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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패닉… 세계가 불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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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패닉… 세계가 불확실해졌다

입력
2016.11.0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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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가장 우선에 둔다"

경선 과정서 고립주의 천명

한·일 유럽 동맹 재조정 등

反세계화 흐름 가속화 전망

도널트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새벽 뉴욕 맨해튼 중심가 힐튼 미드타운 호텔 연회장에서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 당선인, 막내 아들 배런(오른쪽)과 함께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도널트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일 새벽 뉴욕 맨해튼 중심가 힐튼 미드타운 호텔 연회장에서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 당선인, 막내 아들 배런(오른쪽)과 함께 당선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FP연합뉴스

전세계가 ‘트럼패닉(트럼프+패닉)’에 빠졌다. ‘아웃사이더’ ‘이단아’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이변이다. 일부에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보다 더 강한 충격파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미국 우선을 외치며 고립주의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세계질서가 불확실성의 바다로 빠질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고립주의 시대의 도래

트럼프 당선인은 경선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나의 계획은 미국을 가장 우선에 둔다는 것이다. 즉, 글로벌리즘이 아닌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신조가 될 것이다”고 선언하면서다. 그러면서 멕시코 장벽 설치와 이슬람 배격 등의 대외정책으로 고립된 미국을 천명했다. 통상 분야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및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포함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하면서 강력한 보호주의 색채를 드러냈다. 미국을 전세계 질서에서 격리시키겠다는 선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이어 반세계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시킬 공산이 크다. 영국이 도버해협을 넘어 밀려들어오는 이민자에 대한 공포 때문에 전세계의 기대와 달리 브렉시트를 선택했듯이 트럼프도 반이민주의에 편승해 대권을 거머쥐었다. 트럼프의 말처럼 이제 세계화의 시대는 저물고 바야흐로 탈세계화, 신고립주의 시대가 만개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세계 경찰’ 을 자임했던 미국의 역할과 기능 변화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의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포함된 유럽 동맹국을 향해서도 방위비 분담을 강하게 주문했다. 트럼프가 동맹 재조정의 공약을 밀어붙인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진영 동맹의 구심력은 그만큼 이완될 수밖에 없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대외정책의 특징을 동맹에 대한 반감 및 자유무역 반대 등으로 요약하면서 “미국의 자유주의 강대국으로서의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제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월 2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제 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월 2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할 당시의 모습. AP=연합뉴스

불확실성 심화하는 세계질서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국은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우선 미국과 유럽의 안보동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경선과정에서 “미국은 더는 유럽 국가를 공짜로 보호할 수 없다”며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지적한 점을 감안하면 유럽에서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향해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치켜들면서 미중 관계의 격랑도 예상된다. 내년 말 19차 당대회를 통해 2기 체제를 출범시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형 대국 관계’ 드라이브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이익 우선주의는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중 간 무역마찰은 물론, 남중국해 분쟁 등의 격화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심화할수록 중국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미국을 등지고 중국과 손을 잡으려는 마당에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미국에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러 관계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호적 관계를 감안할 때 미국이 유럽에서 발을 빼는 동안, 러시아가 유럽에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또 트럼프가 시리아 내전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중동지역의 질서재편도 불가피해진다.

“예측불가능성이 더 걱정”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세계질서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미국 민간정보연구소 스트랫포는 트럼프 당선 직후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승리는 민주주의뿐 아니라 기존 국제정치학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와 그를 뒷받침할 공화당 의회의 승리로 미국의 외교정책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의 승리를 ‘서구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했고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IISS) 다나 앨런 수석연구원은 ‘서방 해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제시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실제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고삐를 강화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안정된 시스템에 의해 제어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단번에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의회의 인준 없이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는 조언을 한 바 있다.

김정곤 국제부장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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