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5시40분쯤 A(26)씨는 경기 시흥시 한 아파트 3층 자택 안방에서 13개월 된 딸아이 B양을 데리고 외출하기 위해 거실로 나오다 갑작스레 딸을 향해 달려드는 애완견을 막지 못했다. 딸 목을 문 개를 정신 없이 떼어놨지만 딸은 피를 많이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지혈을 하며 119에 신고, B양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3일 만인 9일 오후 6시26분쯤 세상을 떠났다.
딸 목숨을 앗아간 개는 사고 당시 외출 중이던 남편이 결혼 전부터 키우던 진돗개다. 키가 1m쯤 된다고 했다. B양 사망 뒤 경찰이 A씨 집을 찾았을 때 안방 문틀 옆엔 거실과 격리하는 1.2m 높이 철제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베란다 쪽 거실 한편에도 둥근 모양의 플라스틱 울타리가 놓여있었으나 진돗개가 쉽게 넘나들 수 있는 0.6m 높이에 불과했다. 집안에 진돗개는 보이지 않았다.
경찰은 일단 B양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11일쯤 결과가 나오면 B양 부모를 불러 안전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으로, 아직 형사 처벌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진돗개가 외출할 때 목줄 등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맹견으로 분류돼 있지는 않은데다 사고 장소도 실내인 탓이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과태료 대상 행위로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진돗개 행방은 파악 중으로 장례 절차를 마친 뒤에나 유가족 조사가 이뤄질 듯 하다”며 “감염, 과다 출혈 등 딸의 명확한 사인이 나오면 법률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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