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31일로 예정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이 문제와 연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8월 임시국회의 뇌관으로 떠오른 양상이다.
야당들이 문제 삼는 것은 이 후보자의 과거 정치적 지향과 관련된 이력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의 변호사인 그는 진보적 변론과 소수자 인권옹호 활동 등에 적극 참여해왔다. 2002년 ‘노무현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에 참여했고 2004년에는 변호사 88명과 함께 민주노동당 지지 선언을 했다. 2011년 박원순 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한 데 이어 이듬해 대선 때는 여성 법률가 73명과 함께 문재인 후보 지지를 공개 표명했다. 이런 사실상의 정치활동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헌법재판관에 적절하지 않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헌법재판관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헌법에 대한 철학과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이해다. 여기에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정치적 지향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9명의 재판관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추천하고, 국회 추천 몫 3명을 여야가 각각 추천토록 한 것도 이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가 추천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따지는 것 자체가 합리적 논쟁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재판관 한 명이 헌재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없는 현실에 비춰 후보자의 정치 성향을 헌재의 정치적 중립과 결부시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과거 정치인 출신이 헌법재판관을 지낸 사례도 있다. 한병채 전 헌법재판관은 민주정의당 소속의 4선 의원 출신이었고, 평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조승형 전 재판관은 국회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당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지 표명을 한 이 후보자에게 부적격 딱지를 붙이는 것은 지나친 정치공세로밖에 볼 수 없다.
설령 야당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고,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처리와 연계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된다면 청문회를 열어 철저히 검증하면 될 일이다. 헌재소장 공석 상태는 200일이 넘었다.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들어 인준 표결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비판 받아 마땅한 국회다. 다시 이 후보자 문제와 연계해 처리를 미룬다면 트집 잡기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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