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8 16:00
수정 : 2017.02.28 16:00

[애니북스토리] 동물 수난 올림픽, 이번에도?


등록 : 2017.02.28 16:00
수정 : 2017.02.28 16:00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이 다가오면서 요즘 인터넷에선 열면 홍보 배너 일색이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 연관됐다는 점에서 찜찜하기도 하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선 더더욱 불편하다.

스스로 밝힌 평화 올림픽은 현재 얼어 붙은 남북 관계로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고 환경 올림픽은 가리왕산의 5백 년 된 원시림을 베어낼 때부터 물 건너갔다. 안 그래도 인간 행사에 동물을 마스코트로 내세우는 게 마뜩잖은데 심지어 평창이 선정한 동물은 백호와 반달가슴곰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마스코트로 백호와 반달가슴곰이 선정됐다. 평창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백호가 민속 신앙에선 진귀한 동물로 여겨지지만 사람들은 이미 백호를 동물원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백호는 자연에서 1만분의 1의 확률로 태어나는 돌연변이이지만 동물원은 희귀한 동물로 관람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인위적으로 근친교배를 해서 백호를 ‘생산’ 한다. 근친교배는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 등은 백호의 번식을 금지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를 보면서 민속 신앙 속 백호보다는 동물원의 백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달가슴곰도 복원을 위해서 나라가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에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철창에 갇힌 1,000여 마리의 사육 곰이다. 한국의 사육 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단체인 녹색연합과 세계동물보호기구(World Animal Protection)가 10년 넘게 함께 활동해 오고 있다. 이미 동물보호운동은 국경 없이 고민하고 연대하며 진화하고 있는데 여태 우리의 생명 감수성은 우물 안에 갇혀 있음을 올림픽 마스코트 선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정부의 압력으로 마스코트를 진돗개로 하려고 했다는 소식에선 황당했다. IOC 측의 ‘개고기를 먹는 나라여서 마스코트로 진돗개는 안 된다’는 불가 이유는 타당하다. 외부의 지적에 ‘왜 우리나라만, 왜 개고기만’ 갖고 그러냐고 발끈할 이유도 없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 신청 때마다 개고기, 사육 곰 문제, 스페인은 투우 문제로 비난을 받았고, 런던 올림픽 때는 개막공연 때 동물을 대거 등장시켜서 홍역을 치렀다.

동물 마스코트는 1972년 뮌헨 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는데 뮌헨은 개를 마스코트로 선정했다. 독일이 개를 마스코트로 선정한 것에 딴지를 걸 사람은 누구도 없다. 독일은 동물의 경우 물건이 아니란 가치관 아래 동물 보호가 국가의 책무임을 헌법에 규정한 나라이며, 한 마리의 유기동물도 안락사 시키지 않는 노킬(No-Kill) 보호소를 운영하는 나라이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의 이형주 저자는 책에서 현대의 동물문제는 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매년 캐나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하프물범 사냥을 지탱하는 배경은 중국과 한국의 소비자이다. 중국의 작은 유리관에 갇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북극곰이라 불린 곰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국제동물단체가 노력했는데 그 시작은 애처로운 북극곰을 촬영해서 세상에 알린 관람객이었다. 동물 학대의 산물을 소비하는 것에도, 학대 받은 동물에 연민을 표하고 구조하는 일에도 이미 국경은 무의미하다.

식용 개 유통시설 철거 중인 경기 성남 모란시장. 모란시장에선 식용 개 판매 업소의 업종 전환 사업을 지난 27일 시작했다. 연합뉴스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져 올수록 개 식용에 관한 압박이 거세질 텐데 문화상대주의 운운하지만 말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하는 바람이다. 개 식용 논쟁 때마다 화가 나는 건 개 식용 자체보다 내외부의 지적과 변화 요구를 무시하는 일관된 태도이다. 강원도가 개 식용 업소의 간판을 올림픽 동안만 교체하려는 계획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지난 27일 시작된 경기 성남 모란시장의 개 식용 판매 업소의 업종 전환 사업이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우리도 보편적인 생명 감수성을 갖출 때가 됐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의 마스코트 재규어 ‘주마’는 성화 봉송 행사 도중 사살됐다. Marcelo Médici 페이스북

2016년 리우 올림픽은 동물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올림픽이었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재규어를 실제로 성화 봉송 행사에 동원했다가 재규어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탈출하려 하자 사살했다. 야생동물을 거리의 구경거리로 삼은 뻔한 결과이다. 2012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악의 올림픽 개막식 중의 하나로 서울올림픽을 선정했다. 개막 행사 때 날린 비둘기가 성화대에 앉아 있다가 성화가 점화되면서 타죽는 모습이 세계로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이후 올림픽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모습은 사라졌고, 비둘기를 비좁은 곳에 가두어서 공포에 떨게 하다가 날리는 이벤트는 동물 학대라는 인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평창은 어떤 올림픽으로 기록될까? 남은 시간이 길지 않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이형주, 책공장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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