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영 기자

등록 : 2018.01.17 14:00

[애니꿀팁]‘두 발 달린’ 사람의 병? 반려견도 디스크 걸려요


등록 : 2018.01.17 14:00

갑자기 뒷다리를 끌며 다녔던 반려견은 디스크 탈출증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게티이미지뱅크

다급하고 격앙된 보호자의 목소리가 대기실에서 들려왔다. 외출해서 돌아오니 아침까지 멀쩡하던 아이(반려견)가 앉은뱅이처럼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가와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들려오는 내용만으로 디스크 질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응급 상황으로 판단한 원무 직원이 대기 순서에 상관없이 바로 처치실로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겁에 질린 표정의 아이를 진찰해보니 전형적인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증상으로 보였다. 확진을 위해 신경계 검사, 방사선 촬영,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진행했다.

T13-L1(13번째 흉추와 첫 번째 요추 사이에 위치한) 디스크 탈출증과 주변 척수의 손상이 확인됐다. 탈출된 디스크가 척수신경을 압박해 통증과 후지 마비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척수 손상이 심할 경우 배뇨 장애와 후지 통증 감각을 잃어버리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영구적인 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응급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아이는 후지의 통증 감각이 살아 있었다. 환자는 입원 후 운동 제한(케이지 휴식), 약물요법, 침 치료, 레이저치료, 물리치료 등을 병행했고 현재는 거의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다. 

연골이형성 품종에 발생 잦아요

디스크는 척추 사이를 연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 질환이 생기면 통증, 감각 소실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네 발 달린 동물은 디스크 질환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디스크 질환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만이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 언급된 상황처럼 디스크 질환으로 내원하는 반려견은 매우 많다. 

척추 사이에 위치하는 디스크는 척추 사이를 연결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정상 디스크는 섬유륜(단단한 섬유로 구성된 바깥층)과 수핵(내부의 부드러운 젤 형태의 물질)으로 구성된다.  유전적 요인, 노화, 영양 문제, 외상 등의 영향으로 수핵의 수분이 없어지면 디스크 변성(퇴행)이 일어난다. 탈수된 디스크는 더 이상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디스크 질환은 통증, 사지 기능 소실, 후지 마비 그리고 종종 후지 감각 소실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흔한 임상질환이다. 목(경추), 등(흉요추), 꼬리(요천추) 등 척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고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도 다양하다.

디스크 질환은 닥스훈트, 페키니즈, 웰시코기와 같은 연골이형성 품종에서 자주 발생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닥스훈트, 페키니즈, 시츄, 웰시코기, 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과 같은 연골이형성 품종(chondrodystrophic breed, 뼈와 연골을 변형시키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품종)에서 자주 발생한다.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독일셰퍼드,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다양한 비연골이형성 품종(nonchondrodystrophic breed)에서도 발생한다. 고양이에서도 발생 보고가 있지만 매우 드물다. 

연골이형성 품종의 경우 디스크의 변성은 생후 2개월에서 2년 사이에 시작된다. 보통 변성이 시작되면 1년 내에 디스크 중 75~100%가 변성된다. 이런 타입의 변성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디스크의 석회화(혈액 중의 칼슘이 세포 사이에 침착하는 현상)를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비연골이영형성 품종의 디스크는 노화로 인해 서서히 발생하고 보통 8~10세에 발생하고 디스크 석회화를 동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혼자 있다 갑자기 비명’ 디스크 의심돼요

가벼운 디스크 질환 반려견은 몸을 떨고 배에 잔뜩 힘을 주고 간헐적으로 비명을 지른다. 게티이미지뱅크

증상은 발생 위치, 급성 또는 만성, 척수 압박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척수를 압박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임상증상은 심하다. 압박 부위에 염증이 발생해 혈액 공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스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소파에 뛰어오르지 않는다. 몸을 떨고 배에 잔뜩 힘을 주고 간헐적으로 혼자 있다가도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가족을 피해 구석에 있고 가족이 가까이 다가가면 긴장하고 만지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물기도 한다. 이는 가벼운 디스크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진행 중이거나 심한 손상이 있을 때는 걸을 때 다리가 꼬이거나 비정상적으로 뒷다리가 벌어진다. 또는 발등으로 걷거나 발을 헛디디기도 한다. 간헐적으로 다리에 마비가 오고 체중을 지탱하지 못하기도 한다. 사지마비가 오고 통증을 못 느끼는 등 감각도 잃게 된다.

내원을 하면 임상 증상과 신경계 검사, 방사선 촬영으로 진단을 한다. 확진을 위해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MRI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때 발생 위치 그리고 척수 압박 및 손상 정도, 수술 부위 결정, 척수 연화증(Myelomalasia, 척수로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약해진 척수가 말랑말랑해지는 질환) 여부 등을 판단한다.

괜찮아졌다고 케이지 열어주면 되레 악화

운동 제한을 철저히 지키지 않는 반려인이 은근히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스크 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보통 2~4주 정도 운동 제한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지만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철저히 지키는 보호자가 많지 않다. 몇 주 동안 케이지에서 생활하도록 반려견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 디스크 환자는 치료를 받고 통증이 완화되면 평소처럼 활동을 하되 스스로 조심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다르다. 몸이 불편해도 가족이 귀가하면 반갑다고 급히 뛰어나간다. 이런 상황이 디스크 질환을 악화시킨다. 증상이 호전되다가 운동 제한을 하지 않아서 갑작스러운 후지 마비 증상으로 다시 내원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다. 

의사는 디스크 질환의 정도, 반려견의 나이, 통증 감각의 소실 여부 등에 따라 치료방법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진통소염제, 근육 이완제), 침 치료, 레이저치료, 물리치료 등을 병행한다. 이런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느릴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심부 통증 감각이 없는 환자는 응급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료에 대한 예후는 좋다. 하지만 회복 후 재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재활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척수연화증이 동반된 경우는 예후가 매우 나쁘고, 현재까지 좋은 치료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갑작스러운 척수 손상, 디스크 질환의 방치는 척수연화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내원해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실시하고 홈 케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문재봉 수의사ㆍ이리온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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