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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운명 가를 영장판사들 '마지막 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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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운명 가를 영장판사들 '마지막 결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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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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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인사 앞두고 사실상 ‘최 게이트’ 마지막 과업

특검 ‘대통령 뇌물죄’ 입증 성패는 이들의 손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류효진기자

늦어도 17일 새벽엔 결정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최대 분수령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계산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판단 아래, 한 달 만에 재청구된 이번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할지 기각할지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그룹의 희비는 극명히 갈릴 전망이다. 특히 오는 28일 수사기한이 끝나는 특검 입장에선 이 부회장 구속이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이라는 수사 최대 목표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다.

특검과 삼성그룹 못지 않게 피 마르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이 바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인일 터(▶관련기사). 이번 영장심사 담당자인 한정석(40ㆍ사법연수원 31기) 판사와 조의연(51ㆍ사법연수원 24기)ㆍ성창호(45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특검이 출범한 지난해 12월 이래 줄곧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사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며 주목 받았다. 특히 지난달 19일 조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을 땐 격렬한 찬반 논쟁의 복판에 서야 했다. (▶ 관련기사)

‘법관 개개인이 독립된 재판부’라는 원칙에도 불구, 결정의 일관성을 위해 주요 사건은 영장전담 판사 간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이 관행으로 알려지면서 세 사람을 ‘운명 공동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들이 특검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영장을 발부한 인사는 ▦박 대통령-삼성그룹 뇌물 커넥션 관련 1명(문형표)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특혜 입학 관련 5명(최경희 이인성 남궁곤 김경숙 류철균)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5명(김기춘 조윤선 김종덕 정관주 신동철) ▦의료농단 관련 1명(박채윤) 등 모두 12명. 반면 이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재청구 땐 발부),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지난해 2월부터 나란히 영장전담 판사를 맡고 있는 이들은 모두 오는 20일 법원 정기 인사를 통해 근무지를 옮길 예정이라, 이번 이 부회장 구속영장 심사는 세 판사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수행하는 마지막 과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운 영장전담 판사 3인의 면면을 살펴봤다.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심사해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 왼쪽부터 조의연 부장판사, 성창호 부장판사, 한정석 판사.
‘최순실 게이트’ 연루자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심사해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들. 왼쪽부터 조의연 부장판사, 성창호 부장판사, 한정석 판사.

● 한정석 판사

이 부회장 구속 여부 결정의 중책을 맡게 된 한정석 판사는 나이와 연수원 기수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중 가장 후배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육군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수원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김천지원, 수원지법 안산지원을 거쳐 2015년부터 다시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는 20일 인사 땐 제주지법 부장판사로 승진 전보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 이름처럼 ‘정석’에 충실한 법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하고 성실한 스타일로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는 평이다. 연수원 동기 중 나이가 어린 편인데도 법원 내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를 맡은 것도 그에 대한 조직의 신망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판사는 영장전담 판사를 맡아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의 진경준 전 검사장, ‘스폰서 검사’ 사건의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할 당시엔 최순실씨,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핵심 피의자의 구속영장이 한 판사의 결정으로 발부됐다. 특검 출범 이후엔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의 구속영장은 발부한 반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땐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 조의연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중 최선임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2년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한 그는 1998년 대구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인천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조 부장판사는 법리를 꼼꼼히 따지는 원칙주의자로 평가 받는다. 기록 검토를 워낙 철저히 하는 터라 그가 맡은 영장심사 결과가 가장 늦게 나오는 편이라고 한다. 지난 1월 이 부회장에 대한 1차 영장 청구 땐 오전 10시30분 실질심사를 시작한 뒤 다음날 새벽 5시50분에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에 맡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속영장 청구 건 역시 실질심사 다음날 새벽 4시가 다 돼서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석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조 부장판사가 발부했다. 특검 출범 후엔 구속영장이 청구된 15건(최경희 전 총장은 2건) 중 8건의 심사를 맡았는데, 이 중 이 부회장과 김상률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에게 이화여대 입학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피의자 심문을 맡았던 성창호 판사는 15일 새벽 "추가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뉴시스
'비선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에게 이화여대 입학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 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는 모습. 피의자 심문을 맡았던 성창호 판사는 15일 새벽 "추가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뉴시스

● 성창호 부장판사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1993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법, 수원지법 등에서 풍부한 재판 경험을 쌓았다.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 대법원장 비서실 판사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도 거친 그는 균형 감각이 뛰어나고 법 이론에도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서 지난해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 수사 과정에서 청구한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홍만표 전 검사장,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도 성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지난해 9월엔 고 백남기씨의 부검영장을 발부하며 주목 받았다.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경희ㆍ김경숙ㆍ류철균 등 정유라 입학 비리와 연루된 이화여대 교수들 역시 성 부장판사의 결정으로 철장 신세를 지게 됐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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