르는 직선이 없었더라면 이 차의 모습은 아주 심심했을 것이다. 세련된 터치다. 다만, 앞 휠하우스의 공기 흐름과 엔진 열 방출을 위한 통풍구 그리고 문손잡이의 위치가 어정쩡해 보인다.

뒷자리부터 센터페시아에 이르는 중앙 라인은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린다
뒷자리부터 센터페시아에 이르는 중앙 라인은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린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가운데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비행기 조종석에서나 볼 법한 수많은 버튼의 위치가 개편돼 일부는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로 통합됐고, 남아 있는 버튼들은 기계적인 느낌이 가미된 센서 방식으로 바뀌었다. 송풍구의 날개 방향마저 디스플레이에서 제어한다.

센터페시아의 터치 디스플레이는 뒷자리에도 똑같이 마련돼 있다
센터페시아의 터치 디스플레이는 뒷자리에도 똑같이 마련돼 있다

가운데 넓게 자리한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닮았다. 홈 화면에선 원하는 기능의 아이콘을 마음대로 배치할 수 있다. 또한, 한국어 지원 내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새로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를 보여주는 5개의 원형 계기반은 포르쉐의 오랜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이었다. 엔진회전수를 보여주는 가운데 계기반을 제외하곤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다양한 주행 정보를 표시한다. 디스플레이는 뒷자리의 가운데에도 마련돼 모든 승객의 편의를 도모했다.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으로 상당히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터치 스크린으로 상당히 많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포르쉐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카를 만드는 제조사다. 포르쉐 엠블럼을 단 모든 차는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파나메라는 여기에 안락한 승차감을 더했다. 공기주머니가 세 개나 달린 ‘3-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가 장착됐다. 코너를 돌 때 좌우 바퀴에 적절하게 토크를 분배해 접지력을 유지하고 ‘리어액슬 스티어링’으로 뒷바퀴가 최대 2.8도까지 돌아간다. 이 모든 기능을 ‘포르쉐 4D 섀시 컨트롤’이란 관제탑에서 한꺼번에 제어한다. 덕분에 누구나 안전하고 쉽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고, 뒷좌석에서도 큰 요동이 없다. 차체 5,050㎜ 길이의 몸놀림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뿐하다.

누군가를 반드시 추월해야 할 땐 이 '마법의 버튼(스포츠 리스폰스)'을 누르면 된다. 20초 동안 엄청난 속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반드시 추월해야 할 땐 이 '마법의 버튼(스포츠 리스폰스)'을 누르면 된다. 20초 동안 엄청난 속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제 운전에서 느낀 파나메라의 성격은 ‘헐크’와 닮았다. 평소엔 브루스 배너 박사처럼 온화하다가 주행 모드를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바꿀 때마다 참았던 분노를 단계적으로 터뜨린다. 광포(狂暴)는 운전대 오른쪽 아래에 있는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을 눌렀을 때 20초 동안 극에 달한다. 기어는 즉시 한 단 낮아지고, 터보차저의 웨이스트 게이트가 닫히면서 과급 압력이 최고치에 달한다. 단순히 주행 모드가 바뀌는 게 아니라, 차가 쏟을 수 있는 모든 출력을 토해낸다. 마치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잡아야 하는 것처럼. 그런데도 911 혹은 718과 달리 배기음과 엔진음은 실내로 많이 유입되지 않았다.

파나메라에 네 명은 탈 수 있지만, 골프백 네 개를 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파나메라에 네 명은 탈 수 있지만, 골프백 네 개를 싣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형 파나메라 보닛 안엔 2.9ℓ V6 바이터보 엔진이 들어앉았다. 최고출력은 이전보다 20마력 증가한 440마력을 뿜어낸다. 터보차저를 ‘V’ 모양의 실린더 위에 달아 크기를 줄이는 동시에 과급 반응성 또한 높였다. 새로운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의 반응 속도는 거의 실시간이다. 다만, 막히는 도로처럼 저속에서 2단과 3단을 오갈 땐 가벼운 변속 충격이 발생한다. 6단에서 최고속을 내며 주행 모드에 따라 다른 변속 패턴을 제공한다. 전자식으로 변속을 제어하는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방식으로 작동한다. 안전 최고 속도는 289㎞/h며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장착 시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4.2초에 도달한다. 복합연비는 8.8㎞/ℓ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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