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08 14:00
수정 : 2018.06.08 17:43

사라져가는 북극의 유랑자 ‘흰멧새’를 찾아서


등록 : 2018.06.08 14:00
수정 : 2018.06.08 17:43

[이원영의 펭귄뉴스]

새끼에게 줄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가는 흰멧새. 극지연구소 제공

“치-틱 치티디딕딕 츄-. 치-틱 치티디디딕 츄-.” 북극의 이누이트 원주민들은 흰멧새의 노랫소리를 듣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온다는 걸 체감한다고 한다.

해마다 4월 초순이면 수컷이 먼저 북쪽으로 이동한다. 북극의 동토는 여전히 눈으로 덮여 있지만 수컷은 남들보다 빨리 둥지를 지을 장소를 물색하고 영역을 정하기 위해 서두른다. 그리고 약 6주 후, 5월 중순엔 암컷이 도착해 수컷을 만나 짝을 짓기 시작한다. 6월이 되어 눈이 녹고 벌레가 나올 때쯤이면 새끼가 태어난다.

흰멧새는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의 북쪽, 그리고 그린란드 해안에 걸쳐 번식을 한다. 북극에 사는 참새목(Passeriformes) 조류 가운데 가장 고위도 지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심지어 1987년 5월엔 북극점 부근을 조사하던 연구자들이 관찰한 적도 있다. 참새와 비슷한 작은 몸집에도 혹독한 추위에 잘 적응한 덕분에 북극의 짧은 여름을 홀로 풍족하게 누린다.

북극의 가파른 절벽 위에서 노래하는 흰멧새 수컷. 극지연구소 제공

하지만 최근 들어 북극에서 흰멧새를 보는 일이 예전보다 힘들어졌다고 한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북미에선 지난 40년 간 개체군의 63.6%가 감소했다. 1970년대 이후 이들의 월동지인 중위도 해안 지역의 연안 습지가 줄어들면서 먹이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아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진 않지만, 북극의 온난화에 따른 영향이 가속화됨에 따라 꾸준히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두 해의 여름 동안 북그린란드의 북쪽 끄트머리, 난센란에서 흰멧새를 만났다.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새이기 때문에 책 속 사진으로만 접했었는데 머리와 배가 하얗고 눈이 검은 새가 언덕 꼭대기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첫눈에 흰멧새라는 걸 알았다. 영어식 이름인 ‘Snow Bunting’을 연상케 하는 눈처럼 하얀 깃털이 주위에 쌓인 눈과 어우러졌다.

둥지 안에서 울고 있는 흰멧새 새끼 일곱마리. 극지연구소 제공

흰멧새 부부는 번식기를 맞아 흙이나 바위로 된 가파른 절벽에 나타났다가 작은 구멍 속으로 사라졌다. 절벽을 기어올라 작은 구멍 속으로 손을 넣자 고운 풀로 엮인 손바닥 크기의 둥지가 느껴졌다. 어미가 스스로 뽑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가슴털이 단열효과를 더해 바깥 공기와는 달리 따뜻했다.

먹이를 물고 있는 흰멧새 수컷. 극지연구소 제공

지난 해 6월부터 7월에 걸쳐서는 J.P. 코크피오르(Koch Fjord) 동쪽 해안가 약 9㎢ 지역을 걸으며 총 12쌍의 흰멧새가 사는 것을 확인했다. 암컷은 5~7개의 알을 낳아 약 13일 동안 품었고, 수컷은 둥지 속 암컷에게 먹이를 물어다 날랐다. 알이 부화하면 부부가 함께 곤충을 사냥했고, 보름이 지나자 새끼는 어느 새 어미만큼 자라 둥지를 떠났다.

올해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깨어날까? 지금쯤 북극엔 눈이 녹기 시작했을 것이고 흰멧새는 벌써 알을 낳았을지도 모른다. 다음달이면 북극에 도착한다. 이누이트 원주민들처럼 흰멧새의 노래를 들으며 북극의 계절을 느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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