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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무사, 군 미필 민간인 SNS까지 사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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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무사, 군 미필 민간인 SNS까지 사찰했다

입력
2017.09.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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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ㆍ시민단체 활동 대학생들 대상

前 부대원 “게시글 정리해 보고” 폭로

기무사 홍보동영상 캡처
기무사 홍보동영상 캡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현역 군인은 물론 군 미필(未畢) 민간 남성들을 전방위로 사찰해 왔다고 전직 기무부대원이 폭로했다. 이 전직 부대원은 대학 학생회나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이 작성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 글을 상시적으로 확인하고 수집, 등급별로 나눠 관리해왔다고 증언했다. 정치나 군사 이슈가 발생했을 경우 인터넷 동향, 특히 네티즌 댓글을 집중 분석해 보고하는 일도 주요 임무였다고 했다.

본보는 8일과 10일, 13일 총 세 차례에 걸쳐 기무사의 한 예하부대에서 복무한 A씨를 인터뷰했다. 전역 후 평범한 대학생으로 현재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20대 군 미필 남성과 현역 군인 SNS를 염탐하는 일을 맡았다”며 “정부 비판 등 문제가 되는 글을 발견하면 캡처를 해 작성자 이름, 작성일 등을 문서로 정리해 보고하는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기무사 예하 2○○부대 소속으로, 박근혜 정부 말기에 복무했다. 방산 비리와 테러 관련 정보 수집 등 업무 목적에 따라 10~15명으로 꾸려진 3개 팀이 있었는데, 이 중 군사 동향 파악을 주로 하는 1팀에 속했다. 1팀은 기무사 본부의 1처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대원 대부분이 국내외 명문대를 다니다 이념 성향에 대한 엄격한 면접을 거친 뒤 들어왔다”라며 “군사데이터분석센터라 불리던 부대 이름은 보안상 이유로 수시로 바뀌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은 주로 대학교 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현역 군인은 물론 미필 남성으로 추정되는 이를 찾은 뒤, 이들이 올린 게시물과 개인 정보를 취합해 보고했다. 수도권이나 지방 주요 대학은 이미 관련 명단이 상당수 쌓여 있어 새롭게 추가되는 인물이 있는지를 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개인 계정이 비공개로 돼 있어 신상 파악이 어려울 경우에는 가짜 계정을 이용해 친구 추가를 한 뒤 정보를 캐냈다”라며 “10개가 넘는 가짜 계정을 팀원들이 다같이 공유했다”고 고백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나 세월호 관련 등 주요 시민단체 페이지도 주기적으로 방문,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을 살피는 일도 주요 임무였다.

A씨는 “(학생들을) 반정부 성향에 따라 A~D 등으로 등급을 나눠 관리했다”고 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특히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많이 올린 사람일수록 등급이 올라간다는 것. 그는 “서울 K대 총학생회장 B씨나 국정화 교과서 반대 글을 자주 올린 서울대 학생 등이 A급으로 분류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여기에 병사들에게는 ‘고급 정보’를 가져올 때마다 포상이 제공됐다. A씨는 “A급을 찾아내면 1박2일 휴가, B~D급을 찾아내면 그에 상응하는 상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비방 댓글은 무조건 수집 대상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등과 관련한 게시 글은 눈에 띄는 대로 캡쳐해서 올렸다”는 게 A씨 얘기.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발생할 때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각종 언론 보도 댓글을 집중 분석, ‘VIP 비난’이나 ‘VIP 옹호’ 등으로 분류해 보고해야 했다. 이를 근거로 간부들이 ‘몇 %가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 등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 A씨는 “이 중 상당수가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안다”며 “간부들이 종종 BH(청와대)로 보고가 올라갔다면서 칭찬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부대 전입 전후로 “정보 취득 방법이 합법적“이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킹 등 불법으로 취득한 게 아니라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수집하는 거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페이스북 가짜 계정으로 친구 추가를 하는 경우도 상대방이 수락을 해야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미필 남성 등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과 관련해서도 “어차피 군에 들어올 사람들이기 때문에 관리 대상인 건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듯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는 ‘비밀 엄수’가 강조됐다. 전역 전 군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외부에 누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특정 상황을 가정한 행동지침도 내려졌다. A씨는 “휴가 때 부모가 ‘군대에서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청소하고 커피 탄다’고 답하라고 교육 받았다”고 밝혔다. 또 “입대 초기 비밀 엄수에 대한 교육만 일주일 내내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 관계자는 “군 기강, 보안, 방첩, 테러 등 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공개 첩보를 수집한 바 있지만 미필 남성 정보까지 수집한 적은 현재 확인한 바로는 없다”고 밝혔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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