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06 10:00
수정 : 2017.07.06 13:27

끈적한 무더위 “싹~”, 영월 ‘칠랑이골’을 아시나요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

등록 : 2017.07.06 10:00
수정 : 2017.07.06 13:27

문의 : 안녕하세요 원근씨. 요즘 한국 날씨가 점점 동남아 같아요. 너무 습하고 덥네요. 이럴 때는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저는 몸에 열이 많아서 이런 날씨를 특히 못 견뎌요.

습도만 낮아도 좀 덜 더울 텐데요. 이런 날씨 피할 수 있는 곳 좀 추천해주세요.

’칠랑이골’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가족 피서객들.

답변 :

저랑 비슷한 체질인 것 같네요. 저도 몸에 열과 땀이 많아서 덥고 습한 날씨는 못 버티는 체질이거든요.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견딜 자신이 없어서 매주 금요일이면 어디로든 떠났습니다. 많은 분들은 더운데 어딜 가냐, 집에서 에어컨 틀고 있으면 제일 좋다 하시는데, 경험상 떠나는 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여름날 이틀간 더위를 식힌 이야기를 답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먼저 떠나고 싶은 곳의 조건으로 습하지도 덥지도 않은 곳, 상쾌함이 있는 곳, 먹을 것이 많은 곳으로 정했습니다. 저의 계획은 이랬습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막걸리를 한잔합니다. 그리고 한숨 잔 다음 시원한 물에서 좀 놀다가 점심을 먹으며 다시 한잔 더하는 거죠. 한낮에는 오수를 즐기다가 별빛 아래서 늦은 저녁 식사와 함께 다시 한잔하면서 보내는 겁니다. 그러나 로망은 로망일 뿐, 동행하는 사람이 싫어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래도 위의 계획을 엇비슷하게 충족시킬 곳을 찾기 위해 고민하다가 강원도 영월 상동면에 위치한 ‘칠랑이골’을 떠올렸습니다. 칠랑이골은 영월에서 태백을 넘어가는 고갯마루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계곡입니다. 어평재(화방재) 바로 밑입니다. 참고로 태백은 한국에서 가장 시원한 도시죠. 한여름 밤에 ‘쿨시네마 페스티벌’을 열고 있고, 모기도 없는 곳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넉넉한 그늘, 차가운 계곡물.

이끼폭포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칠랑이골은 신라시대에 7명의 화랑이 수련했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입니다. 또 칠랑이골에 7자매를 둔 농부가 살았는데, 계곡물이 맑고 깨끗해 이 물을 먹고 자란 자녀들이 모두 견줄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워 훗날 대갓집으로 출가해 부귀영화를 누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이끼계곡도 유명합니다. 계곡 중간에 민박집 및 산장이 있어서 식사를 시켜놓고 물놀이를 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영월 상동에서 칠랑이골로 이어지는 다리를 건너면 바로 옆에 계곡이 있는데,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습니다.

저는 몇 해 전 태백산 눈꽃산행을 가기 전에 묵었던 작은 산장(백운산장)을 숙소로 정했습니다. 7월말 8월초 극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빈방이 있었습니다. 침대가 있는 좋은 방은 아니었지만, 들어가는 순간 상쾌함과 시원함이 느껴졌습니다. 계곡 바로 앞에 있는 방갈로에 자리를 잡고, 미리 시켜둔 백숙을 안주로 시원하게 막걸리를 한잔 들이켰습니다. 일부라도 로망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답니다. 계곡엔 다슬기를 잡으며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있었고, 수영을 하거나 어린아이들과 물놀이 하는 가족도 있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무더위가 싹 사라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계곡 물놀이 전 산장에 미리 백숙을 주문해 놓는 게 정석.

계곡 물놀이 전 산장에 미리 백숙을 주문해 놓는 게 정석.

아침상으로 나온 시골된장.

방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좀 불안했는데 밤에 선풍기만 틀어도 한기가 느껴지더라고요. 이불을 덥고 잤습니다. 하하.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그 상쾌함은 표현하기도 힘드네요. 아침식사로는 묵은지와 시골된장이 나왔습니다. 유토피아에 온 듯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애초에 1박을 예약했지만 결국 하루를 더 연장했습니다. 참고로 여기는 애견인들도 좋아할 곳입니다. 강아지를 데리고 갔는데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무더위를 한 방에 날려 주는 곳, 거기에 볼거리, 먹거리, 이야깃거리, 놀거리까지 갖춘 칠랑이골을 강력 추천합니다. 저도 올해 다시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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