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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없다” 올드보이들은 왜 정치권에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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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없다” 올드보이들은 왜 정치권에 돌아왔나

입력
2018.08.10 04:40
수정
2018.08.10 10: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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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치 구현 실패→차세대 리더 부재→올드보이 귀환’ 악순환

(왼쪽부터) 이해찬, 김병준, 손학규,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해찬, 김병준, 손학규, 정동영 의원. 연합뉴스

최근 여야 각 정당의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6070세대 원로급 정치인들이 간판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우선 이들을 대체할 만한 리더십의 부재가 표면적인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국민들이 요구하는 가치를 주요 정당들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통로가 막혀있다 보니 이를 토대로 등장해야 할 차세대 리더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결국 올드보이들의 귀환까지 불러 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치ㆍ선거제도 개혁” 전면 나선 올드보이

올드보이들의 복귀는 현 정치권의 공통적 흐름이다. 8ㆍ25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표(71) 이해찬(66) 의원이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세대교체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86세대’ 맏형격인 송영길(55) 의원이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해 ‘큰 형님’들과 경쟁 중이다.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에서는 손학규(71)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유력한 차기 당권 주자로 부상했다. 후보가 난립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손 전 위원장이 당권을 쥐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평화당은 11년 전인 2007년 여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정동영 의원을 지난 5일 당 대표로 선출했다.

보수의 몰락과 함께 당 수습에 나선 자유한국당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구원투수로 김병준(64) 비상대책위원장이 투입됐고, 다소 이른감이 있지만 차기 당권주자로도 김무성(68) 정우택(65) 의원과 홍준표(64) 전 대표 등 대부분 60대 중반 이상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과 대적할 젊은 정치인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6070을 대신할 리더십 부재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6070세대를 대신할 만한 리더십 부재를 꼽는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은 9일 “지금 등장하는 6070세대 정치인들의 경륜을 능가할 만한 젊은 리더십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주요 정당의 지도부나 이에 도전장을 내밀 후보군을 보면 이번에 등장한 6070세대를 이을 50대 리더들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당장 민주당만 해도 송 의원이 컷오프를 통과해 ‘형님’ 들과 경쟁 중이지만, 이인영 의원이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등 ‘86세대’로 대표되는 50대 리더들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한국당 역시 50대 차세대 기수로 꼽혔던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남아있던 원희룡 제주지사와 정병국 의원은 당을 이탈하면서 과거 ‘남원정’으로 대중에게 강렬하게 인식되며 큰 바람을 일으켰던 50대 리더들은 정작 정치인으로서의 정년기를 맞아 맥을 못 추고 있다. 바른미래당 역시 지난해 50대 끝자락에서 대선주자로 나섰던 유승민(60) 의원과 안철수(58) 전 의원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며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이후 바통을 넘겨받아야 할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게 손 전 위원장의 복귀를 재촉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장은 “여야를 떠나 특정 정당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현 정부와 차별화 할 수 있는 메시지 생산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여야 50대 리더군을 보면 이런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가치 실현에 실패하며 선배들에 자리 내줘

전문가들은 각 당이 추구하는 가치 구현에 실패하면서 올드보이가 귀환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당장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위원장은 이번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마지막 소명으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꿔 생각하면, 손 전 위원장의 정치 공백기 동안 바른미래당이나 그 전신인 국민의당, 바른정당에서 새 정치를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한 탓이다. 야권 관계자는 “새 정치를 강조했던 안철수 전 의원도 꾸준히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 체제에 돌입한 한국당도 당 가치와 노선 재정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탄핵 직후부터 대선 패배 이후에도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탄핵 이유와 대선 패배의 원인만 제대로 곱씹었어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저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담론 주력 급부상 2040와 간극 우려

2040세대를 중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플랫폼을 이용한 새로운 정치문화가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올드보이들의 재등장 원인을 좀더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새로운 가치 구현 실패→차세대 리더 부재→올드보이 귀환’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경우, 이 같은 프레임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2040세대와 기존 정당들의 간극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제도권 정치와 대중 정치의 괴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태근 전 의원은 “현재 우리의 정치구조를 고려하면 무엇보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온라인상의 정치담론이 현실정치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이의재 인턴기자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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