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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흥행 '군도' 주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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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흥행 '군도' 주말에도?

입력
2014.07.2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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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은 좀 특별하다. 데뷔부터 평범하지 않았다. 중앙대 영화학과 졸업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인 ‘용서 받지 못한 자’(2005)부터 남달랐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 특별언급상 등 4개 상을 받았다.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도 초청을 받았다. 한국영화사상 유례가 없었다. 한국 병영문화의 문제점을 적시한 ‘용서 받지 못한 자’로 윤종빈 감독과 하정우는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했다. 2,000만원짜리 졸업작품으로 거둔 성과치곤 창대했다.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군도. 미디어플렉스 제공.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군도. 미디어플렉스 제공.

충무로의 시선은 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에 쏠렸다. 하정우 윤계상을 앞세운 ‘비스티 보이즈’가 2008년 선보였다. 강남 호스트바를 축으로 한국의 천민자본주의를 탐색했다.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고 평단도 대체로 냉랭했다. 윤 감독이 전형적인 ‘사포모어 징크스’에 사로잡혔다는 평도 나왔다. 윤 감독은 칩거에 들어갔다. 2012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돌아왔다. 1980년대 후반 범죄와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국사회 정-관-폭의 유착을 되돌아본다. 500만 넘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고 평단도 호의적으로 대했다. 충무로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윤 감독이 드디어 재능을 발휘했다는 반응도 따랐다.

지난 23일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는 윤 감도의 네 번째 장편영화다. 제작비 130억원 가량을 쏟아 부은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상영 첫 날부터 폭풍 흥행세를 보였다. 55만1,250명이 관람했다. 개봉일만 따지면 역대 최고 관객이다. 24일 관객까지 포함하면 98만3,802명.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무서운 흥행 기세인데 둘째 날 관객이 떨어져 얼마 못 갈 흥행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인공은 백정 출신의 도치(하정우)다. 고을을 휘어잡고 있는 부호 조윤(강동원)의 꾀임에 빠져 살인 문턱까지 간다. 죽여야 할 대상이 임신부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돌아선다. 조윤의 보복은 무자비했다. 도치는 삶의 존재 이유라고 할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는다. 자신은 죽음의 문턱 앞에서 지리산 의적 무리의 도움을 받는다. 목숨을 건진 도치는 복수의 칼을 갈고 조윤의 횡포는 극한을 향한다. 의적의 선봉이 된 도치와 탐욕스러운 지배계층의 상징이 된 조윤의 대결은 필연이다. 영화는 둘의 핏빛 재회를 꼭짓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윤 감독은 “무조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상업영화를 지향했다 말인데 영화를 전공한, 영화 마니아 감독으로서의 욕심도 담았다. ‘군도’는 할리우드 서부극의 전통에 일본 사무라이영화의 특징을 포개고 중국 무협영화의 그림자까지 얹는다. 다양한 장르적 특징으로 한국적 웨스턴(일각에선 ‘지리산 웨스턴’이라고 표현한다)을 만들고자 했다. 재능을 인정 받은 서른 다섯 살 감독의 야심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외피는 대작인데 담은 내용은 키치다. 영화적 완성도는 높은데 젊은 감독의 실험정신이 재미를 해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강동원의 예쁜 얼굴과 근사한 액션이 여성 관객들을 홀릴 것이란 낙관도 있다.

가족들을 공략하는 드래곤 길들이기2.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족들을 공략하는 드래곤 길들이기2.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래곤 길들이기2’는 가족 단위 관객들을 겨냥하며 ‘군도’의 흥행세를 저지할 태세다. ‘군도’와 같은 날 개봉했으나 아직은 약세다. 24일까지 ‘고작’ 16만6,590명이 봤다. 신체적 결핍을 각각 지닌 용과 사람이 우정을 바탕으로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이야기 뼈대는 전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캐릭터들이 나이를 먹은 만큼 좀 더 성숙해진 내용을 다룬다.

프랑스 예술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린 시절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한 사내를 중심에 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의문의 여인 프루스트에 기대 기억의 여행을 떠난다. 아름답고도 슬픈 과거로의 여행을 차분하게 그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로 국내 시네필들에게 이름을 알린 실뱅 쇼매 감독의 첫 실사영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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