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2.04 16:00

동물실험 잔혹성 알리고 하늘로 간 실험견 ‘시로’


등록 : 2017.12.04 16:00

1990년, 일본 도쿄의 한 국립병원에서 구조된 실험견 '시로'. 시로는 유기견으로 동물보호소에 있다가 국립병원에 실험용으로 매각되었다. 펫펀

동물보호소에서 무분별하게 실험동물로 팔려가던 악습을 바꾼 실험견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동물전문매체 펫펀(petfun)은 1990년 12월 동물실험에 동원되었다 구조된 개 ‘시로’의 이야기가 담긴 동영상을 최근 소개했습니다.

시로는 불과 한 살 때 주인에게 학대당하다 버려져 동물보호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개들의 운명은 가스실에서 살처분을 당하거나 실험동물로 팔려가는 것뿐이었습니다. 보호소 동물들이 동물실험용으로 매각되는 일은 아무도 모르게 진행되곤 했다고 합니다.

시로는 도쿄의 한 국립병원에 실험용으로 1,300엔(약 1만2,500원)에 팔려갔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척추신경을 절단하는 가혹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잘린 신경이 어떻게 회복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고 합니다. 실험 이후 시로는 그 어떤 치료도 받지 못했습니다. 수술 후 쇠약해지고 개선충에 감염돼 피부병에도 걸렸지만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그러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긴급 구조된 시로의 상태는 동물병원 수의사마저도 안락사를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합니다.

시로와 함께 국립병원에서 구조된 비글 '메리'. 메리는 원래 제약회사의 실험견이었다가 외과수술 실험을 위해 국립병원으로 옮겨졌다. 펫펀

국립병원에서 구조된 개는 시로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메리'라는 비글 종 개도 있었습니다. 메리는 애초에 실험용으로 실험시설에서 번식시킨 개였습니다. 메리는 한달 동안 제약회사의 백신 실험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고통스러운 독극물을 이겨냈지만 살아남는 메리를 기다리고 있던 곳은 국립병원의 외과수술 실험실이었습니다. 메리 역시 시로처럼 척추절단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실험을 진행했던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전근을 가는 바람에 실험 대상이었던 것조차 잊혀진 채 5년간 작은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고 합니다.

도쿄 도는 당시 의과대학이나 제약회사 등 30여 곳에 매년 동물보호소에 있던 개와 고양이 2,000마리 이상을 실험용으로 매각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동물보호단체는 도쿄 도가 매각하고 있는 모든 시설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뒤 실험동물 매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시로와 메리의 모습이 신문, 잡지는 물론이고 TV에까지 알려지면서 일본 시민들도 분노했습니다. 병원에는 항의가 쇄도했고 시로에게는 격려를 보내줬다고 하네요. 그 뒤 실험용 동물을 매각하는 행동뿐 아니라 동물실험 자체의 잔혹함이 사회의 화두가 되었다고 합니다.

시로는 구조된 뒤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지만, 구조된 지 1년만에 숨을 거뒀다. 펫펀

시로는 구조된 뒤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실험 후유증은 남아 있었지만 흰 털이 다시 자라나고 눈동자도 빛을 되찾아 몰라보게 사랑스러운 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시로는 실험실에서 살아 돌아온 지 1년 만에 불의의 사고로 숨을 거뒀습니다. 겨우 두 살이라는 짧은 일생을 마친 것입니다.

비록 짧은 생을 살았지만 시로의 삶은 의미가 매우 컸습니다. 시로의 사례는 매년 수만 마리의 개나 고양이들을 실험실에서 구출하는 데 큰 힘을 줬습니다. 그리고 2005년 말, 일본 전역에서 동물실험용으로 보호소의 개, 고양이를 매각하는 일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일본의 동물보호단체 ‘지구생물회의 얼라이브(ALIVE)’ 노가미 후사코 대표는 “매년 수만 마리의 개들이 시로처럼 실험실 안에서 고통받는다”며 “일본에는 아직 잔혹하고 무의미한 동물실험을 감시하고 중단시킬 구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로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희숙 번역가 pullkkot@naver.com

▲ 시로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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