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1.10 17:13
수정 : 2017.01.11 18:12

[고은경의 반려배려] 실험견 구조는 사람 마음도 구조하는 것


등록 : 2017.01.10 17:13
수정 : 2017.01.11 18:12

한 대학에서 영상의학관련 실험에 사용되다 구조된 ‘미오’가 충남 논산 비글구조네트워크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고은경기자

얼마 전 충남 논산에 있는 실험견 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를 다녀왔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비글 종 개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사람에게 친근한 견종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60여 마리의 비글은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꼬리를 흔들어대며 탐색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비글에 둘러 쌓여 앞으로 걸어가기도 어려울 정도의 격한 환대를 받고 나니 외투와 바지는 선명하게 남겨진 개 발자국으로 뒤덮였다.

2015년 가을에 문을 연 이곳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험견을 위한 쉼터와 입양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5개의 실험시설에서 14마리의 실험견을 구조했다. 실험에 제일 많이 활용되는 견종이 비글임을 감안해 유기된 비글도 구조해 함께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실험견은 실험실이 아닌 일상적 외부환경과 일반 가정에서의 적응과정을 거친 후 새 가족을 찾아준다.

입양이나 임시보호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험견 출신 비글은 총 4마리다. 이들은 한 대학에서 의약용품 유해성 실험이나 영상의학관련 실험에 사용되다 구조됐다. 개들은 사람에게 가까이는 다가오지만 안으려고 하면 도망갔다. 실험에 동원됐던 개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어서라고 한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대표가 개들을 돌보고 있다. 고은경기자

비글이 실험견으로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알려져 있다시피 장난치길 좋아하고 활발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전적 결함이 없는 상태에서 실험해야 하는 시료로서의 역할을 위해 외모나 유전적 측면에서도 완벽한 품종인‘비글스탠다드’에 가깝다. 성별로는 참을성이 더 많은 수컷이 선호된다. 실험을 위해 본능적으로 물려고 하는 습성을 없애고, 주사바늘을 꽂는 연습도 한다. 관리와 비용이 까다롭다 보니 가격은 마리 당 180만원에서 높게는 1,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실험견 상당수는 국내 실험견 생산업체가 많지 않아 미국 최대 동물실험 생산업체인 ‘마셜 바이오 리소스’의 중국 생산공장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다.

이처럼 태어날 때부터 오로지 인간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며 평생을 실험실에서 사는 동물이 국내에만 연간 200만마리에 달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실험실 밖으로 한발 짝도 나오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실험견만 봐도 지난 15년간 실험에 동원된 15만 마리의 개 가운데 21마리만이 구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지침에 실험동물의 반출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실험기관이 의학적으로 세상 밖으로 내보내도 된다고 판단하는 동물도 폐기처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실험동물을 다 구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밖으로 나와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된 동물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 동물복지에 눈을 뜬 젊은 실험연구자들이 실험을 마친 동물에게 새 삶의 기회를 주고 싶어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상부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실험에 대한 고뇌와 스트레스를 느끼는 실험연구자로부터 실험동물 구조에 대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했다. 인간을 위해 이용된 생명을 위해서도, 실험연구자들의 마음을 구조하기 위해서라도 실험동물에게 실험실 밖으로 나올 기회를 주어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