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9 14:00

[애니북스토리] 동물들 집에 쓰레기를 버려서 미안해


등록 : 2018.06.19 14:00

작년 여름에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합뉴스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고통 받는 동물들에 대한 기사가 올라온다. 지난달에는 태국에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위급한 상태의 고래가 구조됐다가 4일 만에 죽었다.

구조 과정에서 비닐봉지를 토하던 고래는 부검을 해보니 뱃속에 80여 개의 비닐봉지가 꽉 차 있었다. 배가 비닐봉지로 꽉 차 있으니 살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내 뱃속이 비닐봉지로 꽉 차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올라왔다. 뉴스는 태국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많은 나라라고 지적하지만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유럽의 폐기물이 재처리 시설이 미약한 동남아로 밀려드는 상황이니 어느 나라도 이 고래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여름에 제주 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비닐봉지를 지느러미에 걸고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돌고래는 놀이의 즐거움을 안다. 해조류를 지느러미에 걸고 놀기도 하는데 비닐봉지를 해조류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현재 제주 바다에는 남방큰돌고래가 110여 마리가 살고 있고, 2013년 이후 서울대공원의 제돌이를 비롯해 돌고래 쇼를 하던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우리는 억압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간 ‘제돌이들’이 새끼를 출산하고 잘 적응한다는 즐거운 소식만 챙겨 들었을 뿐 ‘제돌이들의 집’에 우리가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태국의 고래만 위에 비닐봉지를 품고 죽은 게 아니다. 코스타리카의 바다거북은 코에 빨대가 꽂힌 채 괴로워하다 발견되었다. 바다거북의 코에 꽂힌 빨대는 우리가 음료를 먹을 때 사용하는 10센티미터의 빨대였다. 빨대를 빼는 과정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고 거북은 고통스러워했다. 기사를 읽는 내내 콧구멍이 아팠다. 스페인 해역에서 죽은 향유고래의 배에서는 29킬로그램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내가 채 10분도 못쓰고 버린 빨대와 비닐봉지가 고래와 거북을 죽인 것 같았다. 내가 누린 편의가 그들에게 폐를 끼쳤다.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바다>에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오염된 바다는 충격적이다. 픽사베이

지난 달 환경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바다>를 봤다. 인간들이 버린 쓰레기로 인한 해양 오염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미지로 보는 충격은 컸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오염된 바다. 죽은 새끼 새의 위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234개나 나오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너희들의 집에 쓰레기를 버려서 미안해”라는 감독의 내레이션이 내 입안에서도 맴돌았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1년을 살아보기로 결심한 가족의 이야기인 <노 임팩트 맨>. 저자인 콜린 베번은 아내, 딸, 반려견과 함께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전기도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나는 ‘다리 열 개, 꼬리 하나’인 이 가족의 이야기를 책과 영화로 모두 보았는데 그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미국 전체 페기물의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식품 포장지를 배출하는 테이크아웃 음식 끊기를 비롯해서 냉장고 없이이 살기, 채식하기, 엘리베이터 이용하지 않기(고층 빌딩이 즐비한 뉴욕에서!), 뭘 자꾸 사라고 부추기는 TV 끊기 등에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 싸우고, 울고, 원망한다. 아픈 길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무수한 캔 쓰레기를 배출하면서 딜레마에 빠진 나로서는 반려견과 사는 모습도 궁금했는데 자세하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다만 책 한 구석에 개와 산책하다가 똥을 치울 때면 가까운 쓰레기통을 뒤져서 찾은 비닐봉지를 사용한다고 밝혀서 나는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저자는 타성에 젖은 습관을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고백하던데 나도 할 수 있을까.

가능하면 플라스틱류를 쓰지 않으려고 종이 포장지를 찾아 다녔다. 픽스히어

지난 주말에는 고양이 박람회에 출판사 책을 들고 참가했다. 가능하면 플라스틱류를 쓰지 않으려고 종이 포장지를 찾아 다녔다. 비닐 포장지는 사이즈, 디자인이 다양한데 종이류는 없어서 문구점 몇 군데를 다니다가 사이즈가 맞는 것을 겨우 찾고는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굿즈(기념상품) 중에 깨지는 게 있다 보니 비닐 에어캡을 사용했고, 둘째 날 물병을 깜박하는 바람에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쓰레기로 배출했다. 좌절했지만 실천은 결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올바른 것이니 지치지 않기로 했다. 실천이 모여서 습관이 되고 그러다 보면 고래랑 거북에게 덜 미안하게 되겠지.

글ㆍ사진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노 임팩트 맨>, <콜린 베번,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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