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7.11.28 16:41
수정 : 2017.11.28 23:24

[고은경의 반려배려] 개식용 금지한 대만, 우리는 왜 못하나


등록 : 2017.11.28 16:41
수정 : 2017.11.28 23:24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철창 속에서 잔반을 먹으며 살다가 1년이 안 돼 도축된다. 개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운송 시 개들의 서열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이 구겨 넣는다(오른쪽). 케어 제공

중국 계림의 한 개 시장. 웃통을 벗은 한 남성이 목줄에 의지한 개를 위아래로 마구 흔들고 패대기 친다.

남성 옆 철창 속 구겨진 개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보다 못한 중국의 동물보호활동가는 가격을 흥정해 남은 개들을 구매한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개식용 금지 입법을 위한 국제 회의’에서 상영된 개식용 고발 다큐멘터리 ‘행복을 먹는 것(Eating Happiness)’의 한 장면이다. 영상이 상영되는 도중 객석 여기저기에선 탄식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국내 동물권 단체 케어가 공개한 한국의 개시장 영상과 사진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발이 빠지는 뜬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단 한번 땅을 밟지도 못한 채 음식 찌꺼기들을 먹으며 살다가 몸집이 크면 철창 속에 물건처럼 구겨져 던져진다. 길게는 20시간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도착한 도살장에서 개들은 전기봉뿐 아니라 칼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객석 한 켠에서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벌떡 일어나 “나도 애완견 키우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렇게 기르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들은 한동안 ‘민족의 얼이 담긴 보신탕’ 등 한국어와 영어로 된 노란색 현수막을 펼쳐 들고 서 있기도 했다. 개식용 논란은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주제에 대해 이처럼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개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24일 개식용 입법 금지를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개식용을 옹호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있다. 김민지 동그람이 인턴

이날 회의에선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법으로 금지한 대만 사례도 공유됐다. 대만도 개·고양이 식용 금지법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유기견이 넘쳐나 굶겨 죽이기도 하고, 산채로 끓는 물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개를 비롯한 동물 보호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싹텄고,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반려동물 도살 금지(2001년)→ 고기와 가죽을 위한 반려동물 도살, 판매 금지(2004년)→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개, 고양이 도살과 사체 판매 금지(2008년)를 거쳐 올 4월 개와 고양이를 식용목적으로 구입하거나 소비하는 행위까지 금지시킬 수 있었다. 이처럼 대만은 단계적 입법 과정을 거쳤고, 이미 개를 먹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유기견이나 다른 집 개를 훔쳐다 먹는 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대규모 개농장이 운영되는 유일한 나라다. 정확한 조사 결과는 없지만 국내 개농장은 1만7,000여 개로 파악되고 있다. 또 케어가 지난해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주변 권유에 의해서, 몸 보신에 좋다는 이유로 개를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40%에 달했다. 개식용을 생계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만큼 필사적으로 반대를 하는 이들이 많고, 또 상대적으로 먹는 비중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도 개식용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최근 동물단체, 육견협회, 수의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개식용 농장의 단계적 폐쇄와 농가 지원방안 특별법’을 마련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연내를 목표로 개식용 금지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더 이상 미루고, 외면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제는 해묵은 개식용 논쟁을 끝낼 때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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