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9 10:30

먹는 재미 보는 재미…구석구석 예쁜 ‘용궁’ 장터


[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예천으로 추억여행, 용궁시장~회룡포~삼강주막

등록 : 2017.11.19 10:30

문의 : 안녕하세요, 원근씨. 지난 번 소개해 준 문경새재를 가보고 싶어서 문경에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함께 코스로 묶은 월악산과 단양팔경은 이미 다녀온 터라…. 문경새재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매번 원근씨가 짜준 코스를 참고해 여행을 떠나는 독자입니다. 이번에도 좋은 코스 부탁 드립니다. 맛집이 있으면 더 좋고요.

비룡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회룡포마을.

답변 : 매번 눈 여겨 봐주신다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문경에 숙소를 예약하셨다고요. 그럼 문경 여행 후 가볼 만한 곳으로 예천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예천은 두드러진 관광도시가 아니라 조금 생소하실 거 같은데요.

예천에 가시면 우선 ‘용궁’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에 가 보세요. 차는 용궁시장 인근에 세워 두고 걸어서 다녀보시길 권합니다. 꼭 봐야 할 건 없지만, 천천히 걸으면 구석구석 예쁜 동네랍니다. 장날에 맞춰가시면 더 볼거리가 많습니다. 용궁재래시장은 4일과 9일에 열립니다. 저는 그 마을을 둘러볼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곳이 정미소였습니다. 옛날 방식을 그대로 유지한 곳입니다. 도정한 쌀을 넣어 둔 집 채 만한 포대도 있고, 따로 소량 포장하여 팔기도 합니다. 왠지 이곳 쌀이 전국에서 가장 맛있어 보이기도 했답니다.

시장 제유소 간판

참기름을 짜고 남은 깻묵

시장 골목을 들어가면 아주 오래된 제유소가 있답니다. 전통방식 그대로 들기름 참기름 등을 짜는 곳입니다. 오래된 간판도 멋있습니다. 예전에 영화관에 거는 대형 포스터를 그리던 분이 그린 간판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시골마을에나 있었던 양조장도 남아 있습니다. 양조장 건물은 넝쿨로 둘러싸여 있어서 아주 운치 있습니다. 벽에서부터 역사와 전통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장면을 촬영한 곳이라고 하더라고요. 주인장의 인심까지 좋아, 막걸리도 한입 시음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재래시장에서 파는 한우는 정말 싸고 맛있습니다. 이 가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시장 안의 ‘단골식당’은 용궁에서 유명한 식당입니다. 오일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순대국과 오징어불고기, 돼지불고기 등을 판매하던 곳입니다. 순대국은 비린내가 없고 깔끔해 제가 먹어 본 순대국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답니다. 오징어불고기나 돼지불고기는 매운 양념을 해 연탄불로 직접 구워서 내옵니다. 매번 낮에만 방문했는데, 개인적으로 한번쯤 용궁에 민박집을 잡고 단골식당에서 소주 한잔하는 것이 저의 로망이기도 합니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계속 못하고 있네요^^

용궁시장의 단골식당

단골식당 오징어불고기

단골식당 순대국

용궁시장을 그렇게 설렁설렁 걸어 다니면서 구석구석을 보고 나서 가 볼 곳은 회룡포마을입니다. 회룡포마을은 ‘물돌이동’ 즉 내성천 물길이 350도 휘감아서 형성된 마을입니다. 안동 하회마을과 흡사하지만 규모는 훨씬 작습니다. 우선 회룡포마을을 보려면 강 건너 주차장에 차를 대고 ‘뿅뿅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마을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고요, 마을 주변의 백사장을 산책해도 좋습니다.

마을 전망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강 건너 비룡산입니다. 차로 자그만 사찰인 장안사 밑까지 가서 전망대까지 걸어야 합니다. 장안사 주차장까지는 승용차만 갈 수 있습니다. 길이 협소해 마주 오는 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장안사를 끼고 산책로로 올라가면 나무계단이 나옵니다. 100여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회룡포마을을 보면 한 삽에 풀 수 있을 것같이 진짜 섬처럼 느껴집니다.

회룡포를 보셨다면 삼강나루로 가십시오. 삼강나루는 낙동강과 내성천 그리고 문경에서 내려오는 금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의 삼강주막은 나루를 오가는 사공과 보부상의 숙식을 해결해주던 주막이었습니다. 2006년 마지막 주모인 유옥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예천군에서 관광 명소로 정비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 방문했을 때 할머니께서 고생한다며 손을 잡고 사이다를 한 병 쥐어주시던 모습이 아련하게 그려집니다. 주막 뒤편 500년 된 회화나무도 멋들어집니다.

1960~1970년대 풍경이 남아 있는 용궁, 조선시대 시인 묵객의 잠자리와 식당이었던 삼강주막, 속세와 멀리 떨어진 또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는 회룡포마을까지 둘러보시면 예천의 알짜배기 여행지는 대충 훑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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