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표향 기자

등록 : 2016.10.21 21:06
수정 : 2017.07.04 18:26

[캐릭터오디세이] 도도하고 찌질하고 맹렬한 '연기의 화신' 조정석


'질투의 화신'으로 다면적인 면모 보이며 인기몰이

등록 : 2016.10.21 21:06
수정 : 2017.07.04 18:26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은 질투에 눈이 멀어 망가져가는 남자주인공 이화신을 맛깔스럽게 연기해 호평 받고 있다. SBS 제공

요즘 이 남자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맹렬한 질투로, 뜨거운 인기로 그리고 물오른 연기력으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이 배우 조정석(36)의 원맨쇼에 힘 입어 안방극장을 집어삼켰다. 쳐다보기만 해도 “닳는다”면서 도도하게 굴던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이 3년 뒤 애정전선에서 완벽하게 전세를 역전 당해 ‘찌질’하게 사랑을 구걸하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다. 조정석이 눈빛과 표정과 몸짓과 대사를 달리 할 때마다 이화신의 애정사 그래프가 널 뛰기 하듯 요동친다. ‘디테일의 장인’이라는 수식까지 달렸다.

이화신에겐 조정석이 그 동안 거쳐간 모든 캐릭터가 녹아 들어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2012)의 ‘납뜩이’처럼 능청스럽고, 영화 ‘관상’(2013)의 팽헌보다 다혈질이며, tvN ‘오 나의 귀신님’(2015)의 셰프 강선우 못지않게 까칠하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에서 보여준 생생한 생활감이 연기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질투의 화신’에 이르러 마침내 조정석이란 배우의 ‘총체’를 만나게 된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위부터)와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영민.

뮤지컬 스타에서 전국구 스타로

조정석을 알기 위해선 시간을 되감아볼 필요가 있다. 그의 스무살 꿈은 클래식 기타리스트였다. 삼수생 시절 “연기를 해보라”는 교회 전도사의 조언이 인생을 바꿨다.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까지 다방면에 끼가 넘쳤던 그를 교회 전도사 다음으로 알아본 건 뮤지컬계였다. 2004년 ‘호두까기 인형’으로 데뷔해 ‘그리스’ ‘올슉업’ ‘벽을 뚫는 남자’ ‘헤드윅’ 등을 거치며 뮤지컬계의 아이돌로 불렸다. 2008년 ‘내 마음의 풍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신인남우상을, 2009년엔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본 송지나 작가(‘모래시계’ 집필)가 MBN 드라마 ‘왓츠업’(2012)에 그를 불렀다. 뜻밖에 편성이 미뤄지면서 생긴 공백기에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오디션을 봤고, 이 영화의 제작이 지연되며 ‘건축학개론’(2012)을 만났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최종 오디션 영상에서 조정석을 보고 ‘딱 이 배우다’ 싶었다”며 “그제서야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눈여겨본 그 배우였다는 걸 깨닫고는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조정석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으로 고유한 색깔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건축학개론’과 납뜩이는 연관검색어로 따라붙지만, 놀랍게도 납뜩이는 고작 여섯 장면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같은 시기 안방극장에선 MBC ‘더킹 투하츠’의 은시경 대위가 강직하고 사려 깊은 모습으로 여심을 흔들었다. 완전히 상반되는 인물이라 같은 사람 맞느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연출자 이재규 PD는 ‘왓츠업’ 촬영장에서 본 조정석의 “팔색조 같은 매력과 성실한 태도에 반했다”고 말했다. 은시경 캐릭터는 처음부터 조정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이 PD는 이후 영화 ‘역린’(2014)에도 조정석을 캐스팅했다.

뮤지컬 스타 조정석은 이후 전국구 스타로 거듭났다. 그의 앞에 탄탄대로가 펼쳐졌다. KBS2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2013)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선 214만 관객을 동원해 원톱 배우의 가능성도 입증했다. ‘오 나의 귀신님’에서 멜로와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마음껏 매력 발산을 했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고 까칠함과 다정함이 공존하는 양가적 이미지는 조정석만의 특출난 개성이자 장점이다.

‘관상’에선 송강호와 호흡을 맞췄고, ‘역린’에선 정조를 암살하려는 조선 제일의 살수를 연기했다.

희비극을 모두 담아내는 얼굴

‘관상’에 함께 출연한 송강호는 “조정석이 희극연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페이소스가 있는 배우더라”고 했다. 이정재도 “흥겹게 연기하는데도 짠한 느낌이 묻어나더라”고 말했다. ‘질투의 화신’ 시청자들의 얘기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마디로 그의 연기에서 희로애락이 농축된 ‘짠내’가 난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캐릭터는 굉장히 진지한데 그걸 보는 사람들은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정석이 탁월하게 소화해낸다”며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담아내는 얼굴”이라고 평했다.

‘질투의 화신’은 상당히 도발적인 드라마다. 한 여자가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고 셋은 한집에 살고 있으며 두 남자는 그 여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일각에선 ‘비독점적 다자연애’라 해석하기도 한다. 대본이 아무리 탄탄해도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설득되지 않을 이야기다. 특히 인생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화신은 감정의 발산과 수렴이 능수능란하게 이뤄져야 해 연기 난이도가 높다. 어떻게든 여자의 마음을 잡아보려 어르고 달래다가도 그게 먹혀들지 않으면 아이처럼 토라지기를 반복한다. 한 현장 관계자는 “간혹 무리한 설정이 등장해 걱정할 때도 있었는데 조정석이 굉장히 창의적인 연기로 해석해내 놀라곤 한다”고 전했다.

조정석의 매력은 자신의 다재다능을 적극 활용하며 극대화 된다. 그는 출연작 대부분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한다. ‘질투의 화신’에도 이화신이 숙직실을 찾아가 표나리(공효진)에게 노래와 춤을 보여줬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에서 안경 쓴 모습에 붙은 ‘꺼벙이’란 별명은 ‘질투의 화신’ 18화 에피소드로 담겼다. “납득이 안 가잖아, 납득이”라는 대사를 스스로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조정석 소속사 문화창고 관계자는 “‘오 나의 귀신님’ 때는 작품 전반이나 캐릭터에 대한 반향이 컸다면 ‘질투의 화신’에선 조정석 연기에 대한 반응을 한층 더 체감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잘못된 만남’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펼쳐진 화신과 정원(고경표)의 갯벌 격투신.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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