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7 14:00
수정 : 2018.07.30 19:19

[애니북스토리]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개식용 문제가 시작이자 끝


등록 : 2018.07.17 14:00
수정 : 2018.07.30 19:19

하찮게 여겨지던 개식용 관련 운동이 여기까지 온 것은 현장에서 뛰어준 많은 단체의 활동가와 후원자들 덕분일 것이다. 연합뉴스

“컹컹!”

개가 짖는 소리인지 우는 소리인지가 광장을 채웠다. 지난 일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개 고양이 도살 금지법을 촉구하는 국민대집회’ 도중 식용으로 개를 키우는 개 농장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못 보겠다”며 고개를 돌렸지만 소리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도심 한복판의 아스팔트는 펄펄 끓었고,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기대감과 열정도 뜨거웠다.

우리나라 개식용 역사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열정이 뜨거웠다. 동물단체, 채식운동단체 등의 깃발이 휘날렸다. 수의사단체, 환경단체도 함께 했다. 여타 다른 사회 문제에 밀리고, 하찮게 여겨지던 개식용 관련 운동이 여기까지 온 것은 현장에서 뛰어준 많은 단체의 활동가와 후원자들 덕분일 것이다. 집회라는 게 그렇듯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동지감을 얻고, 새롭게 의지를 다지고 있었다. 좋은 에너지가 넘쳤다.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축산법으로는 가축, 동물보호법으로는 반려동물이던 개가 반려동물로만 인정되어 현재와 같은 개 농장은 운영될 수 없다. 연합뉴스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상돈 국회의원이 등장하자 큰 박수가 터졌다. 가축에서 개가 제외되면 축산법으로는 가축, 동물보호법으로는 반려동물이던 개가 반려동물로만 인정되어 현재와 같은 개 농장은 운영될 수 없다. 표창원 의원도 동물을 임의로 죽이는 행위를 금지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먹기 위한 개 도살은 사실상 금지된다. 대만이 이런 방식으로 개식용을 근절했다. 처음에 도살을 금지했고, 이어서 동물 사체 판매 금지, 식용 금지로 이어졌다.

유의미한 움직임은 또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보호·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동물복지정책팀을 신설했다.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4월에는 개식용 농장에서 개를 도살한 행위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판결 받았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죽이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최초의 판결이다. 개식용이라는 견고한 장벽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공장에서 수 없이 빼낸 강아지가 펫숍에서 싼 값에 팔리고 보호자는 쉽게 샀으니 쉽게 버려서 유기동물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픽사베이

한국에서 개식용 문제는 모든 동물문제의 블랙홀이다. 집을 잃은 이웃집 개를 주인에게 데려가 준다는 생각을 못하고 개소주로 만들어 먹는 사람, 길에서 떠도는 유기견을 친구들과 잡아먹는 사람, 개 농장에서 어차피 죽을 개니까 싼 값에 사다가 동물실험을 하는 연구자, 계류 기간이 지난 유기견을 안락사 대신 개 농장에 파는 유기동물 보호소 관계자, 돈을 못 버는 투견을 개 농장에 파는 투견꾼. 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특히 강아지 공장 사람들에게 개 농장은 든든한 뒷배이다. 안 팔린 개는 개 농장에 팔면 되기 때문이다. 강아지 공장의 개는 대부분 소형 순종일 텐데 그것도 보신탕으로 먹는지 의아할 만하다. 하지만 소형견은 개소주용으로 인기가 많다. 이렇듯 강아지 공장에서는 잉여 동물 걱정이 없으니 기계처럼 새끼를 빼낸다. 공장에서 수 없이 빼낸 강아지가 펫숍에서 싼 값에 팔리고 보호자는 쉽게 샀으니 쉽게 버려서 유기동물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은 폭력적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문제는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인간 앞에 무력한 생명에게 가하는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가 인간에게는 안전할까. 사회가 용인하는 폭력 지수가 높을수록 먼저 위험해지는 건 여성,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다.

하재영 작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강아지 공장부터 개 농장, 보호소 등을 직접 취재한 르포이다. 이미 대부분 아는 내용이라서 별 충격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끔찍함은 영상보다 글이 오히려 더 세다. 상상하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며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은 한국 개의 삶에 대해 힘겹게 써준 작가에게 감사했다. 저자가 인터뷰한 사람 중 동물보호단체 ‘행강’의 박운선 대표 말이 오래 남았다.

하재영 작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강아지 공장부터 개 농장, 보호소 등을 직접 취재한 르포이다. 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개에 관한 문제는 개식용이 시작이자 끝일 수밖에 없어. 개식용이 종식되고 번식견과 유기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 내가 보기엔 30년, 40년. 아니면 반세기쯤 걸릴 것 같아.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이 세상에 없겠지. 하지만 끝을 못 보더라고 가야 해. 우리가 시작해야 다음 세대가 완성할 수 있어.”

광장에 모인 사람들도 다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글ㆍ사진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하재영,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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