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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겨울밤 과메기

입력
2017.01.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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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읍 창포리 바닷가에 척척 널린 청어 과메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덕읍 창포리 바닷가에 척척 널린 청어 과메기.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학생 조카는 화들짝 놀랐다. “갈매기로 과메기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고요?” 포항에서 나고 자란 아이가 그런 소리를 하다니 내가 더 놀랐다. “포항 바다엔 갈매기가 많잖아요. 그래서 난 갈매기로 과메기를 만드는 줄 알았죠.” 하기는 나도 스무 살이 넘어서야 과메기가 꽁치로 만든다는 걸 알았으니 조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처음 과메기를 한 젓가락 집고는, 기름이 반들반들한 이걸 어떻게 입에 넣고 꿀떡 삼키나, 한참 고민했다. 눈 딱 감고 소주 한 잔 먼저 들이켠 후 우물우물 씹었던 기억이 난다. 과메기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친구를 데리고 마포의 한 과메기집에 갔을 때 쌈 한 점을 받아먹은 친구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바다 맛이 날 줄 알았는데. 왜 해물탕을 먹으면 바다 맛이 나잖아. 그런데 과메기에서는 바람 맛이 나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친구의 대답이 더없이 정확했기 때문이다. 겨울이면 포항에서 구룡포를 지나 영덕까지의 해안선은 과메기 덕장들로 가뭇하게 줄을 그어둔 것 같았다. 푸르고 투명했던 꽁치의 등은 겨울바람에 얼었다 말랐다 반복하며 까맣게 그을었다. 붉은 속살에서는 맑은 기름이 뚝뚝 떨어졌고 갈매기들은 꽁치 내장을 얻어먹느라 바삐 날아다녔다. 빨래처럼 척척 널린 과메기들은 흰 파도가 빵 부스러기처럼 뿌려주는 겨울바람을 고스란히 맞고 서 있었다. 그러니 과메기에서 바람 맛이 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언니가 보내온 과메기를 어젯밤 돌미역에 싸서 먹었다. 입술이 반들반들해졌다. 지인들에게 전하는 신년 인사를 나는 과메기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는 편인데 올겨울에는 건너뛰었다. 과메기 철이 다 끝나기 전에 몇몇에게라도 보내볼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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