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17.01.02 16:25
수정 : 2017.01.02 17:11

새해 벽두 ‘전갈 슛’에 EPL ‘들썩’


2018년 푸스카스상 사실상 예약

등록 : 2017.01.02 16:25
수정 : 2017.01.02 17:11

아스날 올리비에 지루(12번)가 2일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왼발 뒤꿈치로 슛을 때리는 이른바 '전갈 슛'을 선보이고 있다. 아스날 페이스북

새해 벽두부터 ‘전갈 슛’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스날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31)는 2일(한국시간) 크리스탈 팰리스와 정규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17분 환상적인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 영상보기 ).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알렉시스 산체스(29)가 올린 크로스가 골대로 쇄도하던 지루의 뒤로 흘렀다.

득점 기회가 날아가는가 싶었지만 지루는 곡예를 하듯 왼발을 뒤로 들어 올려 뒤꿈치로 정확하게 슛을 때렸고 공은 포스트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모습이 마치 전갈이 독침을 쏘기 위해 꼬리를 말아 올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스콜피언(scorpion) 슛’이라는 말이 나왔다. 엿새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헨리크 미키타리안(27)은 2016년 12월 27일 선덜랜드와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41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가 오른쪽 측면에서 내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뒤꿈치로 슛을 해 득점했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보면 미키타리안의 위치는 오프사이드였다.

지루는 BBC와 인터뷰에서 “미키타리안의 슛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며 “공이 내 뒤로 왔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뒤꿈치뿐이었다. 매우 어려웠지만 행운도 따랐다”고 미소 지었다. 지루의 득점이 만들어지기까지 역습 과정도 매서웠다. 아스날은 수비 지역에서 공을 가로챈 뒤 세 번의 논스톱 패스로 상대 골문까지 질주했고 이후 두 번의 패스를 더 거쳐 전갈 슛이 탄생했다. 아르센 벵거(68) 아스날 감독은 “엄청난 스피드에 의한 멋진 반격이었다. 지루의 반사 신경은 축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칭찬했다.

‘전갈 자세’의 원조는 공격수가 아닌 콜롬비아의 괴짜 골키퍼 호세 레네 이기타(51)다. 그는 1995년 9월 잉글랜드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중거리 슛이 날아오자 골대 앞에서 번쩍 뛰어올라 손 대신 뒷발차기로 볼을 막아내는 기묘한 장면을 연출해 큰 화제를 낳았다.

2018년 푸스카스상의 주인공은 지루로 이미 정해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푸스카스상은 2009년부터 매년 초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년 동안 가장 뛰어난 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1950년대 헝가리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 페렌츠 푸스카스의 이름을 땄다. 앞으로 1년 동안 지루보다 더 뛰어난 득점은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 게리 리네커(57)는 자신의 SNS에 “의심할 여지없는 올해 최고의 골이다”고 극찬했다.

푸스카스상의 역대 수상자를 살펴보면 ‘전갈 자세’ 못지않게 아크로바틱(곡예에 가까운)한 슛이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2013년 수상자인 이브라히모비치다. 그는 2012년 11월 잉글랜드와 평가전에서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 밖까지 나와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자 30m 거리에서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195cm에 95kg의 거구가 몸을 훌쩍 날리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17세 때 고향인 스웨덴 말뫼에서 태권도장에 다니면서 검은 띠를 딴 걸로 유명한데 이 덕분인지 태권도 옆차기 등 상대 수비수의 허를 찌르는 기묘한 동작으로 슛을 많이 날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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