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1 13:41
수정 : 2017.10.11 18:38

[애니칼럼]수의사가 본 동물 애니메이션의 옥에 티


등록 : 2017.10.11 13:41
수정 : 2017.10.11 18:38

기린과 같은 반추 동물들은 위 앞니가 없다. 그러니 수의사에겐 영화 '마다가스카2' 기린의 앞니가 옥에 티로 보일 수밖에. 게티이미지뱅크ㆍ'유튜브 영화' 캡처

동물원 수의사가 되면서부터 내용이 아무리 유치하더라도 꼭 동물이 나오는 영화라면 무조건, 그것도 두세 번씩 챙겨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번에 '마다가스카2'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다시 보았다.

동물영화 챙겨보기: 이것도 직업병?

전에 본 1편의 주요 내용은 동물원에서 우연히 탈출하게 된 동물들이 화물선을 타고 아프리카 대륙에 딸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우리나라의 5.8배)인 마다가스카 섬에 불시착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도시 인간들 마냥 생소한 섬의 야생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허덕이는 과정을 그렸다.

이처럼 1편에선 평소 늘 야생을 동경해 왔으면서도 막상 야생에 던져지니 오히려 동물원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동물원 동물들의 특성이 잘 그려져 있다.

영화 '마다가스카2'의 한 장면. '한국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유튜브 캡처

그리고 2편에선 마다가스카 섬에 추락한 비행기를 고쳐 타고 섬을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결국 멀리 가지 못하고 다시 불시착한 섬 바로 옆의 거대한 대륙 아프리카 사바나에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곳에서 사자는 드디어 어릴 적 헤어진 부모님을 만나고 기린과 얼룩말, 하마도 각각 자기 무리들과 합류하게 된다. 평소 내가 좋아하던 동물들이 몽땅 출연해서 가족들과 함께 푹 빠져들어 본 영화였다. 

영화 속 인간은 엑스트라

영화의 주요 내용을 굳이 야생동물 수의사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우선 얼룩말이 동종 무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동물원에 홀로 살던 얼룩말은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얼룩말이고 자기가 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사람들 틈에서 어느덧 자기만의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사바나에선 자기와 똑같은 수많은 개체들이 어울려 통일된 행동 패턴을 가지고 무리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만의 것으로 믿었던 동작 하나하나를 모두가 가볍게 따라 하는 걸 보면서 그도 역시 무리의 생존 질서에 차츰 적응하게 된다.

자아도취에 빠져있던 얼룩말도 사바나의 질서에 적응하게 된다.

기린은 동물원에서 이미 특별한 수의학적 관리를 많이 받아온 터라 자연스레 기린 의사가 된다. 다른 기린들과 함께 마사이 춤을 추는 설정이 참 재미있다. 그가 동족들에게 ‘야생에서는 기린들은 아프면 어떡하냐?’고 물으니까 땅을 파고 들어가 죽기를 기다린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한다.  그런데 그 정도로 기린이 심하게 아프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경우가 더 많다. 그전에 야생 기린은 대개 독특한 그들만의 자연식품(약초)과 단식으로 천연치료를 하는 등 자가치료를 한다. 동물들 역시도 인간의 ‘본초강목’처럼 오랜 진화의 세월 동안 본능적인 건강 유지법을 스스로 꿰차고 있다는 건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증명되고 있는 사실이다.

기린은 병에 걸리면 스스로 몸을 파묻기 전에 자가치료를 시도한다.

사자는 하필 부모가 무리의 왕인지라 자연스레 후계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 사자가 동물원에서 익힌 것이라곤 사람들을 사로잡는 춤을 추는 것밖에 없었다. 그는 사바나에서 왕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 싸움에서 갑자기 비보이처럼 춤으로 대결하려다 보기 좋게 왕위를 빼앗겨 버리고 부모와 함께 내쫓기지만 결국 왕위를 되찾는데 성공한다. 이 영화에선 무리의 왕위란 용기나 힘으로만 지켜지는 게 아니고 오히려 지혜와 희생정신이 더 필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지당한 말씀이다!

지혜와 희생정신으로 왕위를 되찾은 사자

영화에서 엑스트라 격인 인간은 밀렵꾼 내지 사바나의 질서를 뒤흔드는 모리배 무리 정도로 나온다. 물론 이 상황 역시 주인공 동물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더욱 인위적인 설정이지만, 이런 영화를 통해 우리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무시무시한 어깨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동물들과 함께 동화되어 보는 것도 결코 나쁘진 않을 것이다.

수의사 눈에만 보이는 옥에 티

영화 '마다가스카2'의 한 장면. '유튜브 영화' 캡처

포스터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포스터를 보면 기린이 다른 동물들과 함께 이를 내보이며 쓱 웃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옥에 티랄까? 기린은 위 앞니가 없는 걸 놓쳤다. 보통 기린이나 사슴, 양 같은 반추 동물들은 위 앞니가 퇴화되고 ‘치판’이라는 단단한 잇몸 조직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글·사진 최종욱 수의사 (광주 우치동물원 진료팀장,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  동그람이 페이스북 바로가기

▶  동그람이 포스트 바로가기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