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인턴 기자

등록 : 2018.04.10 14:00
수정 : 2018.04.10 16:36

[애니북스토리] 조류 독감도 아닌데 닭을 또 죽인다고?


등록 : 2018.04.10 14:00
수정 : 2018.04.10 16:36

달걀 값이 폭락하면서 대한양계협회에서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법이 ‘산란계 850만 마리 도태’ 였다. 도태하기로 결정한 850만 마리는 국내 전체 산란계의 12%에 달한다고 한다. 픽사베이

‘산란계 850만 마리 도태’ 뉴스에 이런 기사가 떴길래 오보라고 생각했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조류독감은 발생했지만 초동 대처가 잘 되어서 확산되지 않았고, 대량 살처분 없이 진정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850만 마리라는 엄청난 수의 산란계를 죽인다니 오보인 게 당연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원인은 달걀 가격의 하락이다. 달걀 값이 폭락하면서 대한양계협회에서 자구책으로 마련한 방법이었다. 도태하기로 결정한 850만 마리는 국내 전체 산란계의 12%에 달한다. 사육수가 줄면 계란 값 반등이 가능할 거라는 예상이었다.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바로 1년 전, 최악의 조류독감으로 가금류 3,0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고, 국내 전체 산란계의 36%인 2,517만 마리가 살처분 되었다. 당시 마트의 달걀 매대는 텅 비었고, 그나마 구할 수 있는 달걀도 한 판에 7,000~8,000원이어서 달걀 값을 금값이라고 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가격이 폭락했다니 이해가 힘들었다. 죽은 닭들이 부활이라도 한 걸까.

1년 만에 금값이던 달걀 값이 폭락했다. 픽스히어

조류독감이 종료되자 살처분으로 닭이 사라졌던 양계장에 한꺼번에 많은 산란계를 들였고 이것이 달걀 생산 과잉을 불러왔다고 한다. 살처분으로 수없이 죽어나가는 닭들을 보면서 회복이 쉽지 않겠구나 생각했는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빈 농장을 바로 닭으로 채우고 순식간에 달걀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거였다. 라면 공장처럼, 콜라 공장처럼. 동물들에게 학대에 가까운 현재의 밀집사육, 대량사육 방식을 ‘공장’식 축산이라고 부르는 게 맞구나싶다. 2015년 조류독감 때 가금류 1,400만 마리가 살처분되었는데 2017년에 또 3,0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것을 보고 가공할 개체수 복구 속도에 소름이 끼쳤는데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었다.

도태 결정은 달걀 값 하락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농가의 자구책이라는 말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농가를 위해서도 살처분 후 개체수 복원이라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 해법은 현재의 대량사육 방식의 변화인데 쉽지 않다. 1980년대 약 70만 농가에서 약 3,900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웠는데 2012년에는 3,400농가에서 약 1억 5,000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운다. 30년 사이에 양계농가 수는 200분의 1 이하로 줄었는데 키우는 닭은 3.8배나 늘었고, 한 농가에서 키우는 산란계만 평균 약 4만 4,000 마리다. 달걀 소비가 폭증하고 이처럼 양계장이 대형화되면서 산란계는 땅에서 달걀을 낳지 못하고, A4 용지 3분의 2 크기의 케이지에 감금됐고, 이로 인한 면역력 저하는 해마다 조류독감과 살처분을 부른다. 불행의 악순환이다.

산란계는 생명이라기보다 식품 공장의 식재료에 가깝다. 픽스히어

특히 이번에 도태되는 닭은 55주령 이상의 노계라고 했다. 계산을 해봤다. 55 x 7 = 385일. 갓 1년을 넘게 산 닭을 노계라고 부르는 게 합당한가. 일반적인 산란계도 80주령 정도에 산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축되고, 통조림 등 가공용 재료가 된다. 닭의 자연 수명이 20년인 걸 인간은 모두 잊은 모양이다.

인간의 가축이 된 닭은 두 종류로 나뉜다. 구이, 백숙 등 고기로 사용되는 육계와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 산란계는 생명이라기보다 식품 공장의 식재료에 가깝다. 산란계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한다. 알을 낳지 못하니 산란계로도, 육질이 좋지 않아서 육계로도 쓰임이 없기 때문이다.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바로 갈아져서 비료 등의 재료가 된다. 생명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조차 되지 못하는 폐기 처분이다. 온 우주에서 산란계로 태어나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찾기 힘들 것 같다.

고 박상표 수의사는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에서 가축이 행복하고 인간이 건강하려면 유기농이나 동물복지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농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지적이다. 지금처럼 축산의 규모만 키운다면 지속 가능한 농업은 불가능하다. 축산의 규모를 대폭 줄이지 않고서는 질병의 발생과 살처분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농민은 계속 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수요가 있는 한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은 불가피하다. 결국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인간이 지금처럼 ‘싸게 그리고 많이’ 육식성 음식을 먹으면서 공장식 축산이 아닌 행복한 축산이 가능한가?

글ㆍ사진 김보경 책공장 더불어 대표

참고한 책: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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