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30 11:25
수정 : 2016.12.30 11:25

신혼인데요 첫 새해 해돋이 어디로 보러 갈까요?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 신년 일출 여행

등록 : 2016.12.30 11:25
수정 : 2016.12.30 11:25

(질문)

올해 결혼한 신혼부부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신년 일출 여행을 다녀온 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네요.

결혼을 하고 난 뒤 첫 신년 일출이라 남다를 것 같습니다. 뒤숭숭한 우리나라도 내년엔 새 빛이 비치길 희망하며 새 태양을 보러 떠나고 싶습니다. 사람들 너무 많이 가는 정동진 호미곶 말고 한적하면서 좋은 풍광의 일출 여행지 부탁 드립니다. 예쁜 아내와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싶습니다.

삼척 새천년소망탑에서의 일출 추천

가는 길 안흥찐빵 정선 황기족발 등 맛집도

일출 새벽바람에 언 몸은 곰칫국으로 녹이고

(답변)

뜻 깊은 해돋이 여행이 되시겠네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라 공감이 갑니다. 새 인생의 첫 태양 아니겠습니까.

저는 여행업에 있다 보니 매번 해돋이 여행을 손님들과 함께 갔었습니다. 일이라 솔직히 반가운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해돋이 여행을 가고 싶어졌습니다. 저도 올해의 해돋이는 제 개인적으로 소망하고 싶은 것도 있고, 내년에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겨서인지 무척 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여행업 18년이 돼서야 해돋이 보러 가는 분들의 마음을 알게 되다니 제가 아직은 배워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올해는 해돋이를 잘 볼 수 있을 것이란 예보가 있네요. 날씨가 춥지만 쾌청하다고 하니 이만한 호기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토요일이 12월 31일이라 더 여유 있게 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보통의 12월 31일은 평일이라 밤에 출발해 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새해 해돋이 명소가 많지만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려면 전 동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해돋이를 가장 빨리 볼 수 있고(그래 봐야 몇 분 차이지만), 섬이나 산자락에서 뜨는 게 아닌 바다에서 막 떠오르는 새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 곱게 씻겨져 떠오르는 새해 첫 순정한 태양에 많은 걸 기대하고 싶어 더욱 그럴 겁니다.

그래서 제가 정한 해돋이장소는 강원 삼척의 새천년소망탑입니다.

삼척 새천년소망탑.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려고 하니 우선 길부터 걱정이 되었습니다. 전국 길이 꽉 막힐 것이 뻔한데 언제 어떻게 가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전 12월 31일날 오전 10시쯤에 출발하려고 합니다. 내비게이션에 물어보면 거의 고속도로를 알려줄 겁니다. 저는 내비게이션의 충고와 달리 되도록이면 국도로 달릴 겁니다. 가는 길 맛있는 음식도 먹어가면서 호젓하게 달리고 싶어서요. 꽉 막힌 고속도로 때문에 새해 첫 태양의 설렘을 망치는 게 싫거든요.

처음엔 영동고속도로나 새로 뚫린 제2영동고속도로를 타야만 합니다. 어쩔 수 없죠. 저는 새말IC 에서 내릴 예정입니다. 여기서부턴 42호선 국도를 타고 평창 쪽으로 향합니다.

원주에서 횡성을 넘어가는 초입에 안흥이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안흥찐빵이 전국에서 유명하죠. 원조인 심순녀할머니의 찐빵집에 들려 요기를 해보세요. 그리고 차에서 먹을 찐빵을 몇 개 더 사면 좋겠죠. 다시 42호선 국도를 따라 가면 됩니다. 42호선 국도는 동쪽으로 동해시까지 연결된 도로라 아무 걱정 없이 가셔도 됩니다. 평창을 지날 즈음에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촬영지도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들려보시고요.

평창을 지난 다음은 정선이 나옵니다. 정선은 5일장으로 유명한 곳이죠. 늦은 점심으로 정선 토속음식인 콧등치기 국수를 드셔 보세요. 면이 싫으시다면 곤드레나물밥으로 해도 좋습니다. 콧등치기 국수는 메밀로 만든 면을 후루룩 들이킬 때 면이 콧등을 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정선역 뒤쪽에 있는 ‘동광식당’이 제대로 하는 곳입니다. 강원도 막장과 메밀육수로 국물을 내고, 두꺼운 메밀국수로 나오는 뜨끈한 콧등치기 국수는 겨울의 한기를 녹이는데 그만입니다. 식당의 또 다른 별미는 황기족발입니다. 정선의 황기와 갖은 한약재로 만들어서 그런지 아님 그 집만의 남들이 모르는 레시피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먹은 족발 중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읍 초입에 있는 ‘싸리골식당’이란 곳이 맛있습니다. 시골에서 나는 산나물과 재료로 만든 말끔한 밑반찬에 곤드레나물밥이 나오고 강원도 막장의 구수한 국물, 그리고 양념장의 조합으로 글 쓰는 지금도 군침이 나오게 만드는 맛집입니다.

정선에서 식사를 마친 뒤 다시 42호선 국도를 따라 이동합니다. 정선읍을 지나 북면 여량(지금은 아우라지)이 나오는데 아우라지는 꼭 한번 들려 겨울풍광을 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아우라지는 골지천과 송천, 이 두 개의 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으로 어우러진다를 정선사투리로 아우라진다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선 아리랑의 애정편의 발상지이기도 하고, 서울의 웬만한 고궁에 쓰인 목재들이 강을 따라 뗏목으로 떠내려가기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유명관광지처럼 잘되어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곳이니 한번 차에 내려 둘러보시면 좋습니다.(참고로 배우 원빈의 고향이 바로 이곳 여량입니다)

정선 북면을 출발해 임계라는 곳을 지나면 백복령이란 큰 고개가 나옵니다. 백복령은 주의운전을 하시고요, 백복령을 넘을 때 즈음이면 해가 질 무렵이겠네요. 운이 좋다면 붉은 동해시를 보며 내려갈 수 있습니다.

동해시에서 삼척까지는 십여 분이면 도착합니다. 숙소를 예약 안하셨다면 삼척시내에 모텔급으로 된 숙소도 많으니 그렇게 걱정을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새해 해돋이 여행은 아마 다음날 새벽 일찍 나오기 때문에 숙소에 큰 돈 들이는 걸 추천하지 않지만 개인 성향에 맞춰 숙소를 구하면 될 듯 합니다.

삼척에서 제가 해돋이를 볼 곳은 삼척 새천년해안도로에 있는 새천년소망탑입니다. 이곳도 해맞이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정동진아 호미곶만큼 미어터지지는 않습니다. 삼척시민들이 개인 모금으로 소망탑을 건설했다고 하니 의미도 남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새천년은 아니지만 올 한해 새천년보다 더욱 더 중요한 한 해를 보냈고, 새해엔 또 다른 새 삶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으로 해돋이를 감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저도 물론 그럴 것이고요.

해돋이를 보셨으면 마지막으로 삼척항에 있는 ‘바다회집’이란 곳에서 시원한 곰칫국을 드시고 올라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새벽 해돋이 구경하느라 꽁꽁 언 몸을 따끈히 데워줄 겁니다.

아무쪼록 남들과 다른 한해 그리고 이어질 제2의 인생이 될 내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라고, 가정의 행복과 건강, 그리고 하시는 일에 건승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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