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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산사태로 집 62채 매몰…되살아난 대지진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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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 산사태로 집 62채 매몰…되살아난 대지진 악몽

입력
2017.06.2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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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성 마오현 신모촌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24일)한지 하루가 지난 25일 현지 구조대가 구조견과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으나(왼쪽 사진) 실종 주민 수는 아직까지 90명을 웃돌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쓰촨성 마오현 신모촌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24일)한지 하루가 지난 25일 현지 구조대가 구조견과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으나(왼쪽 사진) 실종 주민 수는 아직까지 90명을 웃돌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기 기저귀를 갈아준 뒤 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리더니 갑작스레 정전이 됐다. 불길한예감이 들어 문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진흙과 돌로 막혀 있었고 곧바로 방안으로 진흙이 밀려들어 왔다. 한참 동안 겨우 머리만 내밀고 있다가 구조됐다.”

지난 24일 새벽 중국 쓰촨(四川)성 아바 티베트ㆍ강족 자치주의 마오(茂)현 뎨시(疊溪)진 신모(新磨)촌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사태에서 구조된 챠오따솨이(喬大帥ㆍ26)는 병원에 옮겨진 뒤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산사태가 나기 직전인 오전 5시30분쯤 생후 1개월 된 아들의 울음소리에 아내와 함께 잠에서 깼는데 타박상만 입은 채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아기는 흙탕물을 들이마셔 폐렴 치료를 받고 있다. 챠오는 그러나 매몰된 집에 남겨져 실종 상태인 3살짜리 딸아이와 노부모 생각에 목이 메 말을 잇지 못했다.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6시쯤 신모촌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택 62채가 매몰됐다. 현지 정부는 1급 특대형 재난경보를 발령하고 중장비를 갖춘 수색구조팀과 소방ㆍ의료인력 등 3,000여명을 투입해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챠오 일가족 3명이 산사태 발생 5시간 만에 구조됐지만 이날 오후 6시 현재까지 추가 생존자는 확인되지 않은 채 10구의 시신만 수습됐다. 정부 부처와 관영매체는 일제히 93명의 실종자 명단을 게재했다. 당초 실종자로 분류됐던 15명은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모촌 주민들은 이전 거주지가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우려에 따라 1976년 현 거주지로 이주해 두 구역으로 나눠 살고 있었다. 다른 구역에 사는 주민 110명은 전날 밤 인근 학교로 대피해 모두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모촌 인근 지역은 산사태 발생 직후 교통ㆍ전력ㆍ통신이 모두 끊기며 40시간 넘게 외부와 고립됐으며 1,800만㎥의 흙과 바위가 마을을 덮쳤고, 2㎞의 수로가 토사에 가로막히면서 언색호(지진ㆍ산사태로 하천ㆍ골짜기가 막혀 생긴 호수)가 생겨나 2차 피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국에선 이번 산사태로 9년 전 8만여명이 사망ㆍ실종된 대지진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산사태 발생지역이 2008년 5월 대지진의 진앙인 원촨(汶川)현과 불과 40여㎞ 떨어진 데다 당시 대지진 이후 부근의 지반이 약해져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마오현에서도 대지진 당시 3,933명이 사망하고 336명이 실종됐으며 8,183명이 부상을 입는 등 피해가 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쓰촨성 산사태 참사에 대해 보고받은 후 모든 자원을 동원해 생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고, 사고 현장에선 왕둥밍(王東明) 쓰촨성 서기가 직접 구조를 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1일 이후 중국 대부분 지역이 증수기(增水期)에 접어들면서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화한 상태이고 현지에 추가 비 예보도 있어 수색 작업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쓰촨성 산사태 직전 울어 부모를 구한 생후 1개월짜리 아기가 병원에 도착한 모습. 신랑망
쓰촨성 산사태 직전 울어 부모를 구한 생후 1개월짜리 아기가 병원에 도착한 모습. 신랑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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