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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혁신도시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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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혁신도시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입력
2017.09.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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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한 혁신도시 공기업 앞에 입주기관 직원들의 서울 출퇴근용 수송을 위해 늘어선 관광버스들. 한덕동 기자
충북지역 한 혁신도시 공기업 앞에 입주기관 직원들의 서울 출퇴근용 수송을 위해 늘어선 관광버스들. 한덕동 기자

일본 관료 출신으로 이와테현 지사, 총무장관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30년 이내에 일본의 지자체가 1,700여개에서 896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일본소멸’이라는 보고서를 2014년 발간,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도쿄 일극(一極) 중심이 초래하는 인구급감’이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초거대 도시 도쿄가 일본 전역의 인구를 흡수해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는 내용이다. 인구의 블랙홀이 된 도쿄 역시 지방 인구 감소로 젊은 층의 유입이 막혀 초고령 사회로 치닫고, 결국 도쿄의 규모도 축소돼 일본은 파멸로 치닫는다는 것이 골자다.

보고서의 충격적 내용을 흘려 넘길 수 없는 것은 한국이 일본보다 빨리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연구원이 이 보고서에서 조사한 방식을 한국에 대입했더니 한국 역시 30년 이내에 지자체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물론 이런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거라는 연구 결과와 이에 대한 대안을 다룬 내용도 여럿 있었다. 대부분 연구에 머문 채 현실에서 빛을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누구나 알 듯, 지방의 인구가 늘어난다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법은 녹록지 않다. 일부 지자체가 양육비나 출산지원금을 대폭 지원하는 방법으로 인구 늘리기에 나서는 사례가 있지만, 획기적인 인구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참여정부 시절 조성에 들어간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는 정부가 직접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대안으로 내놓은 가장 현실적이고 불가역적인 접근법이었다. 정부 기관은 행정도시로 이전시키고, 200여개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분산 배치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끌어들여 수준 높은 정주 여건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도시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기획한 포럼 ‘혁신도시 10년, 내일을 묻다’의 일환으로 다룬 시리즈 기사 등을 통해 본 혁신도시의 현실은 사뭇 달랐다. 혁신도시가 조성된 지역과 구도심과 새로운 지역 불균형 문제가 부각되는가 하면, 미흡한 정주 여건 탓에 가족을 서울이나 수도권에 두고 혼자 근무하는 이른바 ‘혁신기러기’만 늘어났다. 지방 소도시에 자리잡은 혁신도시의 공기업 등에 수도권대 출신의 고용이 늘어나 지역 인재 활용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혁신도시 조성 지역들이 부동산 광풍에 노출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이런 배경에는 정권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혁신도시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진 탓도 분명 있다. 지자체의 무관심과 비전의 부재, 혁신도시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이 제시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기업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거 여건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지역 인재의 능력이 서울과 수도권 청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이를 외면한다면 해결책은 요원하다.

이런 현실조차 모두 혁신도시 내부의 문제이고, 이를 해결해야 할 주체 역시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족할 만한 주거 여건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서울과 수도권을 능가하는 도시로 발전시켜야 하는 책임감도 그들의 몫이다. 혁신도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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