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1 14:00

[애니꿀팁] 자일리톨, 개에게는 닿지 않기를…


등록 : 2018.04.11 14:00

얼마전 자일리톨 껌 한 통을 모두 먹어치운 골든 리트리버가 내원했다. 픽스히어

며칠 전 병원으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아이가 저녁에 자일리톨 껌 한 통을 모두 먹고 거의 다 토해놨다는 내용이었다.

아이 컨디션은 괜찮은데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신 것이다. 바로 모두 토해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남아 있거나 먹은 시간이 한참 경과해서 토했다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내원을 권유 드렸다.

저녁 동안에는 괜찮았는데 아침에 밥을 거부하고 침울해지는 것 같아서 보호자는 아이를 데리고 내원을 했다. 아이는 30kg이 넘는 골든 리트리버, 이름은 골드(가명)다. 내원 당시 근심 걱정 없는 밝은 모습으로 의료진을 보고 꼬리를 흔들기까지 하는 등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자일리톨은 개에서 중독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기 때문에 바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간 효소 수치는 혈액 분석기가 분석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황달 지수도 2배 이상 상승해 있었다. 급성 간부전(간 기능의 75% 이상이 소실된 상태)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자일리톨은 개에게 저혈당증, 간기능부전 등 치명적인 중독증상을 일으킨다. 'Kyle Lam' 플리커 계정

자일리톨은 자일로스라는 천연 감미료를 가공하여 만든 알코올계의 당으로 설탕 대용품이나 치아 관리용품에 이용되는 물질이다. 포도당, 과당과는 달리 자일리톨은 충치 원인균인 뮤탄스균이 발효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치아를 보호하거나 손상된 치아를 복원하는데 도움을 준다. 당뇨병 환자의 설탕 대용으로도 사용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자일리톨이 개에서는 치명적인 중독증을 유발한다. 반려견이 자일리톨 또는 자일리톨을 함유한 제품을 섭취할 경우, 저혈당증(혈중 혈당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드물게 간손상 또는 간기능부전이 생길 수 있다. 

현재 자일리톨 중독 사례는 개에서만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에게는 자일리톨이 혈중 인슐린 수치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개에서는 자일리톨이 빠르게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서 저혈당증을 유발한다. 보통 kg당 75~100mg 이상의 자일리톨을 섭취할 경우 저혈당증이 발현되고 kg당 500mg 이상을 섭취한 일부 개에서 간기능부전이 나타난다. 자일리톨이 간기능부전을 일으키는 기전(원리)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저혈당증은 섭취 후 30분 이내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간 손상은 1~2일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다. 픽사베이

저혈당증은 자일리톨 섭취 후 30분 이내에 나타날 수 있고 흡수가 느린 제품을 섭취했을 경우 12~18시간이 지난 뒤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저혈당증으로 인해 구토, 쇠약, 운동 실조(근육에 이상이 없는데도 복잡한 움직임을 할 수 없는 상태), 침울, 경련, 혼수 상태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간 수치 상승은 자일리톨 섭취 후 8~12시간 이내에 나타나지만 간 손상은 보통 1~2일 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 간 손상이 일어나면 침울, 구토, 황달, 혈액응고장애, 혈소판감소증, 고인혈증(혈중 인 농도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상승) 등이 나타난다. 고인혈증을 보일 경우 예후는 좋지 않다. 자일리톨 섭취로 간이 손상된 모든 개에게 반드시 저혈당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개가 자일리톨을 먹었을 경우 그 양과 상관없이 신속히 구토시키고 혈당 검사를 위해 내원해야 한다. 픽사베이

일반적으로 kg당 자일리톨 75~100mg 이상 섭취했을 경우 신속히 구토시키고 혈당 모니터링을 위해 입원을 시켜야 한다. kg당 500mg 이상의 자일리톨을 섭취했다면 혈당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포도당을 공급하고 간 보호제를 처방한다. 간 수치가 가볍게 상승할 경우 보통 며칠 이내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간 효소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또는 간기능부전 증상이 있을 경우 예후를 신중하게 판단한다.

우리가 즐겨먹는 먹거리가 개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언스플래시

골드도 자일리톨 섭취로 인해 간 효소 수치가 심각할 정도로 상승했고 간기능부전 증상도 보였다. 즉, 간 손상과 기능부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예후를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보호자는 안절부절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입원 치료 이후 매일매일 간 수치가 개선되었고, 1주일 이후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어 퇴원을 했다. 입원 중에도 자기가 왜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표정으로 의료진에게 마냥 꼬리를 흔들며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재진료에서도 정상 혈액 수치를 보여서 치료를 중단했다. 골드 이외에도 우리 병원에는 자일리톨 껌을 먹고 응급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종종 있다. 자일리톨 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라서 반려견이 언제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주변에 자일리톨 껌이 방치되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그 뿐만 아니라 자일리톨 외에도 초콜릿, 포도, 건포도, 양파, 마카다미아 등 우리들이 즐겨먹는 먹거리가 반려견에게는 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문재봉 수의사(이리온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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