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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 틈타 재산 노리는 불효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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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후견제 틈타 재산 노리는 불효자식들

입력
2015.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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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시대 치매 노인 늘면서

도입 2년간 전국 4880건 접수

일부 자식들 법 악용 사례 많아

법원, 피후견인 의사·복리 등

후견인 인정에 까다로운 대처

재산이 400억~500억원 대인 중견기업 대표 A씨의 자녀들은 “아버지가 후견인을 둘 필요는 없다”는 법원 결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녀들이 치매로 인해 기업경영 능력을 상실한 A씨를 대신할 법적 대리인이 되겠다며 낸 ‘성년후견’ 청구가 기각된 것이다.

고령화로 치매 노인 수가 증가하면서 ‘성년후견제’를 이용해 부모의 재산을 대신 관리하려는 자식들이 늘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과 사무처리가 어려운 성인이 가정법원의 후견인 선임으로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받게 하는 제도로 2013년 7월 도입됐다. 성년후견 청구건수는 올해 1~9월에만 전국에서 2,180건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1,974건)를 넘어섰다. 도입 이후 올 9월까지 총 4,880건이 접수됐는데, 그만큼 법원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가족 재산 문제가 많다는 의미다.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치매설까지 나온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성년후견제에 적용될 수 있는 사례로 꼽히면서 관심은 더욱 커져 있다. 실제 고령의 아버지가 일군 회사와 평생 모은 재산을 “대신 관리하겠다”며 후견인이 되길 자청하는 자식들은 고령화 시대의 드물지 않은 풍경이다. 법원도 이런 추세에 대응하며 ‘불효자식’을 걸러 내기 위해 피후견인의 의사와 복리에 초점을 두고 성년후견 인정에 까다롭게 대처하고 있다. 때문에 A씨의 자녀들처럼 성년후견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특정 친족이 성년후견인이 되어 법을 악용하는 걸 막도록 피후견인과 친족,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를 모두 듣고 후견개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먼저 자녀 중 누가 후견인으로 적합할지 살피고, 자녀 간 재산다툼 소지가 있을 경우 직권으로 변호사나 법무사 등 제3자를 후견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후견인으로 지정됐다고 해도 지출에 대해 꼼꼼히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성년후견제는 한정ㆍ금치산제 제도를 폐지하고 2013년에 처음 도입됐다. 유형으로는 치매 등 정신적 제약으로 일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가 대상인 성년후견, 일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해당되는 한정후견, 일시적 후원이나 특정사무 도움이 필요할 때 적용하는 특정후견이 있다. 그리고 정신이 건강하지만 장래 판단력이 흐려질 때를 대비해, 법원 개입 없이 개인 간 계약을 맺는 임의후견이 있다. 이현곤 변호사는 “피후견인의 잔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거 금치산제와 달리 성년후견제는 본인의 능력을 전제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으로 입법 철학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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