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3.28 14:00
수정 : 2017.03.28 14:05

[애니북스토리] 홍보에만 반짝 활용되는 지자체 동물들


등록 : 2017.03.28 14:00
수정 : 2017.03.28 14:05

동물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만나서 헤어질 때까지 동물 얘기만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디서든 동물 얘기 좀 길게 할라치면 눈치를 줘서 입을 꾹 닫게 마련이니까. 얼마 전 모임에서는 고양이 역장 '다행이'가 사라진 지 두 달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물은 여전히 홍보수단일 뿐이구나. 하긴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아지 선물도 취임준비위원회가 연출하는 나라이다.

다행이는 2016년 4월에 부천시 역곡역 김행균 역장이 입양하면서 명예역장이 되었다. 김행균 역장은 어린이를 구하다가 다리를 잃었고, 다행이도 길에서 다리를 다쳐서 둘의 만남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다행이는 역 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런데 김행균 역장이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우자 보호소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홍보에 그렇게 이용하더니 역을 집으로 알았을 아이를 보호소로 보내다니. 코레일, 부천시는 책임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작년에 역곡역의 명예역장이 된 다행이는 역장이 건강 문제로 떠나자 보호소로 보내진 이후 실종됐다. 다행이 페이스북

15년 전쯤 강아지를 명예역장으로 임명한 기차역을 취재한 후 다음 해에 그 아이들이 궁금해서 연락했더니 새로운 강아지가 역장이 되어 있었다. 먼저 아이들의 연락처를 물으니 여러 핑계를 대더니 결국 알려주지 않았다. 관공서에서 이런 식으로 동물을 이용하면 안 된다고 항의해도 그게 왜 문제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지금이나 15년 전이나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우리나라에 동물 역장 바람이 분 건 일본 기시역의 타마 역장 덕이다. 2006년 기시역은 이용객 감소로 폐쇄 위기에 몰리자 매점 아주머니가 챙기던 고양이 타마를 고양이 역장이라며 홍보하기 시작했다. 타마 역장 덕분에 기시역은 외국 여행객도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고 기사회생했다. 고양이 역장은 홍보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역은 타마가 열 여섯 살에 떠날 때까지 아프면 치료도 해주고, 살뜰히 챙기면서 끝까지 책임을 다했다.

일본 기시역의 타마는 열여섯 살에 떠날 때까지 역 관계자들의 깊은 보살핌과 사랑을 받았다. 와카야마 전철 홈페이지

안타까운 이야기는 또 있다. 2014년 11월경 강동구의 한 도서관에 나타난 길고양이 ‘해리’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도서관 직원과 이용객의 사랑을 받았다. 해리 덕분에 도서관 이용객도 늘었다. 여기까지는 유명한 미국의 도서관 고양이 듀이와 닮았다. 그런데 2016년 1월, 해리가 큰 부상을 입고 나타나 수술을 받았는데 이후 해리는 도서관 근처에 방사됐다. 방사라니. 도서관으로 들인 것도, 집고양이도 아닌 다시 길 위라니. 이후에도 해리의 불행은 이어졌지만, 지금은 다행히 집고양이로 살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와 해리의 이야기는 꽤 유사하다.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책까지 출간되는 등 관공서의 홍보에 이용되었는데 결론은 평범한 고양이보다 못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동물을 홍보에 이용하면 의도치 않은 일도 발생한다. 해리가 큰 부상을 입은 건 시기적으로 TV 동물 프로그램에 소개된 후이다. 안전을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벌이는 지나친 홍보는 동물학대자에게 길고양이의 신상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같다.

같은 도서관 고양이지만 해리와 너무 다른 삶을 살았던 듀이는 어땠을까? ‘도서관 고양이 듀이’의 저자는 도서관 직원이었는데 한겨울에 도서관 반납함에 버려져 꽁꽁 언 새끼고양이를 살리기 위해서 목욕부터 시킨다. 나는 저자가 목욕물 온도가 적당한지 알아보려 팔꿈치로 수온을 체크하는 모습에 뭉클했다. 엄마가 아기 목욕을 시킬 때 하는 행동이 아닌가. 한 생명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이렇게 다르다.

도서관 반납함에 유기됐다가 구조된 듀이는 이후 도서관 고양이가 돼 온 마을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는다. 듀이리드모어북스 홈페이지

듀이는 이후 도서관 고양이가 되어서 직원과 이용객의 사랑을 받으며 지낸다. 1988년 당시는 미국의 경제 불황이 심각하던 시기여서 실업자는 넘쳤고, 온종일 일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어서 부모는 자녀를 돌볼 시간이 없었다. 그런 아이들을 사랑하고 놀아주는 상대가 바로 듀이였고, 어느 날 어떤 아이의 엄마가 듀이에게 속삭였다. “듀이야, 고맙다.” 이러니 저자가 듀이를 입양한 건 온 마을이라고 표현하는 게 지나치지 않다.

듀이는 16세에 암으로 떠난다. 저자는 주말, 휴가 때면 듀이를 집으로 데려오곤 했기에 늙은 듀이를 집에서 돌보려 했지만 듀이는 주말을 지내고 도서관에 갈 때면 앞발을 자동차 계기판에 올려놓고 흥분할 정도여서 그러지 못했다. 듀이에게 집은 도서관이었다.

이렇게 온 마음으로 동물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면 도서관 고양이, 고양이 역장 등의 홍보놀음은 그만하면 좋겠다. 동물 당사자에게 인간의 반짝 관심은 불행을 가져올 뿐이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 <도서관 고양이 듀이>, 비키 마이런, 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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