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33명이 2필지 분할 매입
“명의 빌려준 것” 실정법 위반 의혹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도시개발사업 시행사가 이른바 ‘지분 쪼개기’ 수법을 동원, 수천 억대 PF(project financing) 자금을 대출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14일 본보가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2006년 7월5일 내곡동 37Ⅹ-14Ⅹ번지 27㎡를 A씨 등 11명이 5,719만원을 들여 2.45㎡(0.74평)씩 매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씨 등 22명도 같은 날 모두 1억591만원을 주고 인근 3Ⅹ4-9Ⅹ번지 50㎡를 2.27㎡(0.69평)씩 분할해 사들였다.
A씨 등 33명은 당시 우리강남프로젝트파이낸싱(PVF)에 참여한 회사들의 임직원들이었다고 한다. 우리강남PFV는 삼부토건㈜와 동양건설산업㈜, 아르웬㈜ 등이 구성한 PFV로, 대표는 아르웬의 황모씨였다.
삼부토건 직원이었던 B씨는 토지를 거래한 이유에 대해 “회사에서 한 것이라 나는 잘 모른다”면서 “내 명의를 쓴다는 것에는 동의 해줬다”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에 B씨와 같이 이름을 올렸던 삼부토건의 전 직원 역시 “부서에서 사업상 진행했던 프로젝트”라며 답변을 꺼렸다. 업체들이 직원들 명의를 빌려 땅값을 지급,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자투리땅을 이렇게 PFV 관련회사 직원 33명이 매입하고 난 일주일 뒤인 같은 해 7월12일 PFV는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PF자금 3,900억원을 대출받는데 성공했다. 42%(168명 중 71명)에 불과하던 토지매도 동의자수가 51%(201명 중 104명)로 PF대출 기준(50%)을 넘겼기 때문이다. 현재 이 PF대출금 상당액은 부실채권으로 전락한 상태다. 회수금은 고작 1,200여억원에 불과하고 수 차례 헐값에 매물로 나왔으나 팔리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PF대출 담당자들이 퇴직해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시행사 대표였던 황씨는 “해당 직원들에게 상여금 명목으로 땅값을 지급하고 그 직원들이 땅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법무법인 자문도 거쳤다”고 해명했다.
황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최순실씨 일가를 17년간 보필해 ‘독일 집사’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49ㆍ한국명 윤영식)씨 측에 3억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헌인마을이 국토교통부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지정되도록 청탁을 해주는 대가였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