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윤주 기자

등록 : 2017.07.05 15:31
수정 : 2017.07.10 18:44

[컬처피디아] 펜으로 쓱쓱 그린 허영만 일기장 한번 보실라우

‘허영만의 만화일기’ 출간... "마음가는대로 그린 그림으로 9권까지 낼 것"

등록 : 2017.07.05 15:31
수정 : 2017.07.10 18:44

인생 같은 만화를 그리다가 만화 같은 인생을 살아온 70세 현역 허영만 화백은 최근 ‘마감 없는 만화를 그리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넉 달쯤 놀고 나니 불안해지더라”며 다시 마감 인생을 살기로 한 그는 내달부터 주식 만화를 연재한다. 시루 제공

6년 전부터 틈틈이 수첩에 그려

손자에 대한 사랑 등 소소한 일상

“간단한 그림 좀 그리면 안됩니까”

선 굵은 전작들과 그림체가 달라

내달부터 주식만화 연재도 시작

“고은 선생의 ‘바람의 사상’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선생이 탄압받던 유신 때 를 일기로 쓴 것인데, 참 재미있더라고요.

고 선생은 글을 잘 쓰시니까 일기를 글로 썼고, 그렇다면 나는 만화로 일기를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은 전부터 시작했는데, 본격적으로 일기를 쓴 건 2011년 무렵부터죠.”

만화 ‘각시탈’과 ‘타짜’, ‘식객’ ‘날아라 슈퍼보드’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낸 허영만(70) 화백이 자신의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한 ‘허영만의 만화일기’(시루 발행)로 돌아왔다. 소소하고도 특별한 하루하루를 기록한 시리즈는 5일 1, 2권 동시에 출간됐다.

허 화백은 이날 서울 종로에서 열린 책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이번 시리즈를 “나 혼자 좋아서 그리고 쓴 것들”이라며 “독자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 일방적인 것 같아서 좀 망설였다. 주변에 회람을 시켜봤는데 다행히 다들 재미있어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청탁을 받은 일감이 아니지만, 마음 가는 대로 그리는 작업이 “그렇게 재미있었다”고 덧붙였다.

일기 쓰듯 그려 모은 수첩만 지금까지 36권. 신간은 너덜너덜한 수첩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던 허영만 화백의 내밀한 일상과 생각을 모았다. 이번에 선보이는 1ㆍ2권은 각각 2011년 6월부터 2013년 3월까지, 2013년 4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수첩의 기록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1권에서는 ‘만화일기’ 시리즈를 둘러싼 열정 넘치는 모습과 취재 여행의 에피소드를, 2권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고뇌와 염려, 허 화백 특유의 동심을 담았다. 작가 자신과 가족, 친구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만화에 대한 꼿꼿한 신념과 철학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가족과 손자를 향한 진득한 사랑, 친구와 주변 사람을 대하는 따뜻하고도 유쾌한 시선, 술과 여행, 골프 등의 취미생활로 이어진다. 작가는 “지금 분량으로 내년 3월까지 9권을 낼 계획”이라며 “내 수첩엔 ‘19금’ 이야기도 있는데 그건 따로 모아서 별책으로 내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도 했다.

신작 '허영만의 만화일기' 속 한 장면. 취재와 집필, 지인들과 얽힌 에피소드에는 노 화백의 열정과 고뇌가 담뿍 담겨있다. 시루 제공

이전 허 화백의 선 굵은 작품에 익숙한 독자들은 이 책을 펼친 순간 적잖이 당혹스러울 수 있다. 일상을 수첩에 바로 바로 옮겨 그리다 보니 어떤 장면은 출판사의 설명처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필치로 괴발개발 흐트러져” 있다. ‘만화일기’ 서두에 작가 스스로 이렇게 밝혔다.

‘성의가 없다고 욕하시는 분이 있을까봐 양해 말씀 드립니다. 책상에서, 전철에서, 택시에서, 자리를 가리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그리니까 그림이 정성을 놓칠 때가 많지요. 그리고! 나도 가끔 간단한 그림쯤 그리면 안 됩니까?’

떠오르는 생각과 일상을 바로 그리다가 2년 전쯤부터 메모를 한 후 다시 수첩에 그리면서 그림이 깔끔해졌다. 거친 대로, 깔끔한 대로 각자 다른 맛이 나온다. 작가는 “(출간 계획 없었던) 전에는 연필로만 그렸는데, 나중에 책을 내야 하다 보니 그린 것에 잉크 작업을 또 했다”며 “펜으로 그림을 시작한 후에는 그림체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허 화백은 “만화일기는 죽을 때까지 그릴 것이고, 그려지는 대로 다른 후속작도 낸다”는 계획이다. 그는 “물론 책이 팔려야 계속 낼 수 있다”며 “책을 안 읽는 시대라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컴퓨터 펜으로 만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이번 ‘만화일기’는 모두 펜으로 그렸다. 그는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2,000원짜리 미쓰비시 수성펜을 보여주면서 “쓱쓱 그리는 맛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앞으로도 펜으로 그릴 생각이라고 했다. 컴퓨터 대신 펜을 좋아하는 이유는 “컴퓨터에는 고통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란다.

1974년 데뷔해 40여간 활동한 자신의 ‘만화인생’을 자평해 달라는 요청에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좋았던 때 나빴던 때도 있었지만, 평생 한 가지 직업으로 살았다는 게 고맙습니다. 그림 재주가 있다는 것도 고맙습니다. 나를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도 정말 고맙습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100세 때도 그림을 그리겠다는 허 화백은 8월 인터넷서점 예스24에 새로 주식 만화 ‘3000만원’(가제)을 연재할 계획이다. “자비 3,000만원을 들여 주식투자대회 수상자인 개인투자자 3명, 시스템 투자회사, 투자자문사 등 총 5명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투자를 하고 그 기록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도엽 인턴기자(경희대 정치외교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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