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6.11.29 14:00

[고은경의 반려배려] 돕고 싶다는 ‘마음’이 시작이다


등록 : 2016.11.29 14:00

백구 선우가 낳은 강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책공장 더불어 제공

경기 양평 용문사 부속 어린이집 교사인 진엽 스님이 백구 세 마리와 살면서 느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제목은 ‘개.똥.승’. 함께 사는 스님이 아침 공양을 마친 뒤 똥 봉투를 들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진엽 스님을 보며 ‘개똥 줍는 스님’이라 놀린 것을 줄인 말이다.

스님은 출가하면서 강아지 단비와 은비를 데리고 나와 산중 생활을 시작한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단비와 은비를 챙길 수 없게 되자 절의 일을 봐주는 관리자에게 강아지들을 부탁한다. 하지만 관리자가 두 마리를 개농장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보내면서 스님은 강아지들과 생이별 하게 된다. 이후 스님은 백구 ‘선우’를 키우게 된다. 선우는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낳고 이 중 네 마리는 새 가족을 찾아간다. 나머지 두 마리인 파랑과 오페라, 그리고 선우는 이렇게 스님의 식구가 된다.

스님은 마음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도 관리자를 탓하거나 개농장 주인을 끝까지 찾아내 단죄하지 않는다. 꿈 속에 나온 단비와 은비의 이름을 위패에 적고 그들을 위해 기도할 뿐이다. 스님은 사실 선우의 새끼를 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수술 비용 문제로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은 선우가 출산을 하게 되자 스님은 정성을 다해 산파 역할을 하고 강아지들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진다.

스님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남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부터, 또 주변에서 작은 것들을 실천하는 것부터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컨대 지하철에서 서 있기 힘든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배고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캣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모두 베품이라는 것이다. 채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다른 생명을 보호하려는 자비심을 낸 것이기에 이미 생명을 보시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했다.

진엽 스님이 가져온 물건들을 백구 선우와 파랑, 오페라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책공장 더불어 제공

어쩌면 스님의 보시 기준은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면죄부’가 될지 모른다. 주변에 길고양이들을 보면서도 한번 발을 들이면 매일 밥을 챙겨주고 중성화수술을 하는 게 힘든 일인 걸 알기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길 잃은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좁은 보호소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연탄재 위나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진들이 올라온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정작 바쁘다는 핑계로 봉사를 간 적이 없다. 보호소를 청소하고 동물들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준 봉사자들의 후기를 보며 대단하다 느꼈을 뿐이다.

실천하지 않고 마음 먹은 것만 가지고 평가한다는 게 관대한 일이 아닌가 싶지만 마음만으로도, 아니 때에 따라선 무관심만으로도 동물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먼저 길고양이의 경우다.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밥그릇을 엎고 스티로폼 집을 부수고 심지어 쥐약을 놓는 사람도 있다. 그것도 모자라 길고양이를 잔인한 수법으로 죽여 나무에 매달거나 비닐봉지에 버리는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캣맘이나 길고양이를 흐뭇하게 바라봐주는 마음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냥 내버려두기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농장 동물을 위해선 채식은 아니더라도 내가 먹는 동물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거나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과 고기를 고를 수도 있다. 유기동물을 위해 보호소에 직접 가진 않더라도 자신의 SNS를 통해 유기동물의 이야기를 알리거나 유기견 돕기 달력을 구매하는 등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거창하게 동물을 돕겠다고 나서지 않더라도 이런 마음과 작은 실천이 모이면 동물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백구 선우가 장난감을 옆에 두고 활짝 웃고 있다. 책공장 더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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