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 기자

등록 : 2017.04.21 16:16
수정 : 2017.04.21 16:16

최민식 "정치인의 민낯, 특별시민이 보여드려요"


서울시장 선거 영화 '특별시민' 26일 개봉

등록 : 2017.04.21 16:16
수정 : 2017.04.21 16:16

최민식은 “ 요즘 젊은 배우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이 넘쳐 보기 좋다. 부럽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26일 개봉하는 영화 ‘특별시민’은 특별하다. 제목부터가 묵직해서 눈길을 잡지만 내달 9일 대선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서울시장 선거 과정을 얼개로 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정치인 변종구다. 달변가이고 지략가로 정치 9단의 면모를 지닌 인물로 배우 최민식(55)이 연기했다. 무표정한 얼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정서를 빚어내는 그를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특별시민’은 3년 전 기획에 들어갈 때만 해도 지금처럼 주목 받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저 정치 세계를 보여주는 본격 상업영화라는 점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 하지만 시국이 ‘특별시민’의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했다. 조기대선을 맞은 지금 ‘특별시민’은 평범한 영화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최민식도 “이 작품이 지닌 여러 건강한 의미에도 불구하고 선거 (독려) 홍보 영화로 전락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출신으로 ‘서민형’ 서울시장이라는 가면을 쓴 변종구의 이중성을 들춰낸다. 겉으로는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뒤에서는 “정치는 쇼”라거나 “선거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말하는,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인물이다. 젊은이들과의 토크쇼에선 미리 짜맞춘 질문만 받거나 경쟁 후보들과의 방송 토론회에선 원고를 빼돌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변종구의 권모술수를 까발리는 과정에서 최민식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역할을 해낸다. 관객들은 스크린을 시종 장악하는 그의 카리스마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다가도 속임수로 이득을 취하는 모습으로 돌변하며 관객과 절묘하게 ‘밀당’을 한다. 조선 후기 천재화가 장승업을 연기한 영화 ‘취화선’(2002)과 이순신 장군을 그린‘명량’(2014) 등을 통해 다진 내공이 새삼 빛을 발한다. 실존인물을 표현하며 터득한 듯한 특유의 카리스마는 ‘특별시민’을 쥐락펴락한다. ‘올드보이’(2000)나 ‘악마를 보았다’(2010), ‘신세계’(2012) 등에서 쌓은 성격파 배우의 이미지도 한 몫 한다.

최민식은 “이번 영화의 메시지는 변종구라는 한 인물의 권력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별시민’이 구상될 때 첫 단추를 끼는 일에 관여했다. “괜찮은 물건(시나리오)”이 나오면 “틀이 갖춰지기 전에” 아이디어를 내며 참여하는 그는 ‘특별시민’을 처음 접했을 때 반가웠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나 영화 ‘킹메이커’ 등 “정치사회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짜임새 있는 해외 수작들을 볼 때마다 “(정치 영화에) 되게 고팠기”때문이다.

최민식(가운데)은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쇼박스 제공

아이디어가 샘솟을 정도였다. 젊은 층과 가까운 이미지의 서울시장을 만들기 위해 유명 힙합 듀엣 다이나믹듀오와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하고, 시장 후보들과 TV토론을 하는 촬영에서는 “즉흥연기”를 제안했다. 그는 “미리 짜인 각본 없이 한 번 해보자는 의견을 냈다”며 “(토론 중) 어떤 질문이 올지 예상하지 못하면 당황하거나 열 받는 것이 더 생생하게 그려질 것”으로 봤다. 그의 제안으로 토론 장면 촬영 현장분위기는 달아올랐고 인물의 심리와 인물 사이의 충돌은 “더 치열하게” 표현됐다.

영화 속에서 변종구가 경쟁후보인 양진주(라미란)와 벌이는 TV토론은 최근 열린 대선 후보들의 TV토론회와 포개지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정작 최민식은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는 누굴 선택할 지 결정했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인지 모든 게 관찰 대상입니다. 요즘 같이 정치나 정치인들이 회자되는 때에는 TV를 켜면 더 많이 나오잖아요. ‘저 사람들은 저런 게 있구나’ 하는 걸 습관처럼 관찰하고 습득하죠. 정치인들의 말에 집중하면, 말에 따라서 행동도 달라지더라고요. 눈을 보고 있으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게 됩니다.”

최민식은 ‘(대선 후보 중)누가 거짓말 하는 지 알았느냐’는 질문에 “알았다”며 “저만 알고 투표할 것”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이나 탄핵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하며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후보들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정말 (대통령을) 잘 뽑아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도 말했다.

변종구 역할을 위해 정치인들의 모습을 수시로 챙겨 보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귀 기울이게 됐다. 최민식은 변종구를 “말 잘하는 놈”으로 정해놓고, 쓰는 단어 수와 표정을 세밀하게 점검해가며 인물을 구축해나갔다고 한다. 변종구가 연설할 때 하는 손동작도 평소 정치인들을 “잘 관찰한”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가 영화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대목은 변종구의 대사다. “내가 강아지를 늑대라고 하면 늑대라고 믿게 하는 게 바로 선거” 등 그는 귀에 오래도록 남을 ‘어록’을 쏟아내며 정치인들의 진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특별시민’에서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왼쪽·곽도원)는 변종구(최민식)가 서울시장에 당선될 수 있도록 돕는다. 쇼박스 제공

최민식은 대선을 앞둔 요즘 정치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듯 했다. “예전에는 그 나물에 그 밥 같고, 내가 투표한들 뭐가 달라지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그는 “이제는 우리가 (정치를 멀리할수록)얼마나 불행해지고 머리털이 다 뽑히는 지경이 되는 지 알게 되지 않았나”며 반문을 했다.

아무래도 정치판의 생리를 다룬 영화라 주변의 우려도 있었을 듯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있었으니 더 몸을 사릴 만도 했다. 하지만 최민식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면 되겠나”며 “소재의 확장과 다양성 측면에서 창작자들이 가급적이면 그런 부담을 떨쳐버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작물이란 건 사회적 파장이 되기도 하고, 논란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대중들이 100% 다 좋게 봐주겠어요? 웃기는 일이죠. 아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더 숙성시켜서 맛깔스러운 걸 자꾸 만들어 대중과 소통해야 합니다.”

그는 이제서야 “감이 잡힌다”고도 했다. 배우의 갈길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재미에 취하고 취해서 겁은 없어졌다”며 “장르가 뭐가 되든 깨지면 깨지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 영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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