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11.14 14:11
수정 : 2017.11.14 15:38

[고은경의 반려배려] 도사견과 수의대의 오묘한 상관관계


등록 : 2017.11.14 14:11
수정 : 2017.11.14 15:38

지난달 서울 관악구 서울대 수의대 수의동물자원연구시설 앞 트럭 안에 있던 도사견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지난주 화요일 실험동물 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이하 비구협)로부터 ‘서울대학교와 육견협회 개농장 그리고 동물실험’이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이 담긴 링크를 받았다.

영상에는 개 복제 기술로 유명한 서울대 수의동물자원연구실 앞에서 비구협 관계자와 도사견들을 실은 트럭 운전기사와의 대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실험동물 공급을 위해 도사견들을 데리고 왔냐”는 비구협 관계자의 질문에 트럭 기사는 “육견협회 소속 개농장에서 개들을 서울대학교에 실험동물로 공급한다”고 답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용이 확산되자 육견협회는 “식용견을 실험동물로 공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대 측에 문의했지만 복제 담당 교수에게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담당 교수는 연락이 닿지 않아 아직 서울대의 공식 입장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수의대학장은 이메일을 통해 “해외에 있어 상황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사실이라면 즉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 관련 일반인들 의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동물보호단체의 의혹 제기가 정황상 아주 근거 없이 들리지는 않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도사견이 복제견을 위한 대리모로 쓰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전에도 국내 한 민간연구소에서 도사견을 대리모로 활용하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도사견을 선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여러 마리 복제견을 출산시키려면 대형견이 낫고, 15만~20만원 가량의 비용으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설사 위의 모든 상황이 사실이어도 서울대 수의대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국내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는 실험동물공급자는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해야 된다고 규정하지만 동물실험기관이 미등록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실험동물을 공급받는다 해도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실험동물법 제9조에는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경우 동물실험시설 또는 우수실험 동물생산시설에서 생산된 실험동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되어 있다.

영국의 한 부부는 지난 2015년 한국을 찾아 숨을 거둔 반려견 딜런(왼쪽)을 복제했다. 버즈피드 비디오 캡처

사실 국내 수의대가 미등록 실험동물공급자로부터 동물공급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K대 수의대는 무허가 번식장의 개를 공급받아 내과 실습과목수업 중 실험동물로 사용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영상 속 철창 안에서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웅크리고 있던 도사견들은 어떻게 됐을까. 또 그 동안 복제 실험에 사용됐던 수많은 대리모들은 실험종료 후 어떤 처우를 받았을까. 지난 15년간 실험용으로 쓰인 15만 마리의 개 가운데 구조된 개는 21마리뿐인 걸 보면 이들은 안락사 됐거나 다시 개농장으로 팔려갔을 것이다.

서울대에 도사견을 공급한 개농장이 식약처의 실험동물 공급업체 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 원래는 처벌 대상이지만 이번 도사견을 공급받은 수의대가 식약처에 등록 의무가 있는 실험기관이 아닐 경우엔 처벌도 받지 않는다. 또 설사 서울대 수의대가 합법적으로 개들을 공급받았다 해도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와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자가 아닌자로부터 실험동물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루 빨리 법이 개정돼 사각지대에서 고통 받는 실험동물들이 줄어들게 되길 바란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 서울대 수의대 앞 도사견을 실은 트럭기사와의 대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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