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4.13 06:00
수정 : 2017.04.26 05:17

끝없는 길, 천국의 계단…인도네시아 롬복


박재아의 섬타는 여자(1)

등록 : 2017.04.13 06:00
수정 : 2017.04.26 05:17

단어의 어원에는 역사의 흐름과 사회변천 과정이 담겨 있다. 때문에 어원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명도 그렇다. 나라 혹은 지역의 이름은 그 지역의 환경과 역사, 문화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독일어로 ‘베르크(-berg)’는 산이라는 뜻으로 주위에 산이나 산성이 있는(있었던) 곳에 주로 쓰인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처럼 물길이 있는 지역에는 ‘담( -dam)’이 붙는다, ‘이아(-ia), 리아(-ria), 비아(-via)’ 는 ‘땅’이라는 뜻을 지녔다. 오스트리아, 볼리비아, 콜럼비아 등이 그 예다. ‘네시아(-nesia)’의 어원은 그리스어 nēsoi, nesos로 '섬'이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는 많은 섬을 가진 지역 혹은 그런 나라의 이름이다.

인도네시아 롬복 섬의 린자니 화산. 화산 분화구 속에 또 화산이 있다.

약 1만8,000개의 섬이 있는 인도네시아

남태평양의 지역구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섬타는 여자가 처음으로 소개할 섬은 요즘 식당 하나로 가장 ‘핫’해진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다. 당연히 롬복의 어원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생뚱맞게도 롬복은 인도네시아어로 ‘고추’라는 뜻이다. 산스크리트어로는  ‘끝이 없는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어원으로 출발해 글을 풀어보려고 했건만, 고추와 끝없는 길로는 도무지 연결고리가 떠오르지 않아 생각이 턱 막히고 말았다.

롬복(Lombok)은 Java 코드에서 불필요한 코드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JAR(Java Archive) 파일이다. 롬복을 사용하면 개발시간이 단축되고 코드가 더욱 명확하게 표시된다. 롬복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좌측에 빨간색 고추 이미지가 뜬다.

롬복은 왜 ‘끝없는 길’일까? 롬복의 면적은 제주도의 2.5배, 고작 4,725km²이다. 물리적인 환경으로는 답을 찾기가 어렵다. 뭔가 철학적인 의미가 담긴 건 아닐까? 단서를 찾기 위해 롬복의 산과 바다를 들여다 봤다.

천국의 계단, 린자니(Rinjani) 산 롬복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두번째로 높고, 세번째로 큰 활화산인 해발 3,726m의 화산 ‘린자니(Mt. Rinjani)’산이 있다.  린자니 산은 199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린자니 화산을 품고 있다. 지금은 휴화산이지만 1847년 9월에 처음으로 폭발한 후, 2004년 10월, 2016년 8월에 또 한 번 요동쳤다. 이 폭발로 발리공항이 폐쇄되고 한동안 여행이 금지되는 등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아름다운 상처도 남겼다. 폭발 이후 분화구 안에는 바다처럼 푸른 빛깔의 물을 머금은 타원형의 거대한 칼데라 호(湖)가 생겼다. 이 호수는 '바다의 눈 (Eye of Sea)’이는 뜻의 세가라 아낙(Segara Anak Lake)이라 불린다. 호수 중심에는 화산 속의 화산인 바루(Gunung Baru, 2,363m)산이 생겨 정상에 오르면 신비로운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언제 다시 폭발할지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공포를 안고서라도 계속 오르게 하는 마력을 머금은 산이다. 

린자니 화산의 신비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린자니는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등산화를 꼭 착용해야 할 만큼 길이 쉽지 않다. 해발 2,700m에 있는 분화구 가장자리에 도착하면 매서운 바람이 불기 때문에 방한복도 준비해야 한다. 린자니를 오르는 코스는 크게 두 가지. 북쪽 열대우림을 지나는 세나루 코스와, 풀이 별로 없고 제주 오름 같은 언덕들이 이어진 동쪽 셈바룬라왕 코스다. 어느 쪽이든 2~3일 소요되고 하루 7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힘든 산행이다. 산행 중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이 전혀 없어 야영을 해야 하고, 취사도 직접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포터를 구해 함께 올라가야 한다. 

린자니 화산 가는 길.

게다가 길도 좁아 아무리 넓은 구간이라도 2명이 같이 걷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호흡하며 구불구불한 길을 순례하듯 혼자 걷는 수 밖에 없었다. 길 주변에는 아직도 분화의 흔적이 시뻘겋게 남아 있다. 꽃 한 송이 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볼거리도 없는 척박한 땅을 터벅터벅 걷다가 구름과 같은 높이까지 닿을 즈음, 지금까지 올라온 길과 앞으로 가야할 길을 번갈아 쳐다보면 하늘까지 끝없이 이어진 기분이 든다. ’린자(Rinja)'는 '계단', ‘니(ni)'는 천국이란 의미로 린자니(Rinjani)는 천국의 계단이란 뜻이다. 

월리스 선(Wallace Line)이 지나는 롬복의 바다 롬복은 발리에서 고작 35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생태계는 인접한 발리보다 훨씬 멀리 떨어진 호주와 닮았다. 이유는 발리와 롬복 사이에 ‘월리스 선’이 지나기 때문이다. 윌리스 선이란 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사이를 가르는 가상의 선이다. 이 선을 기준으로 서쪽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아시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종류이고 동쪽의 동식물은 호주에서 관찰되는 종들과 같다.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동식물을 채집하고 연구하던 19세기 영국의 박물학자 알프레도 러셀 월리스 박사는 롬복 해협의 서쪽과 동쪽에 서로 다른 육상 생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최초로 동물의 서식지를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누고, 본인의 이름을 딴 ‘월리스 라인‘을 그어 진화론의 단초를 발견한다. 다윈과 공동으로 진화설을 발표했지만 다윈의 그늘에 가려져 세간에는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하지만 과학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진화생물지리학의 제창자로, 시대에 앞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주장했던 선각자로 인정받고 있다. 

월리스 라인의 마지막 지점은 렘베 해협(Lembeh Strait)이다. 렘베 섬은 북슬라웨시 섬, 마나도 옆에 위치해 있는데, 마치 본섬에서 귀퉁이 한 쪽이 쪼개져 나온 듯한 모습이다. 위장술의 대가인 ‘헤리어 프로그 피쉬’, 바닥 동굴 속에 몸을 감추고 사냥감을 노리는 ‘리본장어’, 40여종에 이르는 생물의 흉내를 내는 변신의 귀재 ‘미믹옥토퍼스’ 등 렘베 해협 일대에는 진기한 어류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또한 주변에는 무려 100개가 넘는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넓지도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 곳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해양생물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지형도 특이해 다이버가 아니라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나도에서 잠깐 배를 타고 부나켄이나 방카 섬으로 나가면 웅장한 코발트 블루의 시야가 열리고 나폴레온 피쉬, 잭 피쉬, 바라쿠다 등의 무리를 볼 수 있다. 이 일대는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지금도 활발한 지각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나 미묘하게나마 산과 땅의 모습이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식물과 동물, 수중 생태, 그리고 사람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롬복의 어원이 ‘끝없는 길’인 것에 대한 나의 두번째 추측이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롬복, 그 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윤식당’이 세워진 길리 섬으로 여행을 떠나볼 예정이다. 발리에는 없지만 롬복에는 있는 것과, 길리 섬에 없는 5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DaisyParkKorea@gmail.com  

사진 : 인도네시아 관광청 (Tourism Indone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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