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24 14:00
수정 : 2017.07.24 14:14

“달려라, 싱키!” 해안선 푸른 물빛 따라 자유 만끽


등록 : 2017.07.24 14:00
수정 : 2017.07.24 14:14

[반려견 '싱키'와 전국일주] ③ 남해안을 따라 동해까지

비숑프리제 종 반려견 '싱키'(왼쪽)와 남해안을 따라 이동하다 강릉에 다다른 소승현, 전천우 부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주문진 방파제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제주도의 모든 해변을 돌아보며 에메랄드 빛 바다에 감탄하다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바다는 실컷 본 터라 해수욕장에 지루함을 느끼고 계곡을 찾아가려 했지만, 지난달 초 여행 당시에는 심각한 가뭄으로 물이 전부 말라 놀 수 있는 계곡이 없었다.

게다가 꼭 가보고 싶었던 보성 녹차 밭, 순천만 등의 유명 관광지는 반려견 동반 금지라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여러 지역을 지나치며 섬진강을 건너다가 강가에 자리 잡은 공원이 눈에 들어와 잠시 산책도 할 겸 들렀다.

광양과 하동을 연결하는 섬진교 옆 하동송림공원이었다. 섬진강 앞으로 펼쳐진 넓은 백사장은 해수욕장을 방불케 했다. 우리는 계곡에서 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강가로 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모래 깊숙이 발이 빠지는 바람에 걷기조차 힘들었지만, 싱키는 그 느낌이 좋은지 정신 없이 뛰어다녔다. 모래를 온몸으로 즐기느라 노란 강아지가 된 싱키를 데리고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송림공원이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소나무가 우거져있었고, 제각기 뻗어있는 노송들은 섬진강 못지않은 장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나무 그늘 밑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잠시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통영 이순신공원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고 앉으니 푸른 물빛의 바다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다음날에 도착한 남해군은 그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독일마을에서 싱키와 함께 브런치를 먹을 때는 외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반려견 동반으로 갈만한 관광지는 많지 않았지만, 어디를 돌아봐도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통영 역시 싱키와 갈 수 있는 곳을 찾긴 힘들었지만, 이순신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남해안을 지나 우리는 드디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여행을 기대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국내 첫 애견동반전용호텔이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객실과 푹신한 침대에 반려견을 위한 밥그릇, 계단, 방석 등이 준비돼있어 싱키도 우리도 편히 쉴 수 있었다. 아래층 카페에서는 우리가 먹을 음식뿐만 아니라 강아지 음식, 수제간식,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어 식사도 불편함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부산에 사는 싱키의 엄마 '달샘이'와 여동생 '원에리'를 만나기 위해서다. 싱키를 가정분양 했던 가족과는 지역이 멀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만 소식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부산에 왔으니 꼭 다시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 셋은 수년 만에 만난 탓에 서로를 알아보진 못했지만, 반려인 가족들로부터 싱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싱키와 눈이 똑 닮은 가족을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싱키(왼쪽부터)와 푸들 종 '빛샘이', 비숑프리제 종 '달샘이'와 '원에리'. 부산에는 싱키의 엄마인 달샘이와 여동생인 원에리가 살고 있다. 빛샘이는 달샘이, 원에리와 함께 거주하는 반려견이다.

부산을 거쳐 별다른 기대 없이 갔던 울산은 첫 코스인 간절곶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있어 해안을 따라 걷기도 좋았고, 그 끝자락쯤에는 넓은 들판이 있어 싱키와 함께 공놀이하며 뛰어다닐 수도 있었다. 태화강대공원에 있는 십리대숲은 더운 날에도 시원하게 산책하며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싱키는 담양에서 맡지 못한 대나무 냄새를 실컷 즐길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진하해수욕장, 대바위공원, 작천정계곡 등은 바다, 강, 계곡, 숲을 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어느덧 우리 여행은 20일이 넘어갔고 날짜는 6월 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찾아오는 더위가 우리를 괴롭혔다. 경주에 도착했을 때는 35도에 육박하는 날씨로 인해 구경은커녕 숙소에서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우리끼리만 다니는 거라면 모자를 쓰고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서 가끔 더위를 피해가며 돌아다녔겠지만 싱키는 그럴 수가 없었다. 땅의 열기로 인해 발바닥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고 더위를 먹을 위험도 더 컸기 때문이다. 반려견 동반 여행할 때에는 6월말~9월초를 피해 시원하고 사람이 많지 않은 기간에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경주를 지나 온 이후로는 더위가 한풀 꺾였다. 상생의 손으로 유명한 포항 호미곶을 지나 영덕의 삼사해상공원에서 산책하고 울진 월송정 정자에 앉아 소나무 숲과 바다의 조화를 즐긴 우리는 강원도로 들어섰다.

강릉의 바다는 제주도와는 또 다른 매력의 짙푸른 색 물빛으로 우리의 감탄을 자아냈다. 바다가 눈에 보이기도 전에 시원한 파도 소리가 먼저 들려오던 정동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카페거리 앞 안목해수욕장, 뛰놀기에 좋은 넓은 백사장의 경포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인 주문진 근처 방파제 등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여행을 한껏 즐겁게 했다.

시바 이누 종 '모카'(왼쪽)와 싱키. 속초에서는 소승현 씨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반려견인 모카가 여행에 합류했다.

마지막 여행지인 속초에서는 엄마와 반려견 시바 이누 종 '모카'가 함께했다. 아빠는 일 때문에 오지 못해 아쉬웠지만, 싱키와 모카는 무려 27일만에 만난 기쁨을 표출하기 바빴다. 사람이 뜸한 속초의 작은 해수욕장으로 가서 둘이 마음껏 놀게 해줬지만 파도가 무서운지 바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모래 위에서만 뒹굴 거렸다. 양양의 반려견 동반펜션에서 하루를 묵으며 전용계곡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바비큐 파티를 즐기며 행복한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렇게 우리의 전국 일주는 무사히 마무리 됐다.

싱키와 전국 일주를 하는 동안 SNS를 통해 질문도 많이 받았고, "평소에 꿈꾸던 일"이라며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또 여행지에서 싱키를 보고 “우리 반려견도 데려올걸” 하며 반려견을 집에 두고 온 아쉬움을 표현하는 분들 또한 많았다.

아직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다 보니 반려견과의 여행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니 출발 전 생각했던 것만큼 힘든 여행도 아니었고, 동시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만큼 대단한 여행도 아니었다. 물론 싱키에게는 우리의 여행이 큰 의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우리와 좋아하는 놀이를 하고, 우리와 마음껏 뛰어놀고, 우리와 함께 한 그 자체가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만일 반려견과의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어디서 어떤 여행을 하든, 서로에게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이 될 테니 출발하세요!”

▶싱키와 소승현, 전천우 부부의 더 많은 여행사진은 싱키 인스타그램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행코스: 광양-부산-울산-경주-강릉-속초

글∙사진=소승현, 전천우(sh1ngkey@naver.com) ▶ 동그람이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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