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5.13 04:40
수정 : 2017.05.13 09:46

“안내견 시험 떨어졌지만 반려견으로는 100점”


등록 : 2017.05.13 04:40
수정 : 2017.05.13 09:46

[황현정의 안내견 다이어리 2회]

황현정 전 아나운서가 안내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솔잎을 반려견으로 맞았다.

함께 살고 있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반려견 ‘솔잎’은 강아지 시절을 일반 가정에서 보내며 사람과 친해지는 기간인 퍼피워킹 이후 안내견 학교에 갔으나 초반 훈련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훈련을 받는 모든 개들이 안내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는 만큼 엄격한 테스트를 거치는데 합격률이 보통 3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10마리가 훈련 받으면 그 중 3마리만 안내견이 된다는 뜻입니다.

훈련을 통과하지 못한 후보견들은 반려견 분양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 가정에 입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갑니다. 최근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들도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지면서 입양 신청이 늘어 한 해 30여 마리가 분양된답니다.

황현정 전 아나운서가 강아지 시절 안내견 후보견으로 훈련하기 위해 함께 했던 빛나(왼쪽)와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솔잎이 환하게 웃고 있다.

퍼피워킹을 하며 대형견의 매력에 푹 빠진 우리 부부는 빛나가 안내견 학교로 떠난 후 솔잎과 함께 하는 삶을 택했습니다. 솔잎이 시험에 떨어졌다고 해서 반려견으로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천사견으로 통하는 리트리버 중에서도 특히 얌전하고 의젓한 친구인데 단지 안내견으로 일하는 즐거움보다 노는 것을 더 좋아할 뿐이지요. 뭐, 사람도 그렇듯 말입니다.

솔잎은 강단 있던 빛나와 달리 애교 많고 겁도 많은 먹보쯤으로 소개하는 게 맞을 겁니다. 타고난 성품이 정이 많다고 할까요. 우리 부부와 함께 걸으면 뒤처지는 사람을 챙기느라 분주합니다. 자꾸 돌아보고 서서 기다리며 그러다 셋이 만나면 기뻐서 펄쩍 뛰는 통에 산책에 영 속도가 붙지 않지요. “아마 저래서 떨어진 모양”이라며 저희끼리 웃고는 합니다.

게다가 어찌나 소심한지요. 처음 저희 부부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집 안 여기저기 깔려 있는 요가매트를 보고 운동광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맨 바닥을 무서워하는 솔잎 때문입니다. 솔잎은 바닥에 두어 번 엉덩방아를 찧은 뒤 바닥에 발을 대려고 하지 않습니다. 덩치나 작으면 모를까, 30㎏에 육박하는 대형견이 매트 위에 서서 미끄러질까 봐 맨 바닥에 발을 딛지 못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안쓰럽기도 하고 우스웠습니다.

제주 여행중 솔잎이 꽃잎을 머리에 올린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솔잎과 걷다 보면 가끔 “어, 안내견이다”라며 반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안내견이 리트리버 종 뿐이라서 그렇겠지요. 그때마다 안내견들의 이미지를 솔잎이 좌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의젓하게 키우려 노력합니다. 솔잎과 마주친 분들이 진짜 안내견을 만났을 때 겁내거나 싫어하지 않고 배려해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안내견이나 안내견이 되지 못한 반려견 모두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면 안내견으로 봉사하지 않을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때까지 부디 주위의 사랑을 받으며 당당하게 걸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사진= 황현정 전 아나운서

솔잎은 사람을 무척 따르고 애교도 많지만 겁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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