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9 16:18
수정 : 2017.04.19 16:18

[애니칼럼] 비글에게 자유를 허하라!


등록 : 2017.04.19 16:18
수정 : 2017.04.19 16:18

지난 해 8월, 앤드류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는 ‘비글 프리덤 법(The Beagle Freedom Bill)’에 서명했다.

동물실험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견종인 비글의 이름을 딴 법안인데, 주 정부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동물실험기관에서 실험에 사용된 개와 고양이는 반드시 수의사의 진단을 받아 입양이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고, 가정 입양에 적합하다고 판단될 경우 등록된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에 인계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지난 해 미국 뉴욕에서 통과된 '비글 프리덤 법'은 동물실험에 사용된 개와 고양이를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에 인계해 가정 입양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비글프리덤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 외에도 미네소타, 캘리포니아, 네바다, 코네티컷 등 총 5개 주에서 ‘비글법’을 시행 중이다. 2015년 캘리포니아 의회는 세금으로 지원을 받는 고등교육기관에서 실험에 사용된 개와 고양이가 입양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안락사하는 대신 비영리 동물보호단체로 보낼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메릴랜드, 텍사스를 포함한 9개 주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논의 중에 있다. 메릴랜드에서 법안을 발의한 마이클 휴 상원의원은 비글법에 대해 “상식적인 법안(a common-sense law)”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의 건강을 위해 몇 년 동안 고통을 겪은 동물들이 실험 후 회복되었다면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상식적인 도리라는 주장이다.

아직 법안이 시행되지 않는 주라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입양 주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기관도 많다. 캘리포니아의 주립대학들은 법안이 통과되기 훨씬 전부터 학생들과 교직원에게 실험 종료 동물을 입양시키는 활동을 해 왔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험이 끝난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리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추세다. 지난 해 5월 인도에서는 제약회사 실험실에서 사육되던 비글 종 실험견 156마리가 실험실을 벗어나 동물보호단체에게 넘겨졌다. 인도에서 동물실험을 관장하는 기구인 동물실험 목적규제감독위원회(Committee for the Purpose Control and Supervision of Experiments on Animals, CPCSEA)의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험을 마친 실험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처리가 논의되는 추세다. 비글프리덤프로젝트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에서도 실험에 사용된 동물을 안락사하는 대신 가정에 입양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한국일보 4월13일자 "실험 끝나면 안락사? 법으로 실험동물 지킨다 )은 실험이 끝난 동물에 대해 ‘정상적으로 회복된 동물은 분양하거나 기증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동물법에는 ‘동물이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빨리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처리하여야 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어, 실험이 끝난 동물은 일반적으로 회복 여부와 관계없이 안락사(한국일보 1월7일자 불법 번식장에서 실험실로∙∙∙벼랑 끝 강아지들 )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이번 발의안이 미국의 비글법처럼 가정입양을 의무화하는 강한 수위의 법안은 아니지만, 실험이 끝난 동물의 처우에 대해 법적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동물의 고통을 완화(Refinement)하는 것은 동물실험에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3R원칙(동물실험에서 실험 개체 수를 감소(Reduction), 동물이 느끼는 고통을 완화(Refinement), 궁극적으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방법으로 대체(Replacement)해야 한다는 원칙) 중 하나다.

영국에 실험동물이 지내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치된 가정집 같은 구조의 '홈-펜'(왼쪽)과 놀이터 시설. 사이언스다이렉트 홈페이지

해외에서는 실험이 끝난 동물의 처리 문제뿐 아니라 실험 과정에서 받는 고통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 풍부화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영국 스텔링 대학은 실험견을 대상으로 ‘홈-펜(home-pen)’이라는 가정집 같은 구조의 사육장과 놀이터를 설치하고, 사람과 정기적으로 접촉하도록 하는 연구를 하기도 했다.

동물복지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동물에게 주자는 논리가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험동물의 복지를 주장하는 것이 때로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보다 동물이 중하다’는 것으로 잘못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동물에게 주자는 논리가 아니다. 실험자의 입장에서도 실험 후 동물의 인도적 처우가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실험 과정 동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법안의 통과를 시작으로 실험동물의 복지 전반에 대해서 한 차원 높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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