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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은 추락, 팝송은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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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은 추락, 팝송은 '날개짓'

입력
2017.12.05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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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의 인기를 앞세워 거침없어 보이던 아이돌그룹이 정작 국내에선 외면 받고 있다. 한때 각광 받던 래퍼들은 몰락했고, 대신 팝송의 역습이 시작됐다. 인공지능(AI) 스피커 출시 경쟁은 음원 시장에 파장을 예고했다. 음원 소비량으로 돌아본 올 가요계 모습이다.

톱10에 트와이스만… 보이그룹은 ‘전멸’

본보가 4일 국가 공인 가온차트에 의뢰해 2017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멜론, 벅스, 엠넷 등 6개 주요 음원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재생(스트리밍)된 노래 10곡을 뽑아 보니, 보이그룹은 단 한 팀도 없었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낙낙’으로 9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아이돌그룹 통틀어 유일했다. 미국을 흔든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엑소, 세븐틴, 갓세븐, 워너원, 여자친구 등이 줄줄이 새 앨범을 내 가요계를 달궜지만, 이들은 음원 성적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팬덤 중심으로 소비 시장이 형성된 음반 시장과 달리, 음원 시장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아이돌그룹의 노래 대부분이 보편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음원 차트에서 아이돌그룹의 부진은 최근 7년과 비교하면 유례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3곡에서 최다 6곡까지 톱10에 올라 차트의 최강자로 인정 받던 아이돌그룹 음악이 올해 1곡으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올해 K팝 시장은 한마디로 ‘노잼’”이라고 평했다. 실험 정신뿐 아니라 대중성에서도 음악적으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낸 ‘실속 있는’ 노래를 찾아볼 수 없어서다.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정통 힙합 음악의 약세도 뚜렷했다. 래퍼들이 부른 힙합 곡이 재생 건수 30위 안에 한 곡도 포함되지 않았다. 2015년 지민ㆍ아이언의 ‘퍼스’와 송민호의 ‘겁’을 비롯해 지난해 비와이의 ‘데이데이’ 등이 톱30에 올랐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힙합 오디션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 시리즈가 올해 쉬었고, ‘쇼미더머니6’가 이전 시즌과 비교해 흥행에 실패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힙합 음악 주춤… ‘셰이프 오브 유’ 5위 파란

여성 음악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음원 여왕’ 아이유의 저력은 여전했다. 아이유는 지난 4월 낸 앨범 ‘팔레트’에 실린 ‘밤편지’(2위)와 ‘팔레트’(8위)를 톱10에 동시에 올렸다. 볼빨간사춘기는 ‘좋다고 말해’(3위)를, 헤이즈는 ‘비도 오고 그래서’(6위)를 각각 10위권에 진입시켜 여풍에 힘을 실었다. 에일리는 지난 1월 종방한 tvN 인기 드라마 ‘도깨비’ OST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로 1위를 차지했다.

이변도 연출됐다. 영국 가수 에드 시런이 노래 ‘셰이프 오브 유’로 5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낳았다. 가온차트가 2010년부터 음원 소비량을 집계한 이후 해외 가수가 국내 연간 음원 순위 톱5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영미권에서 불고 있는 ‘에드 시런 열풍’이 국내에도 상륙한 것이다. 2000년 들어 팝송이 국내 음악 청취자들에 외면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시런은 지난해 미국 유명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노래 ‘싱킹 아웃 라우드’로 4대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상을 받은 떠오르는 스타다. 조혜원 워너뮤직코리아 과장은 “‘셰이프 오브 유’가 유행을 주도하는 전자음악의 요소를 갖춰 국내에서 반응이 좋았고, ‘프로듀스 101’ 시즌2에 경연 곡으로도 쓰이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음원 사용량 20% 이상 증가”… AI스피커 등 영향

음원 사용량은 급증했다. 톱10에 오른 곡 중 9곡이 재생횟수 1억회를 넘겼다. 지난해(2곡)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전년 대비 올해 400위권 재생 총량은 20%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이후 사용량이 8~13%선에서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해 성장 폭이 유독 크다.

최근 4년 사이 신곡 출시량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곡이 증가하지 않았는데도 음원 소비량이 폭증한 건 볼빨간사춘기와 헤이즈 등 신예 음원 강자의 등장이 주효했다.

업계는 ‘AI스피커 효과’에 주목했다. 멜론을 소유하고 있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방지연 홍보팀장은 “올해 IT업계에 AI스피커가 화두였다”며 “이 변화가 음악 재생의 생활화를 이끌어 음원 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자료=가온차트, 사진=CJ E&M,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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