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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정과제에 인기 없는 정책도 있어야

입력
2017.07.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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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대체로 수긍되나 인기 없는 정책은 포함 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가정책은 난이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모든 국민이 환영하는 정책이다. 사회보장 확대, 일자리 창출이 예이다. 기득권 뺏기는 사람은 없고 모든 이가 환영하니 쉽게 할 수 있다. 대체로 돈을 푸는 일이므로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둘째, 특정 계층은 반대하지만 대부분 국민이 환영하는 정책이다. 부자증세,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 해소, 재벌개혁, 권력기관 개혁 등 많은 현 정부 정책이 이에 속한다. 정치적으론 인기 있는 정책이다. 단, 여기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먼저 기득권층이 로비를 통해 개혁을 좌초시킬 수 있다. 과거 정부의 실패를 본 문재인 정부가 그런 위험에 빠지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기득권층의 문제제기가 국가적으로 일리가 있음에도 무시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일리 있는 문제제기인지는 실험해 보기 전엔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 일단 시도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정부도 그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신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셋째, 국민도 분명히 찬반이 나뉘는 정책이다. 탈원전, 대북정책 등이 예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하고 정부는 그 결정에서 빠지면 되니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은 없다. 다만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국민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는 비용은 적으나 피상적인 의견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민투표가 가장 확실하나 비용소모가 많다. 지역별 순회 공론조사 (deliberative poll)를 활용해 보길 권한다. 균형 있는 정보전달이 핵심이다.

넷째, 특정 당사자는 기득권을 잃어 반대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관심 없는 정책이다. 기업구조조정, 규제개혁, 재정지출 효율화가 이에 속한다. 개혁의 가장 대표적 유형이다.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는 “개혁이란 기득권층을 적으로 만들지만 그렇다고 개혁으로 덕 보는 시민들이 지지해주진 않는다”고 했다. 재정지출을 효율화 하면 돈 받던 계층이 정부에 반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을 향상시켰다고 집권당에 표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따라서 이 유형의 개혁은 대체로 정치적으로 불리하다. 개혁을 위해선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 관심을 모으고 기득권층의 반발도 무마해야 한다. 대통령을 가장 바쁘게 하는 유형이다.

다섯째, 대부분의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이 물론 가장 어렵다. 국민연금개혁, 보편적 증세,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등이 이에 속한다. 국민의 고통분담이 필요한 정책이다. 어느 정부나 이런 정책을 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다.

100대 국정과제를 보면 인기 있는 1, 2, 3유형의 과제는 담고 있으나 국민이 관심 없는 4유형, 반대하는 5유형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내년의 지방선거까지는 인기 중심의 정책을 펴고 그 이후 4, 5유형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일 수는 있다. 그러나 4, 5유형의 정책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임기 초반에 해치우는 게 좋다. 또한 4, 5유형의 정책은 국민 지지가 뒷받침되는 1, 2유형과 동시에 추진해야 성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지난 정부는 정년을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같이 추진했어야 하며, 현 정부는 최저임금인상이나 비정규직 해소를 호봉제 폐지와 같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개혁은 부자증세나 사회보장확대와 같이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위해 인기 좋은 정책만 곶감 빼어 먹고 나면 그 이후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개혁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민주주의의 성패는 정부가 인기 없는 개혁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인기 없는 결단을 내린 대통령에 대해서는 역사가 평가를 내릴 것이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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