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8.04.05 04:40

[헬로! 아세안] 우버, 그랩에 동남아 사업 넘겨… 수백만 기사들 ‘이직? 전직?’ 혼돈

등록 : 2018.04.05 04:40

<3> 차량호출서비스 시장 격변

그랩, 고용승계 약속했지만

기사들은 “수수료 인상” 우려

소프트뱅크 독주 체제에

각국은 “요금 올릴라” 감시

세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 업체인 우버(Uber)가 동남아 사업을 그랩에 매각하고 철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베트남 호찌민 시내의 그랩센터에서 한 직원이 신규 등록을 위해 센터를 찾은 우버 기사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 3일 차량호출 서비스 그랩(Grab) 베트남지사가 있는 호찌민 시내의 한 빌딩.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우버(Uber) 유니폼을 입은 기사들이 ‘적진’과 다름 없는 초록색 선명한, 그랩 등록센터로 줄줄이 들어섰다. 더러는 곧 사라지게 될 우버 유니폼이 멋쩍었는지 밖에서 재킷을 벗은 뒤 안으로 향했다.

등록을 마친 이들이 이어 찾은 곳은 신입기사 교육장. 100명 가까운 예비 그랩 기사들이 어플리케이션 사용법과 고객 응대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랩 직원 푸엉 홍(23)씨는 “며칠 사이 기사 등록자가 2, 3배 급증했다”며 “교육을 위한 강의실을 위층에 추가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랩에 등록하기 위해 호찌민 그랩센터를 찾은 우버 기사가 사무실로 들기 전 그동안 입던 우버 재킷을 벗고 있다.

혼돈의 시장

지난달 26일 미국의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우버가 동남아 사업을 경쟁사 그랩에 넘기기로 하면서 이 지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우버의 결정에 따라 동남아 일대 수 백 만명의 우버 기사들이 하루 아침에 이직 또는 전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수료와 함께 고용 승계 방침은 내려져 있지만, ‘경력’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게 제일 큰 이유다.

호찌민 시내 우버모토(오토바이) 기사인 호앙 민(28)씨는 “1년 이상 우버 운행을 뛰면서 쌓은 운행기록과 신용도(별점)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게 생겼다”며 “더 높은 수수료를 내고 계속 이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차량을 할부로 구입해 우버를 뛰던 일부 기사들은 차를 매각하고 일반 택시회사를 선택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앞서 일요일이던 지난 1일 싱가포르 그랩센터도 그랩 운행 등록을 위한 기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현지 스트레이트 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신밍의 미드뷰시티 비즈니스센터 옥외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에어컨 텐트와 사무실에는 적어도 400명의 기사들이 몰렸다. 우버X(승용차) 기사로 1년째 뛰고 있는 레이먼드 매시(37)씨는 “모든 것은 결국 돈 문제다. 우버는 일정 운행횟수를 채우면 리베이트나 인센티브를 줬다”고 말했다. 독과점 체제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될 것이란 뜻이다. 우버의 철수로 동남아 차량호출서비스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게 된 그랩은 신규 등록 규모 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그랩 신규 기사로 등록하기 위해 3일 베트남 호찌민 시내 그랩센터를 찾은 우버 유니폼의 한 기사(가운데)가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다.

커지는 우려

업체가 떼가는 수수료는 기사들의 경력과 이용객들이 매긴 ‘별점(5점 만점)’에 따라 다르다. 현재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베트남의 경우 우버 기사들이 내는 수수료는 수입의 20% 수준. 하지만 이들이 그랩으로 옮겨가면 중개 수수료 25%와 3.6%의 개인소득세 등 수익의 28.6%를 떼줘야 한다. 태국개발연구소(TDRI)는 “앞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unaffordable level)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랩이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됨에 따라 수수료는 이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해 과잉 공급 경향을 보이는 파트너 기사 수 감축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호출서비스는 각국에 적지 않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교 4학년생인 빈 르엉(23)씨는 “그랩이 있어서 취업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차량호출서비스 시장은 일본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우버에 92억5,000만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한 데 이어 그랩, 올라캡스(인도), 디디추싱(중국) 등에 350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CNBC는 “이번 동남아 시장 빅딜은 소프트뱅크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동남아 시장에서만큼은 소프트뱅크 독주체재를 갖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남아 각국은 그랩의 반독점 행위 여부에 대한 감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 말레이시아 경쟁당국이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에 앞서 싱가포르도 경쟁체제 붕괴로 요금 인상 등의 가능성을 들어 우버의 동남아 사업 매각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그랩에 대해 대중교통사업자로 등록할 것을 요구했다. 이 경우 당국은 관련 규정을 적용, 그랩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지만 그랩은 회사가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사업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버가 동남아 시장 철수 계획을 밝히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우버 기사들이 고젝 라이드로 등록한 뒤 헬멧과 유니폼을 받아가고 있다. 스트레이트 타임즈

뜀박질 ‘고젝’

혼란을 틈타 인도네시아의 토종 차량호출서비스 업체 고젝(Go Jek) 등은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필리핀을 시작으로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 역내 국가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를 중심을 다양한 배송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성장했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싱가포르에선 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에 주력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우버가 철수를 공식화 하자 재빠르게 우버 기사들을 자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세워 그랩과 경쟁하고 있다. 나디엠 마카림 고젝 최고경영자(CEO)는 우버와 그랩의 합병 관련, “더 적은 선수들이 순조롭게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고젝의 시장 확대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호찌민=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베트남 호찌민 시내에서 승객을 태우고 달리고 있는 우버모토. 앞으로는 동남아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다.

3일 호찌민 시내 한 대형 마트 앞에서 그랩 기사들이 물건 배송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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