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8.12 04:40
수정 : 2017.08.12 07:23

“개, 안에서 키우는 게 학대” vs “밖에 놔두면 성격 나빠져”


등록 : 2017.08.12 04:40
수정 : 2017.08.12 07:23

[동물과 사람이야기] 개를 밖에서 키워도 될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줄에 묶인 채 실외에 있는 유기견 출신 첫 퍼스트 도그 토리의 사진을 올리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임종석 비서실장 페이스북

지난 5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유기견 출신 첫 퍼스트 도그(first dog)인 ‘토리’의 사진을 올려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

토리를 실외에 설치한 나무로 만든 개 집 옆에 목줄로 묶어 놓았기 때문이다. 토리는 과거에 식용견으로 사육되다가 동물보호단체에 구조됐다.

사진 내용을 문제 삼은 사람들은 개를 한여름 햇볕이 뜨거운 실외에 묶어 기르는 점을 비판했다. 반면 실외에서 기른다고 모두 동물학대냐는 주장이 맞섰다. 여기에 “개를 실내에서 기르는 것이 오히려 동물학대”라는 주장과 “개는 원래 밖에서 길러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개를 기르는 방식에 대한 논쟁으로 확산됐다.

개를 밖에서 길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개가 실내에만 있으면 답답해 하고 자유롭게 뛰어 놀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또 예전부터 개를 실외에서 줄에 묶어 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를 가급적 실내에서 길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개가 더위나 추위를 피하고 반려인과 충분히 교감하기 위해서다. 황철용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개는 사회적 동물이며 인간과 상호교감이 필수이기 때문에 주인과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게 맞다”며 “폭염과 혹한 등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는 개들이 밖에서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반려견 행동전문가인 강형욱 훈련사도 “개를 기르는 것은 반려인과 반려견이 서로 생활방식을 맞춰가는 것”이라며 “개를 밖에서 기르는 것은 사람의 생활패턴을 반려견에게 전혀 맞추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는 사회적 동물로 사람과의 교감이 필수인데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가급적 실내에서 기르기를 권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실외에서 개를 묶어 기르는 경우 상당수의 개들이 추위와 더위에 노출된 채 반경 1m 밖을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개를 줄에 묶어 밖에서만 기르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식용이나 경비견으로 사육되는 개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된 미국이나 유럽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보다 마당 있는 단독주택이 많은데도 개를 대부분 실내에서 기른다. 미국은 주에 따라 날씨, 목줄 길이, 실외에 있는 시간 등을 법으로 정해 놓았다. 텍사스주는 주인 부재 시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개를 밖에 두는 것을 금지하고, 코네티컷주에서는 기상주의보 발령 때 개를 밖에 15분 이상 묶어둘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고정된 물체에 개를 묶어두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개를 데려가거나 벌금을 물린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은 실외에 개를 묶어 기르면 주인과 분리돼 개의 건강과 성격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본다. 수의 진단장비 전문업체 미국 아이덱스가 운영하는 수의사 자문 커뮤니티인 펫헬스네트워크,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 등에 따르면 마당에서 개를 기르면 짖거나 땅을 파헤치는 등 잘못된 습관을 들이고 공격적 성향으로 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수의사는 “반려인과 반려견이 행복 하려면 상호 교류를 통한 신뢰가 형성돼야 하는데 실외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개를 목줄에 묶은 채 밖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전문가들은 부득이하게 개를 실외에서 기를 경우 폭염과 혹한기에 더위나 추위를 피할 수있도록 실내에 공간을 마련해주고, 목줄 대신 울타리를 쳐 개들의 활동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황철용 교수는 “부득이하게 울타리를 쳐서 개를 기를 경우에도 사람과의 교감은 필수”라며 “개들이 자주 울타리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서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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