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서 통해 공짜 ‘뇌물 주식’ 수수 인정
조양호 내사종결 후 처남회사 한진서 일감
檢, 김정주 넥슨 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005년 넥슨으로부터 4억원을 받아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인 뒤, 이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넥슨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했으나, 이후 모두 갚았다”는 지금까지의 해명과는 달리 대학 동창인 김정주(48)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 측에서 해당 주식을 공짜로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은 13일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주변에서는 진 검사장이 이미 뇌물죄의 공소시효(10년)가 지난 점을 노리고 이러한 사실을 인정, 자신의 또 다른 비위 의혹을 감추는 ‘물타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진 검사장은 14일 오전 10시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기로 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재직했던 2009년 9월쯤, 조양호(67) 한진그룹 회장의 부동산 차명거래 및 탈세 의혹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 조 회장이 2002년 11월 선친으로부터 증여 또는 상속받은 경기 용인시 토지 10여필지를 타인 명의로 관리하다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순차적으로 매각,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듬해 3월쯤 돌연 이 사건을 내사 종결 처리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진 검사장이 처리한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한 부적절한 거래 정황을 포착했다. 내사 종결 4개월 후인 2010년 7월 진 검사장의 처남 강모(46)씨 명의로 설립된 B사에 대한항공ㆍ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계열사 두 곳이 청소용역계약을 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B사는 지난해 말까지 이들 회사에서 매월 2억원씩, 총 134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99%다. 전날 검찰은 진 검사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B사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특히 검찰은 진 검사장의 아내(41)가 B사와 빈번하게 금전거래를 하는 등 이 회사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볼 만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진그룹 내사 종결과 처남 회사 일감 제공 사이에 대가관계가 성립하면 진 검사장에게 뇌물수수 또는 제3자뇌물수수죄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측이 신생 업체인 B사와 용역계약을 맺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그룹 내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날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입자금의 성격을 “김 회장한테 그냥 받은 것”이라고 실토한 게 이와 관련돼 있지 않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진 검사장에게 ‘126억원 주식 대박’의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