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수 기자

등록 : 2017.07.04 17:33
수정 : 2017.07.05 00:19

시름 씻는 물소리…비를 만나 아름다운 여행지 넷


장마철에 더 좋은 폭포ㆍ산사ㆍ고택...한국관광공사 선정 7월에 가볼만한 곳

등록 : 2017.07.04 17:33
수정 : 2017.07.05 00:19

최악의 가뭄을 걱정하다 휴가철에 쏟아지는 빗줄기가 야속하다. 그렇게 계절은 실수하는 법이 없다.

좋은 날만 여행하라는 법 있을까. 한국관광공사가 7월 가볼 만한 곳으로 비가 오면 더욱 좋은 여행지를 골랐다. 낙수 소리 운치 있는 한옥고택, 물이 많을수록 더 시원한 폭포, 비구름 감싸면 더욱 신비로운 산사 등을 뽑았다.

비둘기낭폭포는 평지에서 푹 꺼져 있어 뜻밖의 발견을 한 것처럼 신비롭다. 포천시청 제공.

●현무암 비경 속에 감춰진 포천 비둘기낭폭포

비둘기낭은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토한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협곡이 400m가량 이어지는 계곡에 숨어 있어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최근엔 한탄ㆍ임진강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도 등록됐다.

폭포 주변 현무암 동굴과 주상절리도 볼거리다. 최흥수기자

폭포가 자리한 곳은 산이 높지도 계곡이 깊지도 않다. 주차장에서 하천으로 몇 발짝만 걸으면 바로 폭포에 닿는다. 한탄강이 평지보다 낮은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길을 걷다가 숲 속 절벽 아래로 내려서면 불현듯 폭포가 모습을 드러내고 협곡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사연에서 비롯했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협곡의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비둘기낭폭포는 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피 시설로 이용했고, 인근 군부대에서 알음알음 휴양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추노’, ‘선덕여왕’ 등을 촬영하면서 더욱 알려졌다.

아쉽게도 안전 문제로 폭포 앞까지 내려서는 것을 제한해 전망대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토ㆍ일요일 오전 10시30분, 오후 1시30분과 3시에는 지질공원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폭포에서 한탄강으로 생태탐방로가 연결되며, 폭포 옆에 대규모 캠핑장도 조성했다.

●빗소리에 세상 시름을 씻는 제천 정방사

비 오는 날 분위기가 더 근사한 여행지가 있다. 보슬비도 좋고 장대비도 괜찮다. 제천 정방사가 그런 곳이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세상 시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간다. 멀리 보이는 청풍호도 꿈처럼 아련하게 비에 젖는다.

은은한 안개가 밀려드는 아침 정방사 풍경. 최갑수 촬영, 한국관광공사 제공

의상대 절벽 아래 자리한 정방사 원통보전. 최갑수 촬영,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방사는 금수산 의상대라는 까마득한 절벽 아래 자리한 사찰이다. 속리산 법주사의 말사로, ‘동국여지승람’에는 산방사라 소개되었다. 정방사를 찾아가는 길도 아름답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수려한 청풍호가 따라온다. 능강계곡으로 오르는 길을 따르면 울창한 소나무 숲이다. 이 길을 따라 10여 분 가면 주차장에 닿는데, 차를 대고 다시 가파른 길을 5분 정도 올라야 한다. 절 앞에는 사람 한 명 겨우 비켜갈 만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한국에서 절로 들어가는 가장 좁은 길이라고 했다.

절은 의상대 아래에 제비 집처럼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청풍루와 유운당, 원통보전, 나한전이 일렬로 섰다. 요사채 앞 작은 마당에 서면 월악산과 청풍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정방사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새벽녘이다. 해 뜨기 전 월악산 골짜기와 청풍호에서 피어 오른 물안개가 선경을 빚는다. 조선 중기 학자 김창흡은 이곳 풍광을 “창으로는 월악산을 긷고 손바닥에는 구담봉을 올려놓았네”라고 읊었다. 원통보전 오른쪽에는 해수관음보살입상이 청풍호를 바라고 섰다. 청풍호를 ‘내륙의 바다’라 가정한 이름이리라.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진도 운림산방

비 오는 날 진도에 간다면 운림산방이다. 구름 숲 속 화가의 방, 쓸쓸한 툇마루에 앉아 눈을 감으면 연못에 물 듣는 소리, 상록수림 속 휘파람새 소리, 이웃 절간의 목탁 소리가 들린다.

첨칠산 자락에 아침 안개가 끼면 더욱 아름다운 운림산방. 구완회 촬영,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 오르는 안개가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1808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난 허련은 20대 후반에 해남 대둔사의 초의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30대 초에는 그의 소개로 한양에 가서 추사 김정희의 제자가 되었다. 추사는 “압록강 동쪽에는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며 그를 아꼈다.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는다. 이때가 1857년, 그의 나이 49세였다.

소치는 운림산방을 이름처럼 멋지게 꾸몄다. 작은 집 앞에 널찍한 연못(운림지)을 파고 한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어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지금도 여름이면 수련 가득한 연못에 붉은 배롱나무꽃이 떨어진다. 그의 예술혼은 사후 아들 미산 허형과 손자 남농 허건을 거쳐 증손자, 고손자까지 5대에 이어진다.

운림산방 뒤편은 사시사철 푸르고 울창한 숲이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종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와 졸참나무, 느릅나무, 굴피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조화를 이룬다.

●선비의 뒷모습처럼 아름다운 안동 농암종택

안동 도산면 농암종택은 비가 오는 날 가면 금상첨화다. 구름이 내려앉은 청량산 줄기가 수묵화를 그리고, 낙동강 물소리는 더욱 세차다. 긍구당 넓은 마루에 앉아 빗소리, 강물 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농암종택 긍구당. 최흥수기자

긍구당에서 보는 풍경. 최흥수기자

농암종택 앞을 흐르는 낙동강 풍경. 최흥수기자

농암종택은 본래 도산서원 앞 분천마을에 있었는데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되었다. 1996년 농암의 17세손 이성원 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10여 년 동안 여기저기 흩어진 종택과 사당 등을 한데 모아 이룬 것이 지금의 농암종택이다.

농암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조 작가다. 32세에 벼슬길에 올라 30년 이상 관직에 몸담았다가 154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시를 벗 삼아 지낸다. 부모를 봉양하고 자연에서 유유자적 지내고 싶어 임금의 상경 명령에도 끝내 응하지 않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였다.

긍구당(肯構堂)은 농암이 태어나고 자란 별채로, 고려 때 그의 고조부가 지은 건물이다. 마루에 오르면 가려진 나뭇가지 뒤로 낙동강 물소리가 시원하다. “여기서는 산과 강을 함께 봐야 해요. 건물만 보고 가면 제대로 못 본 거야. 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고, 강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요.” 이성원씨가 일러주는 농암종택 풍경 감상법이다.

농암종택에서 강변으로 내려오면 퇴계오솔길(예던길)이 이어진다. 퇴계가 청량산 갈 때 걷던 길이다. 낙동강을 따라 조붓한 길이 이어진다.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ㆍ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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